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존 레논의 벽

기억은 좋아도, 기록하는 일은 지루하다. 사진을 올리고 포스팅을 하는 동안만은 나는 프라하에 있다..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이 고단한 서울에서 나름대로 빡센 하루를 보내고 와서 '나는 지금 론리 플래닛에서조차 손톱만 하게 몇 줄로 소개되어있는 존 레논의 벽을 찾겠다고 프라하 시내 좁은 골목을 종종거리며 떠도는 중이다' 라고 말도 안 되는 뻥으로 자신을 독려하는 모양이 돌연 애석하고 침통하게만 여겨지는 까닭이다.
같은 프라하라도 어제 떠올렸던 프라하와 오늘 떠올려 보는 프라하는 다르다.
그때그때 내 기분 상태에 따라 현지의 인상이 왔다갔다한다는 의미다. 참 줏대없다. 변덕도 잘 떤다.
종일 밥도 못 먹고 노예처럼 일만 했다고 생각한 날은 프라하가 우울하다. 그런 날은 실제로 프라하 하늘이 어둑해지면서 눈이 퍼붓고 블타바강에는 살얼음이 끼었을지도 모른다.
마음에 부침이 없고 평화로운 날은 황금빛 첨탑처럼 고고하고 단호하게 빛나더라고 적고 싶어진다.
잘났으나 헤프지 않고 적당히 도도한 남자처럼 매력적이었다고 쓰고 싶어진다.
내 마음의 프라하는 벌써 열댓 번도 넘게 발가벗겨졌다가 품 안에 안겼다가 내 등쌀에 휘청 허리가 휘었다. 기실 저는 꿈쩍도 않고 있는데.

존 레논의 벽은 정말 찾기 어려웠다. 가이드북을 꼼꼼하게 보지않고 길을 나선 탓이 반이고,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도 이유가 되었다.




존레논의 벽을 찾으러 나선 길.





까렐교 북단 아래. 도시에 시계가 참 많았다.



 

골목을 기웃거리면서 구경한 마리오네뜨인형과 가게 앞에 내걸린 인형.
이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뜹니다.





드디어 찾은 존 레논의 벽.
꽃과 평화. 그리고 Love is the answer.
그런데... 작았다.
베를린 장벽이나 거대한 성벽 같은 걸 상상하고 간 건 아니었지만, 작아도 너무 작았다.
딱 영등포 하자센터의 벽화 그려진 담벼락 정도 규모나 될까?
그 벽 앞에 서서도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으니까.
오는 도중에 프라하 사람들에게 몇 번씩 위치를 물어봤으나 그런 곳이 있는 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었고,
아는 사람도 정확하게 위치를 대지는 못했다.

낙서와 그림이 덧칠되어 과연 존 레논의 얼굴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있긴 했다.




바로 저기! 파란 머리.





Is this safe? 그리고 ...




벽 끝에 걸쳐진 하늘.


존 레논의 벽은 기대이하였지만, 이 곳을 지나간, 혹은 이 곳에 뜻을 새겼던 많은 이들과
좁은 담벼락을 통해 만났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벽을 찾아 빙빙 돌던 골목의 집들과 풍경은 내 눈에도 흡족하게 보기 좋았다.





저렇게 그림이 그려진 집들과 가게...왼쪽 건물 벽... 색감 참 좋네.
이 사진도 클릭하면 크게 뜹니다.




다시 까렐교를 건너.




사람들이 있는 곳, 시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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