욕망의 식물학 -밑줄긋기

1. 사과

* 신대륙이 생물학적 측면에서 정착되는 과정은 정착민들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되었는데, 이들은 신고 있는 장화 밑바닥 홈에 혹은 말의 사료자루에
화초와 풀의 씨앗을 묻혀 들어왔으며, 혈액과 내장에는 미생물을 담아왔다.

* 사과는 진정한 의미의 길들여진 과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사과는 돌보지 않아도,함부로 다루어도, 내팽개쳐놓아도, 알아서 잘크고 훌륭한 열매를 탐스럽게 맺는다.

* 한 세기 전만 해도 수천 종류의 사과를 사고 팔았는데 요즘 재배하는 사과는 대여섯종밖에는 안된다.
'레드 딜리셔스' '골든 딜리셔스' '조나단' '매킨토시' '콕스 오렌지 피핀' 정도 -93p

2. 아름다움 / 튤립

*한 시인이 '완전히 공짜로 주어진 축복' 이라 부른 이 아름다움의 심오한 신비스러움에 관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아름다움이란 정말 공짜일까?
아니면 아름다움에도 목적이 있는 건 아닐까? - 105p

*튤립은 아이들의 꽃임에 틀림없다. 다른 어떤 꽃보다 그리기도 쉽고 빛깔의 스펙트럼도 단순해서 크레용으로 선을 죽 긋기만 하면 된다 -106p

*약 350년 전까지만 해도 서양에서는 꽤나 생소했던 이 튤립은 잠깐 사이에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집단적인 광기를 불러일으켰다.
꽃이, 다른 것도 아닌 일개 꽃이, 1634년과 1737년 사이의 네덜란드에서 만큼이나 역사 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적은 전무후무하다. -107p

* 믿어지지 않지만 에덴에는 꽃이 없다.

* 자연선택은 꽃이 시각, 후각, 촉각과 관련된 여러 경이로운 수단을 활용하여 특정한 곤충이나 새, 심지어는 일부 포유동물의 주의를 끌어 이들과 소통하도록 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단순히 화학적 물질 뿐만 아니라 기타 신호들,
때로는 일종의 상징을 이용하는 꽃도 많다.
일부 식물은 가루받이를 위해, 그리고 식충식물은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생물이나 사물로 형태를 바꾸기까지 한다.
특히 오프러스 난초는 종에 따라 벌이나 파리와 같은 곤충을 닮은 기이한 모양을 띤다.
이 꽃은 곡선이라든가, 반점, 수염 등의 생김새가 특정 곤충의 수컷이
뒤에서 바라보기에는 영락없는 암컷으로 애간장 깨나 녹일 형상이다.
식물학자들은 수컷의 곧 이어지는 행동을 '허위교미'라 부르고
이러한 행동을 유발한 이 꽃을 '매춘란'이라 부르기도 한다.
수컷이 한바탕 일을 치루려고 안달하는 동안, 난의 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

* 아름다움과 건강함 사이에는 분명 상관관계가 있다.
거의 모든 생물에게 아름다움은 건강의 확실한 척도이며,
따라서 짝을 선택하는 완벽하고도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진화 생물학자들의 믿음이다.
현란한 깃털장식, 매끄러운 털, 대칭적 몸매는 한 과학자의 말마따나 '건강의 보증수표'로 기생충에 대한 저항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선전하는 셈인데,
그 외에도 자신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네덜란드가 튤립과 오랫동안 화려하고도 불명예스러운 관계를 맺게 된 원인으로 도둑질을 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신화에서도 도둑질이나 그에 따른 자괴감이 인간이 이룬 업적의 근간이 된 사례는 아주 많다.
프로메테우스가 태양으로부터 불을 훔친 것이나, 이브가 지식의 열매를 맛본 경우를 생각해보라.
자괴감은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특히 지식이나 아름다움을 성취하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비용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는 꽃에 가벼운 고통을 안겨주면서까지 꽃을 꺾어 집안으로 들여오는 사소한 도둑질, 이 모든 곳에 자괴감이 존재한다.

*1608년에 프랑스에서는 한 제분업자가 자신의 제분기를 알뿌리 하나와 바꾼 일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어떤 신랑은 단지 튤립 한 송이만을 지참금으로, 그것도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튤립은 'Mariage de ma fille(내 딸의 결혼식) '라고 불리게 되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쳤을 사실 한 가지는,
튤립을 터뜨리는 조화를 부렸던 것은 다름 아닌 바이러스였다는 점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바이러스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튤립의 아름다움은 이내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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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폴란 저/ 이창신 역/ 최재천 감수
출판사명 : 서울문화사
발행연도 : 2002년 01월 31일

꽃들에게 경배를!

in 책읽기
Posted by nuncoo at February 20, 2004 04:09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