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nuncoo씨가 조금 더 사교적이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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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0, 2005

nuncoo씨가 조금 더 사교적이어야 하는 이유

일하는 곳에서 사귄 동료나 오래 알고지낸 친한 이들 말고 내게는 여분의 인간관계가 없다. 동네친구도 없고 오고가며 들러서 냉수 한 잔이라도 얻어마시는 친한 이웃도 없으니 이 동네에서는 딸기군을 빼고는 '관계'의 여분이 전혀 없는 셈이다.
몇 시간전, 소나기가 지나간 동네를 첨벙거리며 어슬렁거리다가 문득 내가 없는 영등포구 당산동을 떠올려보았다.
어느날 뭐라고 불러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 넌쿠,넌꾸 누군가에게는 눈쿠라고 불리는 nuncoo가 이 동네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사라진 이들의 행방을 쫒는 것이 취미인 어떤 이는 단지 그것이 그의 취미이자 사명이기에 홀연히 당산동에 입성, 넌쿠 혹은 넌꾸, 눈쿠라고도 불린 nuncoo의 행방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누가 그녀를 기억할 것인가.
일년에 두세 번, 그것도 얍삽하게 커트나 드라이 정도만 하고 가는 손님을 동네 미용실  원장이라고 해서 기억할리 없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가끔 들러 꼬마볶음김치를 사가던  여자...로 범위를 좁혀보지만 그런 여자만도 수십 명이 넘어서 이내 고개를 저어버린다.
근처 마트의 계산원도 추궁에 못이겨 머릿속을 뒤져보지만,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건 신용카드와 빨간색 페밀리카드를 내밀던 수천 개의 손 뿐이다.
갑작스런 탐문에 세탁소 주인은 회의에 빠져든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몇 년째 드나드는 단골의 동,호수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부인에게서  한 차례 잔소리를 들은 참이었다.

가장 구체적인 증언을 한 사람은 만화가게 청년이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죠. 밤 10시,11시쯤이면 손님이 없어서 저도 심심할 때거든요.
몇 권 이가 빠진 만화책을 찾고있던데... 그게 제 자리에 꽂혀있지않으면 대출중이거나 분실된 경우거든요. 사실 저도 파트타임이라 잘 몰라요. 같이 찾아보다가 금방 포기했죠. 그 뒤론 못봤어요. 안오더라구요. 저희 가게가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춥다고 얘기하는 것도 들은 적이 있거든요. 암튼 안와요. 적립금이 천3백원이나 남았는데. "



in Diary 2005
Posted by nuncoo at August 10, 2005 11:5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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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장편소설(掌篇小說)을 읽은 거 같아요.
'글 잘적으시네요'라는 칭찬은 안할해요,
너무 많이 들으셨을 거 같아서 말이죠 :)

Posted by: jhin. at August 11, 2005 10:55 PM

사람 찾는데 도사인 돌팔이 탐정 따위가 나섰는데...

+ 실례합니다.
- 뉘신지?
+ 예, 저 국가기관에서 나왔습니다.
- 국가기관?
+ 네, 국가기관.
- 국가기관이라면 저기 동사무소 같은 거 말이우?
+ (허참, 노인네가 유머감각도 좋으시네) 저, 그게 아니고 정보기...
- 그런데 무슨 일이우?
+ 아, 예 그게 혹시 넌꾸라는 사람 모르세요?
- 무슨 꾸?
+ 넌꾸요, 넌꾸.
- 넌쿠?
+ 아니요 넌쿠가 아니고 넌.꾸.
- 아아 넌꾸?
+ 네, 넌꾸.
- 그게 이름이우?
+ 아니요, 이름은 아니고 닉이라는 건데요?
- 닉?
+ 예, 닉.
- 그런데 닉이 뭐유?
+ 그게요, 이름 대신에 쓰는 별명이예요.
- 별명?
+ 네, 별명.
- 별명 한 번 희한하우. 우리땐 왕십리 쌍칼, 당산동 고무다라이 뭐 이렇게 별명을 지었소만...
+ 예, 예. 저 아무튼 넌꾸라는 사람을 아시나요, 모르시나요?
- 모르겠는 걸.
+ 그러지 말고 잘 좀 생각해보세요.
- 아, 젊은 사람이 날도 더운데 사람 귀찮게 구네.
+ 죄송합니다.
- 그런데 어떻게 생겼수?
+ 글쎄, 그게요
- 아, 목이 마르네.
+ (헐, 이 노인네가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네. 뇌물 달라시네.) 잠깐 기다리세요. 제가 뭐라도...
- 에이, 한 그래도 되는데...
+ (헉헉) 자 이거 드세요.
- 이게 뭐유?
+ 콜라.
- 콜라?
+ 네, 콜라.
- 에이, 난 콜라 못마신다우.
+ (헐) 그럼 뭐 좋아하세요.
- 난 비타 500 마시우.
+ 비타500이요?
- 그렇다우. 비타500
+ 그게 뭐예요.
- 참나 젊은 사람이 비타500도 모르슈?
+ 아, 예, 그게, 저, 제가, 그게
- 아무튼 나는 넌꾼지 넌쿤지 눈쿤지 눈꾼지 그럼 사람 몰라유.
+ 그럼 왜 진작 모른다고 말씀하실 것이지 목이 마르니 어떠니 하셨어요?
- 내가 언제?
+ 좀전에 그러셨잖아요?
- 누가?
+ 할머니가요.
- 내가?
+ 네, 할머니가요.
- 그랬나? 늙으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말이지.
+ 뭐 괜찮습니다.
- 아, 목말라 비타500 하나 먹었으면 좋겠네. 걸식이 영감은 대체 왜 안오는거지...
+ 누구요?
- 걸식이
+ 걸식이요?
- 그래. 걸식이. 문.전.걸.식.이.
+ 그분은 또 누구세요?
- 젊은 양반은 궁금한 사람 많아서 좋겠수. 나이 먹으면 사람도 다 귀찮은 법이라우.
+ 아, 네. (뭔가 아시는 것도 같고 모르시는 것도 같고...비타500인지 콘택600인지를 사다드려야하나 말아야 하나...)할머니, 이거 드세요.
- 아이쿠 뭘 이런 걸 다.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네...
+ 아, 예. 고맙습니다.
- 동사무손지 국가기관인지에서 일하신다더니 예의도 바르시구랴.
+ 네. 그런데 할머니.
- 날도 더운데 왜 자꾸 부르고 그러시우?
+ 넌꾸라는 사람 아세요 모르세요?
- 모른다고 했잖아유.
+ 정말 모르세요?
- 모른다니깐 그러시네...
+ 네, 그러세요. 아무튼 실례 많았습니다.

Posted by: 따위 at August 11, 2005 08:10 PM

김윤영의 유리동물원이 떠오르네요... 주변 진술로 풀어가는... 가끔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있고 싶기도 하지만 이따금 그닥 아는 사람도 없으리란 생각도 들기도 하네요...

Posted by: lunamoth at August 11, 2005 03:41 AM

어디 살든 동네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인데
동네사람과 개인적인 친분을 가져본 적은 없어서요.
너무 오래.. 이 동네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것 같아서 각성용으로 읊었는데,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내 생활에 끼어드는 건 역시 귀찮은 일이에요.


Posted by: nuncooo at August 11, 2005 01:59 AM

마치 탐정드라마의 대본을 보는 듯한..^^:

부정할 수 없는 건..
언니도 당산동에 익숙해졌다는 것...
그리고 아쉽다는 것...

새로운 동네에 터를 잡으면...
금세 잊혀지긴 하지만...

가끔 옛동네를 지나치면...
신기하고 재밌더라구요...
아..저 가게가 저렇게 바뀌었구나...

Posted by: 푸른땅 at August 11, 2005 01:2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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