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3, 2005
세상에 믿을 자두
'잠깐만 누워있을게'라며 안자는척 웅크리고 누워있던 누구는
'자는 거야? 자는 거잖아. 자고있네 뭐' 하는 소리에 자는 거 아니고 눈 감고 누워있는 거라며 박박 우기다가 발음이 꼬여버려 잠 든 거 들켜버린 누구는
이렇게 심란하고 어지러운데 괜찮은 척해도 되는 걸까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9시반에 따라놓은 밍밍한 콜라 원샷하다 캭캭 뱉어버리고 자두로 입가심하려다 튼실한 과육이 있어야할 자리가 사랑니 뽑은 자리마냥 속이 텅 빈 것에 분노하여 비싼 거고 싼 거고 세상에 믿을 자두 없네 조용히 읊조리던 누구는
스탠드만 켜놓고 오도카니 앉아있기 2시간째 이런 밤엔 명작이 아니더라도 뭐든 뽑아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다가 종일 좌절하던 이가 품기에는 어울리지않게 전향적인 태도라 피식 웃어버리다. 귀뚜라미는 왜 벌써 울어쌌나. 30년 넘게 이러고 있잖아 누구는.
또다른 누군가가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안경을 걸쳐보니 어릴 때 보던 질 나쁜 만화경 같아서 글자도 문드러지고 세상이 뺑글뺑글 어지러운 게 좋구나야. 좀더 이러고 있으면 드디어 토할 수도 있겠다야. 고상한 신념, 넘치는 자신감, 깍듯한 태도, 공허한 찬양 같은 건 이제 지겹거든. 질려버렸거든 누구는
1인칭으로 빠지다가는 아침까지 살아있을 것 같지 않은 밤. 밍밍한 콜라가 담겨있던 무덤덤한 잔에 찰랑 새 콜라를 들이붓는 찰나. 내가 생각해봤는데 역시 지구를 돌기엔 아직 파워가 부족해.
Posted by nuncoo at August 23, 2005 02:3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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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일곱바퀴 반 돌고도 남을 파워가 넘치고 있으나, 슈퍼맨처럼 내 어깨에 태우고 같이 돌 넘(?)이 없어서 그 에너지를 아깝게 묵히고 있다는 슬픈 전설이...-_-;
Posted by: KJ at August 31, 2005 12:05 AM쥬드씨- 진짜 인정. 안들어도 짐작가는 심리이긴 하지만 들어나보자. 언제든.
Posted by: nuncoo at August 28, 2005 12:39 AM링크는 눌러봤으셈? 꽂히면 만화를 보셈
난 왜 끝문장에 꽂히지!
멋지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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