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위님- 이제서야.답글을.
요새 정신을 놓고 다닙니다.

물론 전전하지요.
이 방송사, 저 방송사.
이 사무실, 저 사무실.
나만 능력 없어 그런가 몰라도
날품팔이 인생입니다.

문전넌꾸님/

제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1호 피사체는 언제든 멈춰서서 포즈를 취해줍니다. 그 놈의 V자 손가락과 함께요. 그리고 셔터소리가 나고나면 지 할 일을 합니다.
2호 피사체는 도망가거나 얼굴을 파묻거나 뒤돌아섭니다. 절대 곱게 찍혀주지 않겠다는 거죠.
3호 피사체는 찍거나 말거나 합니다. 가끔은 "아빠 사진 찌거?" "이거 또 찍어봐."라는 멘트를 날리기도 합니다.
이렇듯 피사체마다 그 특성이 다 다르니 행여 4호 피사체가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방송작가도 사무실을 전전하나요?

따위님- 자식도 그냥 자식인가요. 애가 셋인데.
설마 사진 찍으려고 아이를 셋이나 낳은 것은 아닐까
잠시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습니다.용서하십시오.

사무실 사진을 찍고싶다는 걸식님의
이름자 앞에 '문전'을 보태시어
문전걸식이라 하신 것은 몹시 짓궂으십니다.
저도 이 사무실 문전, 저 사무실 문전을 왔다갔다하는 문전넌쿠이기 때문에.흡.

문전걸식이님/ 사무실이라니. 참나. 누가 이 사무실에 번쩍 저 사무실에 번쩍 하는, 그러니까 문자를 쓰자면 동가식서가숙하는, 프리랜서 아니랄까봐.
마르크스의 말이 확실히 맞기는 맞는 거 같군.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쩝. 오랜 만에 마르크스 형님 함자 한번 불러보는군.)
아무튼 뭐니 머니 money해도 피사체 중에서 최고의 피사체는 자기 자식들이오.
이만 하면 염장을 성공적으로 지른듯하니, 또
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디스어피어하는 따위.

아무도 물어보질 않길래 저 혼자 자문자답했지요.
" 잘 찍지도 못하면서 뭘 그렇게 찍는데?
찍고 싶은 게 뭐야?"

"제일 찍고 싶었던 것은 그냥 어느 한 여자의 일생.
태어나면서 부터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무덤에 묻히까지 탄생-성장-연애-결혼-엄마가 되는 일-늙어가는 일- 그냥 그녀의 인생을 따뜻한 봄날처럼 그려보게 되는 사진을 찍고싶었는데 그건 이미 망했구요.

두 번째로 찍고싶은 것은 전에 찍다 만 건데
50대 아들과 70대 할머니가 단 둘이 사는 모자가정이 있었어요. 얼마간 가끔 들러서 사진도 찍고 말벗도 되어드리고 했는데... 두 분과 가까워질수록 너무 큰 혼란이 와서... 마음의 짐을 떨쳐버리지 못한채 그만 두었어요.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셨을까봐...그게 무서워서 못가겠어요.필카도 거기서 끝냈어요.

그 다음엔 하레와 구우에 너무 열광하여
구우처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헤이~~ 예~~"
하는 포즈의 인물사진들만 찍고 싶었어요.
이렇게

그런데 누가 카메라 앞에서 저런 포즈를 취해주겠어요. 시도도 못해봤구요. 나만 저러고 찍은 사진이 몇 장 있어요.

이제는 닥치는대로 찍어요.
가방도 찍고, 신발도 찍고, 사람들 등판만 찍기도 하고... 더 찍고싶은 게 없어질까봐 그게 두렵지요."

"그나저나 걸식님.사무실 사진만 찍으면.. 그것도 좋겠어요. 사무실만 찍는다는 게 왠지 한풀이 같긴 한데.. 그래도 시도해보셔요."

아마츄어 사진고수께서 저에게 물었지요...
"찍는다면, 어떤 주제로 사진을 찍고 싶은데?"
"각종 사무실을 찍고 싶어요..."
"참, 특이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