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과 Steely Dan

나는 나 자신의 욕구에 둔감한 편이다.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식욕.
심심한 연애편지가 사랑한다는 둥 보고싶다는 둥. 나무토막처럼 무딘 관용어구로 가득하듯
나의 식탁도 된장찌개 아니면 김치찌개, 색다른 선택을 해봐야 뚝배기 불고기 정도다.

아주 드물게 강렬한 맛에 대한 욕구에 안달할 때도 있기는 한데,
문제는 맛의 지향점만 나올 뿐 구체적인 품목까지는 접근을 하지 못한다는 거지.

나도 '단 걸 먹고 싶다'가 아니라 ....... '고구마 케익을 먹고싶다'라고 말하고 싶고
'얼큰한 걸 먹고 싶다'가 아니라 .......'강남동태집의 동태찜을 먹고싶다' 라고 말하고 싶고
'느끼한 걸 먹고싶다'가 아니라 .......'도미노피자의 고구마 무스를 얹은 더블크러스트 스위스퐁듀를 먹고싶다'라고 말하고 싶고
'달콤한 걸 먹고 싶다'가 아니라 .......'여의도 <밍>(사진 있음-클릭!)의 과일탕수육을 먹고싶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 그렇게 나의 식욕에 구체적이고 명징한 인간이 되고싶다.

가령 오늘 저녁만 해도
친구를 만나서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품목에서 또 막혔다.
원체 해물을 좋아하니 해물과 근접한 무엇일 거라 막연히 넘겨짚고 해물 전문점에 갔다.
그리고 약 20분 후, 주문했던 해물탕의 오징어가 다 꼬부라질 무렵.
미더덕 자루 속의 물이 뜨겁게 끓고도 남았을 무렵....
옆집 식당의 유리문에 일필휘지로 적힌 '간장게장'이라는 글자를 본다.
그 네 글자는 한시의 지체도 없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선명하게 찍힌다.
나는 마치 뚜껑 열린 간장게장이 된 듯 널부러지고 만다.
마지막 먹었던 간강게장의 추억이 배 속에서 요동을 친다.

맞아, 그러고 보니 근 한 달간 나는 간장게장,간장게장, 간장게장을 노래하고 다녔었다.

이런,
식욕을 민감하게 단련시키기 전에 나사 빠진 머리나 어떻게 손봐야지...

간장게장과 Steely Dan이 무슨 관계냐면.. 계속 올리지요.

in Diary 2004
Posted by nuncoo at July 2, 2004 11:55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