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는 왜.

방금 키보드를 두드리려는데 손가락 끝에서 찌릿 전기가 왔다. 글발 신이 내렸나보이.  아무래도 노트북 A/S를 맡겨야할까 보다. 키보드 두드리는 것이 어째 장마에 맨홀 뚜껑 위에 서 있는 기분이다. 삼순이 덕분에 인터넷에 머무는 시간이 1시간 정도 줄어드는가 했는데, 잠자는 시간만 1시간 줄었을 뿐이다. 생각해보니 기상시간만 1시간 늦춰졌다.

삼순이 몰입도는 약 60% 정도. 띄엄띄엄 봐서 그런진 몰라도 좀처럼 깊이 빠져주질 않는다. 어제 어떤 언니왈. ' 얘들은 좀 통통하기만 하면 다~ 지가 삼순인줄 아나 봐'
삼순이는 김선아라는 배우 덕분에 꽤 현실적인 캐릭터 같지만 나이 먹고, 뚱뚱하고,극성스럽고 드세면서 사랑스럽기가 어디 쉬운가. 삼순이가 혼자 벌이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즐겁지만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이 대개 그러하듯 남자 앞에서는 맥없이 오그라드는 모습을 보일 땐 고개가 다른 곳으로 돌아가버리고 만다. 
삼순이라는 판타지를 완성하기 위해선 ( 영화 '위대한 유산'의 백수건달 임창정과는 차원이 다른) 연하에 잘생기기까지 한 호텔사장 아들 삼식이와의 해피엔딩이 필요하겠지만, 내 바람은 그냥...삼순이 같은 뻔뻔스러움도 낙천적인 에너지도 갖지못한 희진을 위해 삼순이가 삼식이 곁을 쿨하게 떠나버리는 거다.
삼순이는 혼자일 때가 가장 멋있고 사랑스럽고 삼순이스럽다.
심장이 말랑거리다 못해 문드러지더라도 씩씩하게 혼자 난리부스르 떨고 억척스럽게 휘젓고 다녀라. 남자는 약하고 아픈 사람 줘버리고.
그게 가장 삼순이스럽다.
하고 보니 너무 가혹한 얘기 같기도.

in Diary 2005
Posted by nuncoo at July 14, 2005 11:59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