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매리지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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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16, 2007

매리지블루

유이카와 케이 (지은이), 서혜영 (옮긴이) ,문이당


입사 동기인 두 여자.
한 사람은 '철저하게 전업주부로 살 거야!' 선언을 하고 결혼한다.
또 한 사람은 딱히 독신을 고집한 건 아닌데, 맨션 중도금도 갚아야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이 미뤄지다가 독신의 길을 걷는다.
그녀들의 27세부터 60세까지의 변화가 서로 교차하면서 마치 일대기처럼 펼쳐진다.
공교롭게도 그녀들의 두 가지 선택 사이에 어정쩡하게 낀 나는 (결혼한 여자로서의 정체성은 가오루와 가깝지만, 전업주부도 아니고 아이도 없으므로 일하는 노리코의 심정도 절절하게 와닿았다. ) '소설의 끝에선 결국 누가 더 행복할까?'  유치한 호기심에 얼른 페이지를 넘겼다.
어떤 삶이 최선일까.
어떤 삶이 더 행복할까.
잘 모르겠다.
일을 잠깐 쉬었을 때 나는 아무 데도 안 나가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놀 수 있다는 게 황홀하면서도 꽤 불안했다.
직업이나 일을 소거하고 나니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결혼을 한 여자는 일을 하지 않으면 '누구의 엄마'라도 되어야 한다.
아이도 없이, 직장도 없이,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는 무엇으로도 존재를 증명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노는 게 팔자가 아닌 나의 관성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지않은가.
메리지블루의 가오루와 노리코는 결혼을 계기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지만 요즘의 결혼은 더 이상 일하는 여성과 그렇지않은 여성을 가르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메리지블루]의 '결혼'이라는 기준은 이미 뒤떨어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결혼을 고민하고 있거나, 노리코의 경우, 가오루의 경우. 혹은 요즘 대부분의 여자들처럼 그 중간에 끼어 신음하고 있다면... 충분히 마음에 와닿을, 편한 친구에게나 할 수 있는 하소연 같은 이야기다.
게다가 이야기는 줄거리 중심이라 쉽게 쉽게 진도가 나간다.




아래는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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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후회하는 일 없으세요?"
"후회라면 죽을 만큼 했어."
"정말로요? 예를 들면 어떤 거요?"
"글쎄, 그때 결혼했으면 좋았을걸. 성질 급하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맨션 사는 것이 너무 빨랐구나, 뭐 이런 것들이지. 자잘한 것들까지 들자면, 셀 수조차 없을 정도야."
"그래요?"
"하지만 제일 후회되는건 말이야.
어째서 좀 더 나의 삶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하는 걸 거야.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만약에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하고, 또 하나의 인생을 멋대로 상상하면서
그것에 질투하는 거지. 언제나 내가 살지 않은 쪽의 인생에 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말이지.
사실 그런 건 아무 데도 없는 데.
인생은 한 쪽 길로밖에 갈 수 없는 것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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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카와 케이의 책은 이게 처음인줄 알았는데 지은 책 목록을 보니 읽은 게 하나 더 있다.
[이별의 말은 나로부터]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이별의 말은 나로부터]를 고르겠다.
[메리지 블루]의 장편의 속도감보다는 [이별의 말은 나로부터]에 나오는 단편의 여운이 더 매력있다.

in 책읽기
Posted by nuncoo at April 16, 2007 03:2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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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후회라면 저도 죽을만큼 합니다.
하지만 죽지는 않는다는거(무서워서인가...)

Posted by: nuzl at April 24, 2007 09:18 PM

'어깨 너머의 연인'만 읽었는데, 좋았어용~*-*
(다담주에 우리 꼭 만납세다, 온뉘~ 나 연수 댕겨
와서, 꼬옥~~~!!!)

Posted by: KJ at April 20, 2007 05:44 PM

가끔 서점 코너에서 보긴했는데... 그런 내용이군.
나도 한번 봐야겠다. 위의 글을 너무 공감이 가네.
난 전업주부도 일하는 엄마도 아닌 것 같아서.
잠시 시간이 날때는 그동안 아기와 못 놀아준 것을 자책하고 일할 때는 돈 많이 못 버는 것을 괴로워하는 이중의 삶을 살고 있다. 으~~
근데 글을 보니 그대 요즘 어찌 지내가 궁금 걱정 되네.

Posted by: 곰돌이 at April 16, 2007 04:04 PM

요즘 읽고싶은 책 없었는데,당장 봐야겠군..주말을 보내고 나면, 전투하러 다녀온 느낌이야.
주말에 호젓하게 혼자 좀 보내고 싶어
월요일 아침은 또 어떻구?
쌓아놓은 청소에 설거지에
빨래도 여러판 돌려야 할 지경.ㅠㅠ
삶은 이렇게 찌질하게 계속..되는거겠지?

Posted by: honeymom at April 16, 2007 09:19 AM

존재 증명에 대한 이야기, 공감합니다.
유이카와 케이 작품 중에서는 어깨 너머의 연인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매리지 블루 쪽이 더 가깝게 다가오네요. 연애 이야기는 이제 남 이야기처럼 들려서 그런 건지... ㅎ
어깨 너머의 연인도 걸리는 것 없이 술술술 읽혔던 기억이 나는군요.

Posted by: at April 16, 2007 07:1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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