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북 크로싱(book cros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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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4, 2004

북 크로싱(book crossing)

이걸 우리 라디오에서 이벤트코너로 만들려고 제안했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허황된 발상이네요. 네이버에는 이와 비슷한 카페가 생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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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책과 DVD, CD를 서로 공유하며 대여하는 P2P방식의 사이버 도서관 ‘북모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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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크로싱'을 아십니까?
인터넷으로 더 가까워진 지구촌 가상 도서관 난쟁이 인형의 세계 일주를 기억하는가.
지난 2001년 개봉돼 전프랑스를 사로잡은 영화 <아멜리에>(원제 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 아멜리 뿔랑의 기막힌 운명)에서 주인공 아멜리에는 비행기 승무원인 친구에게 부탁해 아버지가 아끼던 정원의 수호신 난쟁이 인형의 세계 여행을 감행한다.
런던, 뉴욕 등 각 도시를 상징하는 기념물 앞에서 방긋 웃고 있는 난쟁이의 사진은 아버지에게 배달되고 아버지는 사진을 통해 난쟁이의 여정을 따라간다. 영화가 현실 속에서 부활했다. 비록 난쟁이가 한 권의 책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보이지 않는 독자 클럽에 초대합니다" 역(驛) 대합실 벤치에 책 한 권이 놓여 있다. 잃어버린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버려진 것이다. 그것도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는 독자 클럽에 초대합니다." 표지 안쪽에 붙은 수수께끼 같은 라벨에는 일련 번호와 함께 이런 글이 씌어 있고 한 인터넷 사이트의 주소를 소개한다.
지금부터 이 책을 발견한 사람은 두 개의 갈림길과 마주하게 된다. 그 중 하나는 책을 읽고 미지의 독자 클럽 초대에 응한 다음 다른 사람을 위해 같은 방법으로 책이 모험을 계속하도록 놓아 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습득한 책을 자신이 갖거나 버리는 것이다. 후자를 선택하면 이 게임은 끝난다.
이름하여 '북 크로싱(book crossing).' 순전히 우연에 의지하고 있어 종종 바다에 던져진 유리병에 비유되는 북 크로싱은 독자들이 책을 가지고 하는 일종의 놀이이다.
Read(읽기), Register(쓰기), Release(양도)라는 소위 3R을 모토(motto)로 2년 전 론 혼베이커(Ron Hornbaker)라는 미국인이 창안해 냈다. 이것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 상륙하면서 '보이지 않는 독자 클럽'으로 개명, 유럽의 독서 애호가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프랑스의 보이지 않는 독자 클럽은 지중해적 성향을 살려 전달자들의 활동성을 강조하는 등 기존 혼베이커의 놀이에 몇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첨가했다. 그리고 파리 마레(Marais) 지역에 위치한 프랑스 유일의 정통 이탈리아 서점 'Leggere per 2'에서 지난 3월 다시 태어났다.

한번 읽은 책은 보관하지 말고 '해방'시켜라 '감명 깊게 읽은 책입니다. 이제는 당신이 감명 받을 차례입니다.'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 표지를 열면 종종 이런 메시지와 만나게 된다.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클럽에서는 전달자(crosser)라 부르는데 전달자의 역할은 책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책을 '자유롭게 풀어 준다'라는 의미로 '해방시킨다'는 표현을 쓴다. 불어와 이탈리아어권 전달자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 www.passe-livre.com에는 현재 총 3360여 명이 등록했으며 해방된 책은 1360여 권에 이른다. 대다수의 전달자는 젊은이들이지만 중장년 층도 다수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이 아니라 직접 토템(totem)이 설치된 서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토템은 북크로싱에 참여한 서적을 진열한 책장을 일컫는 말로 바로 여기에서 책을 빌리고 다른 책을 대신 채워 놓는다. 토템은 네티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북 크로싱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북 크로싱을 받은 전달자는 사이트에 책의 현 위치를 알린다. 어쨌거나 단지 책을 읽고 자신의 소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방시켜서 그 책이 계속 모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북 크로싱의 목적은 무엇일까. 책 읽기, 그리고 책을 해방시키기. 한번 읽은 책을 책꽂이에 보관할 것이 아니라 돌려가며 읽고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읽은 책과의 숨바꼭질 놀이에 동참하는 것이다.
원한다면 다른 독자, 아니 다른 전달자와 만날 수도 있다. 북 크로싱의 주인공은 여러분과 같은 독자, 책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 참가를 원하면 인터넷 사이트에 먼저 전달자로 등록하라. 그러면 당신만의 비밀번호를 갖게 된다. 비밀번호를 받았으면 이제는 게임에 필요한 책을 고를 차례다.
이럴 경우 두 가지 상황에 처해지는데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첫째, 이미 책이 북 크로싱에 등록된 경우. 이때 문제의 책에는 이미 일련 번호가 적힌 라벨이 붙어있으며 이것은 책이 이미 사이트에 등록됐고 당신 이전에 누군가가 책을 해방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은 책을 발견한 장소와 책의 일련번호를 사이트에 알려야 하며 바로 이 번호를 매개로 막연한 책의 행방을 좇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당신이 처음으로 책 한 권을 해방시키는 경우이다. 해당 사이트에 당신이 선택한 책을 등록하면 일련번호를 받는다. 이렇게 해서 다운 받은 라벨에 번호를 기입하고 책에 부착한 뒤 책을 해방시키면 임무 완수! 해당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전달자 십계명'이라는 제목으로 초보자들을 위한 행동 수칙을 꼼꼼히 기록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1. 가능한 많은 양의 책을 정해진 방법으로 해방시킨다.
2. 늘 새로운 전달자를 물색한다.
3. 해방된 책을 사이트에 등록하고 책 번호와 함께 라벨을 붙인다.
4. 책을 발견한 장소를 사이트에 공지한다.
5. 사이트에서 해방시킨 책의 여정을 확인한다.
6. 가능한 한 좋은 책을 좋은 독자에게 전달하도록 노력한다.
7. 사이트에서 해방된 책을 소재로 다른 전달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8. 북 크로싱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다.
9. 북 크로싱의 자유로운 생각을 알리고 발전시킨다.
10.북 크로싱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놀이를 중단한다.

모든 것은 피렌체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북 크로싱과 차별을 주장하는 '보이지 않는 독자 클럽'은 사실 2002년 12월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에서 시작됐다. 피렌체 시청이 북 크로싱 이벤트를 제안하고 'Leggere per' 서점은 며칠 만에 피렌체 독자들에게 제공할 책 3000권을 모았다.
12월 7일 시청 광장에서 간단한 의식이 거행됐고 바로 다음날 시청의 북 크로싱 계정인 scaffale@comune.firenze.it에는 열성 독자들의 이메일이 폭주했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피렌체시는 파리 소재 'Leggere per 2' 서점에 이탈리아 서적 2000권을 기증했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2003년 3월, 북 크로싱은 마침내 파리서적박람회를 계기로 파리에 입성했다.
놀랍게도 단 3일만에 호기심에 찬 파리지앙들이 기증된 서적 2000권의 주인이 되었다. 물론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다는 전제하에. 이어진 6월에는 프랑스 판 북 크로싱 사이트 WWW.PASSE-LIVRE.COM이 문을 열었고 8월 한 달 바캉스에서 돌아와 속속 사이트에 등록하기 시작한 전달자의 수가 수백 명에 달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울려 퍼진 함성은 국경을 넘어 캐나다, 벨기에, 스위스, 핀란드까지 메아리 쳤으며 급기야 일본의 언론도 유럽에 새롭게 불고 있는 최신 유행의 물결에 주목했다.
반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0월부터는 브레스트(Brest), 몽쁠리에(Montpellier), 마르세이유(Marseille)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으로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피렌체시와 파리 4구청은 자매결연을 요청했고 올해가 가기 전에 두 도시에 토템이 설치될 예정이다.
파리 4구청에는 애초에 4개의 토템이 계획됐지만 예측 못했던 열광적인 독자들 덕택에 설치될 토템의 수는 두 배로 늘어난 상태다. 북 크로싱은 2001년 세계를 경악케 했던 9·11테러를 기념하는 방법도 이용되었다.
올해 프랑스의 출판인 연합회는 북 크로싱을 이용한 '시적 테러'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상에 9·11 테러를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띄웠고 이것은 '야만'에 맞선 '평화'적 시위로써 폭 넓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바로 이날 단 몇 시간 만에 전세계 5000여 전달자가 각각 책 한 권씩을 해방시켰던 것이다.
혼베이커가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www.bookcrossing.com에는 전세계에서 매일 500여 명, 매년 20만 명이 회원으로 등록하고 있다. 때문에 버스 좌석이나 공원 벤치, 카페의 테이블과 같은 뜻밖의 장소에서 해방된 책들을 발견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북 크로싱을 위한 국제 인터넷 사이트도 5개로 늘어났다. 독서의 종말 혹은 무덤으로 여겨지던 인터넷은 이렇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고 있다.

박영신(jocaste) 기자 2003/12/18 오전 10:26 ⓒ 2003 OhmyNews

in 책읽기
Posted by nuncoo at March 24, 2004 05:5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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