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러시아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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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11, 2007

러시아워의 추억

돌아보니 나는 러시아워에 시달린 기억이 없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오다가 문득 생각한다.
모두가 끔찍하게 생각하는 러시아워에 시달린 기억도 없이 나는 용케도 20대를 지나, 서른을 넘어 여기까지 왔구나.
몇 년전의 어느 저녁에도 자동차 앞 유리에 브레이크등이 붉게 번지는 걸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루의 피로로 몸은 푹 꺼지더라도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퇴근하는 저녁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하고 말이다.


9시 출근에 6시에 퇴근하는 보통의 회사원 생활을 아예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니... 사람들 사이에 끼어 공중에 발이 들린채 복잡한 지하철에 시달린 적이 나라고 왜 없을까. 하지만 크게 인상적인 기억이 없는 걸 보니 그다지 끔찍한 기억은 아니었나보다.
하긴 기간도 다 합쳐봐야 1년이나 될까. 인천에서 방배동으로 잠깐. 송파구 삼전동에서 뱅뱅사거리로 잠깐. 그리고 송파구 삼전동에서 여의도로 잠깐. 그 옛날 여의도 순복음교회 버스 정류장에서 소문으로만 듣던 겨울의 여의도 강바람을 맞으며 오지않는 30번 좌석을 1시간 이상 기다린 기억은 있지만 그 후의 나의 출퇴근 시간은 남들의 그것과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거나 여의도에서 5킬로미터를 벗어나지 않는 곳에서 살게되면서 러시아워의 부산함과도 서서히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뒤 기우는 해를 등지고 앉아서 동료들과 나누는 시원한 맥주 한 잔.
올림픽대로의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을 직접 목격한다든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동차의 불빛을 보며 집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을 가늠해본다든지, 이런 보통의 일상이 내게는 너무나 먼 일이었구나.


경험하지 못하고 지나온 것들이 어디 한두 가지겠냐만
러시아워를 일상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꼭 다행이고 행복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서 하고 있다.





 




얼마전 저녁 라디오에서 오랜만에 들은 Herb Alpert의 Rise.
그림에 나오는 저런 촌스러움이 그립다.
누구에게나 있었을법한 낭만스러운 어떤 한때가 그려지는 뮤직비디오.
어쩐지 내게는 저녁느낌의 곡이다.




in Diary 2007
Posted by nuncoo at February 11, 2007 11:5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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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ㅜㅜ
나도 하고픈 말은 길지만.
.....................

곰돌아
너는 성공할 거야.


Posted by: nuncooo at February 22, 2007 03:52 AM

출퇴근이 거실에서 서재로인 나는 요즘 아침부터 새벽까지 방에 박혀 있어. 방문을 보행기로 달려와 두드려 대는 아이를 외면한 채 하루종일 일을 하다 어쩌다 물이라도 마시러 나가면 아이가 퇴근을 맞아주는 강아지처럼 방문 앞에 있곤하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어......

Posted by: 곰돌이 at February 17, 2007 02:06 AM

으아 벌써 봄이구나.
벚꽃놀이 때문에 여의도의 교통정체를 걱정한 게 엊그제 같은데 그새 1년여가 흘렀어.
정말 일수라도 찍든지 해야지. 시간이 너무 흔적 없다.

Posted by: nuncooo at February 13, 2007 01:23 AM

기껏 썼더니 에러가 나서 다시 씀.(김빠짐.ㅠㅠ)
제목 보고 "러시아의 추억"인줄 알고
화들짝 놀랐다가 내용보고 웃었어.ㅋ
난 요즘 퇴근 6시잖어. 딱걸려.ㅎㅎㅎ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이야.
몸은 안따라주고 머리도 안따라주는데
생각만 많아진다는 건 안좋은 증상이지?
봄이 오기전에 함 보자궁.
꼭~!

Posted by: honeymom at February 12, 2007 11:4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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