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대영박물관 한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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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6, 2005

대영박물관 한국전

유물이나 유적은 내게 .. 그것이 아무리 위대하고 유명한 것이라고 해도 감흥이나 감동으로 치자면 주위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이나 풀만도 못한 것이었다.
게다가 유물이나 유적을 대할 때마다 느꼈던 어떤 불편함 -그림이야 그냥 느끼고 감흥으로 받아들이면 되지만 유물은 해독해내야만 한다는 부담감 - 때문에... 걸맞지않는 허영심이 꿈틀대지않는한 앞으로도 영원히 오르지 못할 나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내가 대영박물관전인지, 브리티시뮤지엄전인지.. 암튼 그런 곳에 만2천원이나 내고(그나마 CGV카드가 있어서 3천원 할인받았다) 가서 우아하고 고상하게 폼도 한번 못잡아보고 사람들한테 발 밟히고 아이들에게 떠밀려가며 1시간 30여분만에 나와서 한 생각은 "... 그래도 두 점은 건졌다" 였다.

전시된 300여점의 전시물들이 미술사나 인류문명사에 얼마나 위대하고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는 한글로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고 간혹 그런 표딱지가 없어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근사하고 신기하고 놀라운 것들도 많았지만, 이 두 점은 신기하지도, 근사하거나 아름답지도 않았으나 마음이 살짝 기우뚱하면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유물스럽지않게 '애잔했다'는 얘기다.


푸아비 여왕의 수금
(이라크 남부, 수메리아, 기원전 2600-2400년 경
청금석, 가리비, 석회암, 금
높이:112Cm)

레너드 울리라는 고고학자가 우르지방(이라크 땅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가 만나는 지점쯤 되나보다)의 왕묘에서 발굴했단다.
이것은 묘 안쪽 벽면에 세워져있었는데 그곳에는 묘의 주인과 함께 순장된 10여명의 여성의 유체도 발견되었고  그중에 한 여성의 손이 수금의 줄 위치에 놓여있었단다.
죽는 순간까지 여왕을 위해 수금줄을 튕기고 있었던 건지, 자신의 영혼을 달래며 줄을 튕겼던 건지 ...
어쩐지 그것은 상상만 해도 너무
아픈 노래.

(고대 근동관)



                                             

채제공(蔡濟恭)의 초상화
(두루마리 그림, 비단에 채색, 조선 1789)

정조의 어명으로 당대의 화가 이명기가 그린 작품이란다.
화폭에 쓰인 글은 채제공이 쓴 글인데 이 또한 애닯기가 그지 없다.

"(보는 이 편에서 오른쪽) 번암 채상국 70세 초상화.
(보는 이 편에서 왼쪽) 기유년 정조께서 명하여 내 초상화를 그려 들여오게 하였다. 이 여분의 작품을 아들 홍근으로 하여 보존케하여 자자손손 전하려했으나, 내 아들이 나보다 먼저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슬프도다. 이명기의 그림에 몇 자 적고있노라니 두 눈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는구나.  번옹 73세 자필



아이를 대동하고 이 그림 앞에 서 있던 아저씨는 " 우리 그림인데 영국애들이 남의 것 훔쳐다가 말야..." 하며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싶어했지만 관심없는 아이는 출구쪽으로 몸을 비틀뿐이었다.

나는 아버지 생각을 잠깐 했다. 


(이미지 출처, 전시물 소개 참고 :  대영박물관 한국전 홈페이지 , 수금사진은 조선일보 )





in Culture
Posted by nuncoo at May 16, 2005 01:3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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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내내 투덜거리면서 돌아다녔는데, 영국가는 비행기 값보다는 싸지 않냐며 위안하면서 나왔어.
전시장 매우 비좁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거의 줄서서 봐야 하는 상황이고... 몇번씩 발 밟힐 각오도 해야하며,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도 참아야 하는데..그래도 갈 거야? :)

Posted by: nuncooo at May 22, 2005 04:03 AM

볼까 말까 망설이던 중이었는디..
생각보다 괜찮은가봐요.
대영박물관 갔을 때 매우매우 지루했던 기억 땜시..
가이드 설명할 때 노닥거리다 카메라 깨먹은
악몽도 있고..ㅋㅋ
그래도 언니 글 보니 가고 싶네요. ^^

Posted by: 쫑은 at May 22, 2005 03:12 AM

볼까 말까 망설이던 중이었는디..
생각보다 괜찮은가봐요.
대영박물관 갔을 때 매우매우 지루했던 기억 땜시..
가이드 설명할 때 노닥거리다 카메라 깨먹은
악몽도 있고..ㅋㅋ
그래도 언니 글 보니 가고 싶네요. ^^

Posted by: 쫑은 at May 22, 2005 03:1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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