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외면- 루이스 세풀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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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2, 2004

외면- 루이스 세풀베다

수면유도용으로 <외면>이 선택된 것은 단편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는데 3주가 걸린 것은 수면유도장치 같은 게 필요없을만큼 쉽게 잠이 들어서가 아
니라
첫 작품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다.
쉽게 잠들수 있겠다 싶은 날은 단편들 중에서도 짧은 걸 골라서 읽는 게 내 습관이고,
이 책을 처음 손에 잡은 날도 몸은 이미 수면에 빠졌으나 정신만 몽롱하게 깨어있는 상태라서 짧은 걸 골랐는데, 내 집중력이 모자라서였는지,
이 꼼꼼한 소설가의 세밀한 묘사 때문이었는지
한 문장도 머릿 속에 주워담을 수가 없었다.
그날 처음 선택된 것이 '공원에서 사탕과자를 파는 남자'였나? '어제 신문'이었나?
'산티아고에서 사라진 집'으로 시작했더라면... '솔로르사노 부인에 대해 말해주마'로 시작했더라
면...
3주 전에 이미 난  잠자기를 포기하고 어젯 밤처럼 .. 늙은 개가 된 양 쓸쓸하게 침대 밑에
널부러져 있었을 것이다.

" 이 커피에서는 실패의 맛이 나" 라고 말하던 그녀. (커피)

녹색문이 달린 노란 집. 공을 췬 청동 손이 달린 집을 찾아 18년의 오솔길을 거슬로 올라가는 남자. 하지만
" 이제 그 오솔길로는 절 대 돌아갈 수 없었다, 이룰 수 없는 불가능에 대해 처음으로
느꼈던 고통과
너무나도 아름답고 행복할 수도 있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나는 빨리 잊었다. 아주 빨리 잊었다. 환멸을 느낀 말들은 샛길을 보지 않는 법이다"
라고 말하는
남자. 
(산티아고에서 사라진 집)

" 이리 와라, 너에게 필라르 솔로르사노에 대해 말해주마" 라고 말하던 불행했던 기계 발명가 돈 블랑코 노인. 
(솔로르사노 부인에 대해 말해주마)

우물은 썩었고, 철로는 녹슬고 사방으로는 사막과 고독만이 펼쳐져있는 북쪽으로 유배된 열두명의 남자들.
그들은 온몸으로 시를 쓴다.
"파블로 선생님, 우리는 어쩌면 낡은 연장으로 새로운 시를 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나긴 기차에게]라는 제목의."
" 도주 계획이라고는 생각하지 마.  그냥 뭐라고 말할까? 그 놀이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계속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다는 거야...."
"점쟁이가 말했듯이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느 유리구슬을 통해 보느냐에 달려있다고 했소.
알겠소? 생선 장수가 프라이팬에 생선을 던질 때 말하는 것처럼 우리도 아직은 완전히 맛이 가지않았소. 우리는 <팜피노>를 타고 갑니다.
여보게, 여행이 아주 길 테니 단단히 각오하시오."
  ( 톨라의 기록 )

그리고

목소소목이라는 도시.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도시는 직사각형의 아주 높고 커다란 건물 두 채로 이루어졌다. 두 건물은 태양의 이동 경로에 따라 정확하게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두 건물 다 서쪽으로 입구가 나 있었고 동쪽에 출구가 있었다. 그리고 내부는 미로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첫번째 건물에는 학자 계급에 속하는 자손들이 다섯 살이 되면 들어가 30년이 지나 미로의 출구
로 나올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그들은 매일매일 수십 년 동안 학업에만 전념해야 했다.
예술, 과학, 창조, 기원의 비밀을 모두 터득할 때까지 계속 반복했다, 마침내 그들은 꿈의 방향까
지도 안내할 수 있을 정도로 학식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들은 거의 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돌처럼 창백해져, 걸어가는지 붕 떠서 가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가운데 건물에서 나오면 그 건물 사이에 가로놓인 평지에서 7일간 환대 받았다.
그들은 <모든 질문을 갖고 있고, 모든 대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말이 필요 없는 사람들>로 소개되
었다.

8일째 되는 날 그들은 두 번째 건물로 들어갔다. 그들은 그곳에서 다시 30년 동안 미로를 거닐며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들의 생각과 사고, 새로운 질문과 답변을 식물로 만든 얇은 판에다가 적어야 했다. 깨우친 자들은 지금까지 엊은 빛을 새로운 빛으로 갚았다,

밖에서는 죽이고 죽였다, 신들은 자신의 은혜를 점점 더 비싼 가격에 팔았다.
깨우친 자들은 65세가 되면 학자의 신분에 어울리게 장식되었다.
즉, 완전히 벌거벗겨져 두 번째 건물의 마지막 문을 나와 부질없었던 지식의 고독을 느끼며 걸었
다. 
( 목소소목의 하얀 미로들)


무언가를 잃었거나 빼앗겼거나 어긋났거나 삶으로부터 호의적인 시선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한탄한 적이 있었다면.
가장 간절하게 원했던 것은 다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고 느낀 적이 있다면.
어느 날. 갑자기 몰려드는 추억에 압사당할 것만 같은 날.
 "그래,  다 그냥 스쳐가는 것이었어" 라는 말이 툭 튀어나올 때의
쓸쓸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

그리고 촘촘한 묘사와 긴 문장에도 지치지 않는 집중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in 책읽기
Posted by nuncoo at August 2, 2004 10: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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