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08, 2005
잎새
'잎새'란 말.. 참 예쁘네. 곤한 날들이라 내 속을 들여다볼 여유도 없고, 어쩌면 들여다보는 게 겁나기도 하고. 최근에 나를 위해 한 것이라곤 펜글씨를 자주 쓰자는 뜬금없는 결심뿐. 복잡한 고민 끝에는 늘 '펜글씨를 자주 쓰자' 같은 엉뚱하고 시덥지않은 결심으로 안착하는 게 나의 습성인터 결심이 발효될 즈음엔 그 근원은 잊은지 오래일 테지. 일터에서 어떤 이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며 '넌 힘들 때 어떻게 하니?'라고 물었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사적인 틈새가 전혀 없는 일터에서 개인적인 슬픔에 눈물을 흘릴수 있는 그녀의 자유가 부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여 어째 나는 서른 넘은 여자만 보면 다 내 피붙이 같을까.생각하다가 남 앞에서 우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한 번도 자유롭지 못했던 내 울음이 가여워..라고 혼자 읊조리다가 그래, 펜글씨나 쓰자. 그래도 나이 서른 넘은 여자가 아무 데서나 울 수는 없지.
그나저나 '잎새'란 말은 참 예쁘네.
Posted by nuncoo at September 8, 2005 11:50 PM
따위님- 21세기형 사주 운운하던 점쟁이아주머니도 뭔가 프로젝트를 하면 돈을 벌 사주라고 해서.. '프로젝트'라 하니 눈이 번쩍 뜨이긴 합니다만
그 넘의 프로젝트기피증이 있는 데다
잘 하던 일도 거창한 제목만 붙으면 하기가 싫어지는 심보라 이중삼중으로 누군가 감시를 하지 않는한
어렵지싶습니다 :)
그리고 꽃 필 때 다르고, 잎 있을 때 다르고
물들 때 모습이 다른 것이 나무라 .. 저도
모습만 바꾸면 하나도 못알아봐요. :)
"처음 본 모르는 풀꽃이여, 이름을 받고 싶겠구나"라는 시 구절이 먼저 떠오릅니다.
제가 구별할 줄 아는 나무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겨우겨우해서 한 열 개 남짓하더군요.
하긴 어디 나무뿐이겠습니까? 꽃이며, 풀이며, 돌이며, 곤충이며...
여름에 휴가가서 벌레 한 마리를 잡았는데 이름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습니다.그런데 레고 좋아하는 어떤 녀석에게 물었더니 재까닥 '장구벌레'하더군요.
넌꾸님 "잎새"들 보니 제 마음 어딘가 아주 간질간질합니다. 이 느낌은 뭘까요?
두루두루 공사다망하시고 이일저일 황망중에 동서남북 경황이 없으리라 사료되옵니다만 저처럼 덜떨어진 인간덜에게 나무 이름 가르쳐주기 대규모 프로젝트를 한번 기획하심이...
Posted by: 따위 at September 11, 2005 01:44 AM서른 넘은 여자가 아무 데서나 울수는 없지!
헉..이 말이 가슴에 박힙니다.
그래도,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이 노래 가사처럼, 언니에게는 '그대'라도 있잖아요 - -;
아, 그리고 상암 인디 영화관에 "루시아"라는
영화 하는데 대빵 재밌을 것 같다는 예감이~
전 오늘 저녁 볼라구요. 너무 늦은 시간에 해서
집에서 살짝 디비자다가 ^^
언니도 꼭 보세요. 좋아 할 삘인거 같은디~
넘 심심해서 헛질 해봤어요, 오전부터...
위에 글은 참말로 고상한디--;
아, 그리고 저 지하철에서 1000원에 4색 볼펜
6개짜리 샀거든요, 다음에 만나면 하나 줄게요
색깔 돌려 가며 쓰는 재미~ 요게 요게 또 끝내 줍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