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녀에게 남동생이 있었다 한다 이튿날 아침, 동네 사람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휘청거리며 뛰어나가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년
겨울 거리에 물끄러미 서서 얼어붙은 누이와 우는 아버지와 몰려든 사람들을 구경하던 소년이 있었을 법하지 않은가
소년의 겨드랑이에도 검은 털이 무성해질 즈음 아버지는 눈에 띄게 약해지셨다 어느 날 소년은 아버지에게 말한다.
남은 성냥을 전부 주세요 걱정 말아요 난 차가워요 불의 우상에 속진 않아요
이 물결치는 도시 안에서 켜는 성냥불로 영원히 변치 않고 거기에 있을 어떤 것을 찾을 수 있다면 돌아올게요 흙이나 물이나 불이나 공기,그런 배경이 아닌 폐곡선의 경계를 갖춘 물건이어야 해요 단 스무 개만 찾을 수 있다면 아니 단 열 개만 찾을 수 있다면 정말이지 한 개라도 찾는다면, 아버지, 나는 돌아올 거예요. 그러나 만일 저 태양이 누워 계신 아버지의 눈 높이로 떨어질 때까지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버지, 마지막 힘을 내서 짐을 꾸리세요 서둘러 떠나시면서,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아요 뜨거운 열기와 폭음이 아버지의 목덜미를 덮쳐도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아요
그 소녀에게 남동생이 있었다 해질녘에 주유소 앞에서 성냥 다발을 꺼내는 소년, 승천한 누이는 소년을 마중 나오지 않았고 소년 또한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걸 보면 아마도 이복동생이었는가 보다
'가끔 중세를 꿈꾼다 (민음사 )' 중에서
나도 참 열성이다.
in 책읽기
Posted by nuncoo at December 9, 2004 01:48 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