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고요한 3시
 








Syndicate this site (XML)

January 05, 2008

고요한 3시

지금 이 상태가 좋다.
공부방  컴퓨터 앞에 앉아 고요히 벽과 마주하는 시간.
몇 시간 전에 나는 이 자리에 앉아 급전이 필요하다는 친구의 문자를 스무 통이나 넘게  받았다.
며칠 후에 돌려줄 테니 현금이 없으면 현금서비스라도 받아달라는 간절한 문자를 받으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친구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나가서 설거지를 잠깐 하고,  
어디선가 이상은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또 나가서
'헤어지고 나 홀로 걷던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하지만 이젠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걸...' 이라고 노래하는 이상은의 목소리를 들으며 빨래를 갰다.
워낙 행동이 느려서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나는, 그 대신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라디오 모니터를 해야할 때는 설거지를 하면서 라디오를 듣는다든지,  개야 할 빨래가 있으면 TV 볼 때 개려고 소파 위에 모아둔다든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런 식으로 나의 게으름은 어느 정도 보완이 될 거라고 믿고싶지만 실은 잘 모르겠다. 나름 노력하는 것일뿐.


아무튼 다시 고요한 3시로 돌아와서,
지금 이 상태가 좋다.
오늘 낮에는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의 절박한 문자를 스무 통이나 받은 건 일 축에도 못낀다.
모처럼의 휴일이라 미용실에 가다가 생뚱맞은 전화를 받고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대성통곡을 하다가 도로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고, 올해는 더 열심히 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다가 마음이 더없이 쓸쓸해져서 지난 이메일을 정리하기도했다.
몇몇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올해는 더이상 연연하고 싶지않은 몇몇 감정어를 떠올리기도 했으며, 중학교 동창이 12월 23일에 보낸 싸이 쪽지를 이제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벽 3시에는 크나큰 일도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된다.
이상은의 노랫말처럼 '홀로 돌아오는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언젠가는 끝날 테니까...
내 마음이 이처럼 고요해진 것을 보면 내일은 그럭저럭 비슷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in Diary 2008
Posted by nuncoo at January 5, 2008 03:19 AM


Comments

일하는 형태를 보니 그대도 나와 같은 데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네. 그게 반갑군.

지금 노트북의 자판이 낯설어 다시 자세히 들여다 보니 딸내미가 그림을 그려 두었군.

나의 일상을 이래서 고요할 수가 없나보네.

Posted by: 곰돌이 at January 14, 2008 03:39 PM

일을 쉬고나서, 난 고요한 오후 세시가 좋더라..


Posted by: honeymom at January 11, 2008 03:29 PM
Post a comment



이름 혹은 닉네임과
이메일 주소는 필수입니다.







Remember personal info?
( 'Yes'를 클릭해두시면 올 때마다 이름과 URL을
입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



이 숫자는 스팸코멘트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니
번거롭더라도 빈 칸에 그대로 옮겨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