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느닷없는 0907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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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7, 2008

느닷없는 0907 아침

오분간


나희덕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살배기가 뛰어내려 안기는 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로 걸어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가 버릴 生,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돌아보면 기억나지도 않을 아침.
창밖이 봄인지, 여름인기, 가을인지..., 이 자리에 앉아서 긴 세월을 견딘 것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아침. 1시간여를 책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in Diary 2008
Posted by nuncoo at September 7, 2008 10:33 AM


Comments

홀로 책상에 앉아 창밖을 내다 볼 수 있던 시간들이 그립다.
글 쓰던 여유가 그립다.
지유맘.....

Posted by: 곰돌이 at September 9, 2008 07:3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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