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공항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 아마도 공항과 친할 일이 없던 어느 시절에 누군가 주입시켜놓았을 이 원칙때문에 나는 아직도 공항에서는 선뜻 카메라를 꺼내들지 못한다.
게다가 공항으로 가는 나의 움직임은 언제든 오는대로 타면 되는 시내버스를 타러 나가는 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막상 공항에 도착하면 '사진을 찍어야지'하는 생각은 수속하는 과정에 묻혀 실종되기 일쑤다.
출발 전의 우여곡절은 다 잊고 비행기 탈 생각에 마냥 촐싹대고 다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많지 않으니 조금 아쉽긴 하다.







홍콩에 도착했을 때 공항풍경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떠나려고 갔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입국장의 풍경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면 유리창 저 편에 저렇게 등을 보인채 기다리고 서 있는 사람들이 내려다보인다. 팔을 기댈 난간 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뒤에서 서성이고...영화 'Love Actually'의 공항장면을 생각나게 하던 풍경.
한꺼번에 사람들이 우르르 토해질 때마다 기다리던 사람을 놓칠까봐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듯, 한 번씩 당겨봤던 시절.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던가.

in After Traveling
Posted by nuncoo at September 17, 2005 02:24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