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브로크백은 우리가 양을 치던 산 이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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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0, 2006

"브로크백은 우리가 양을 치던 산 이름이에요."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흥의 반,
아니 반의 반 정도는 같이 본 사람과 보게 된 상황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오늘 어떤 걸 봤어도 허기진 사람처럼 나는 영화를 빨아들였을 거라고 생각해도.
넓은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앉아서 마치 스크린과 나 하나만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영화에 몰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애써 영화 자체의 가치를 깎아내리려해도 ... 저녁때부터 지금까지 감동의 양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는 아마 서너번쯤, 강도가 다른 눈물이 찔끔 눈가에 고였다 사라졌던 것 같다. 에니스가 잭을 보내고 혼자 오열할 때, 실질적으로 마지막 만남이었던 강가에서 잭이 '우리에겐 브로크백 산 밖에 없어'라고 할 때. 로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잭의 죽음을 전할 때, 잭의 부모가 에니스를 맞을 때, 에니스가 잭의 옷장에서 잃어버린 줄 알았던 셔츠를 발견할 때, 그리고 에니스의 "I Swear."


이렇게 맘에 드는 영화를 만나게 되면 나는 꼭 하는 푸닥거리가 있다.
대개 그런 영화는 혼자 본 영화일 경우가 많아서 처음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서 영문도 모르는 그 사람에게 내 감동의 일부를 일방적으로 떠넘겨버린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미친듯이 O.S.T 음악을 찾아다니거나 비슷한 음악이라도 찾아 들어서 감흥에 살을 보태고 부풀려서 자뻑의 경지까지 기어이 가고야 만다.  이러면 나의 푸닥거리는 끝이 난다.

오늘은 푸닥거리를 하다가 원작소설에 얽힌 이야기를 읽었다. 와이오밍의 바에서 봤다는 60대 남자의 이야기가 슬프고, 묘한 느낌을 준다.


원작자 애니 프루는 ..1997년, 와이오밍의 한 바에서 6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목축 일꾼을 보았다.
금요일 밤이니까 말쑥하게 차려입으려고는 했지만, 그의 옷은 낡았고 부츠도 여기저기 얼룩지고 해졌다.
 
" 그는 마르고 구부정했지만 단단한 근육질의 남자다운 타입이었다. 그는 벽에 기대고 있었는데, 바 안에 가득한 수십명의 예쁜 여자들이 아니라 당구치는 젊은 카우보이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아마 단순히 당구게임을 구경하는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뭔가 비통한 갈망비슷한 것이 있었다. 나는 궁금해졌다. 혹시 그는 게이가 아닐까."
 


그러면서 그녀는 호모포비아적인 시골 와이오밍에서 성장하면서 자신의 느낌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혼란에 휩싸인, 자신의 느낌에 대해서는 더듬거릴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상상을 문자로 옮기는 과정은 훨씬 지난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쓰면서 그녀는 거의 60번 이상 퇴고를 거쳤다.
심지어 문구 하나를 찾기 위해서 몇 주씩 걸리기도 했다.
 
"글이 막힐 때마다 찰리 헤이든과 팻 매스니의 앨범 <Beyond the Missouri Sky>에 수록된 'Spiritual'을 들었다.
잭과 에니스의 뒤죽박죽 엉킨 감정과 그들 관계의 슬픈 불가능성이 그 음악에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내게 그 음악은 잭과 에니스의 주제가다."


출처: http://blog.naver.com/galapagos_55/100022169580  




덕분에 오랜만에 Beyond the Missouri Sky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자뻑의 최고경지에서 딸기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러브스토리처럼 이 영화도  위대한 사랑영화의 고전이 될 거라고.


in Culture
Posted by nuncoo at March 10, 2006 02:0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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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왜 닉이 퐁네프의 연인들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만
기다리고있었어. 블로그 소식. 어여 서둘러주길.

Posted by: nuncooo at March 12, 2006 01:47 AM

필름 2.0에 대대적으로 소개를 해 놓았길래..
완전 땡기는 영화였는데~
내일 봐야겠어요~ 나두 완전기대!!!
오늘 일요일은 영하 4도래~
다시 겨울이 오려나;;;

블로그 꾸미면 알릴게요
근데 이게 잘 안되네요;;

Posted by: 퐁네프의 연인들 at March 12, 2006 01:0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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