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멋진 하루, 멋진 영화
 








Syndicate this site (XML)

October 13, 2008

멋진 하루, 멋진 영화


사랑이 끝난 뒤,
여자들은 너무 많이 변해버리고...  남자들은 얄밉게도, 여전히... 그대로다.








"너때문에 내 인생이 꼬였어! " 라고 따지는 듯한 독한 눈으로 쳐다봐도 남자는 그저
눈부시게 웃을 뿐이다.  몇년 전, 처음... 내 마음에 덜컥,하고 걸리던 날처럼.


나의 연인이었던 그들도 그랬다.
오랜만에 다시 만났던 날.
센 척, 미운 척, 눈을 흘기는 내 앞에서 부끄러운 소년처럼 웃었다. 마치 처음 사귈 때처럼.
그 앞에 앉아있는 나는 이미 확 달라진,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걸 모르고 말이다.









' 내 눈앞에  있는 저 사람, 1년여만에 다시 만난 저이와 잘 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상상을 여자들은 하지 않는다. 아니, 여자들은 애써 그 생각을 밀어낸다.
' 저이와 계속 만났다면, 아직도 음침한 카페에서 음악이나 듣고 있겠지.'
' 펀드나 자동차 따위는 꿈도 못꾸고 있겠지.'
동네 카페 벽에 새긴 약속 따위는 잊은 지가 오래다.
그렇게 여자는 등에 꼿꼿하게 힘을 준 채, 독한 눈빛으로 앉아있다가 자리를 떨치고 일어섰다.
돌아오는 길에는 차를 세워놓고 혼자 눈물을 훔쳤던 것도 같다.
서로 다정했던 시간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제야 이별인 게 실감나서 였다.

   

멋진 하루


간만에 본 영화였고,
간만에 마음에 드는 영화여서
그날밤 곧바로 원작소설을 주문했다.
그런데, 소설은 그닥 끌리지 않았다.
영화에서 아련하게 그려지던 감정들이 소설에선 보다 선명할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보니 전도연의 표정이 소설의 문장보다 섬세하게 와닿았다 싶다.
결정적으로 소설 속의 도모로는 (병운처럼 2달만에 이혼한 이혼남이 아니라) 이미 유부남인데다 영화 속의 병운만큼 사랑스럽지 않다.
 
병운의 후드티와 자켓이 딱 병운스럽다 했는데, 하정우가 준비한 50여벌의 의상중에 고른 것이란다.
꾸부정한 자세로 뒷짐을 지거나 주머니에 손을 구겨넣은 자세도 치밀하게 계산된 거란다. 하정우는 참 영리한 배우구나.


그리고 이윤기라는 감독도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툭 나왔다가 사라지는데도 튀는 느낌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50만원, 100만원, 돈이 쌓이는만큼 병운이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드러나고, 까칠했던 희수도 흔들리고,
나 또한 아반테 조수석에 동행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들과 흡수된다.
그리고 끝내는 한 번 더 병운의 얼굴을 보고싶어서... 희수가 지하철역 옆 차도에 더 오래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여전히 대책없는 병운의 모습을 보고, '그래 헤어지길 잘했어!' 위안을 얻고자 찾아온 건 아니었지만...
회사는 망하고, 결혼도 못하고,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신세라 병운에게 실컷 욕이라도 퍼붓거나 엄살을 부리고도 싶었지만... 바닥을 치고나서 바닥에 있는 병운을 보니 그라고 설렁설렁 살아온 것만은 아니었다.
"너도 상처란 것을 받아본 적 있니? .. 그땐 조금 슬펐어..니가 헤어지자고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구...나는 날 만나서 행복한 줄 알았는데..그래서 그때 니 얼굴이 떠오르면, 조금 슬펐어. " 



희수가 차를 유턴해서 병운을 바라보던 눈길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는 글쎄, 모르겠다.
이제야 알게 된 병운이란 사람에 대한 연민인지.....
'네가 훈훈한 놈이라는 건 알게 됐지만, 그렇다고 집도 절도 없는 너한테 또 뛰어들어서 같이 바닥칠 수는 없어.' 이런 안타까움인지.........
나처럼 '이제야 진짜 이별이구나.' 실감한 건지.........
'백수에, 결혼은 못하고, 자동차 할부금은 밀려있지만, 이제는 질질 짜지 않고,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볼 거야.' 하는 다짐인지...
'빚을 마늘즙으로 눙치려고 하다니, 그렇다면 남은 빚은 영영 못받게 되는 걸까' 하는 좌절감인지..
 


in Culture
Posted by nuncoo at October 13, 2008 02:12 AM


Comments

스폰즈하우스 > 스폰지하우스
http://www.spongehouse.com/

Posted by: jhin. at October 19, 2008 10:49 PM

스폰즈하우스에서 아직 하고 있답니다.
오늘 보고 왔어요.

Posted by: jhin. at October 19, 2008 10:48 PM

이 글이 좋아서 영화보려 했더니 볼수가 없더군. 흥행은 실패했나봐. 대충 글만 봐도 어떤 느낌인줄은 알겠지만 아쉽더라. 나 이 글 좋아서 살짝 퍼가서 몇명과 함께 토론을 했다우..미안해..^^ (비공개카페)

Posted by: honeymom at October 16, 2008 10:32 PM
Post a comment



이름 혹은 닉네임과
이메일 주소는 필수입니다.







Remember personal info?
( 'Yes'를 클릭해두시면 올 때마다 이름과 URL을
입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



이 숫자는 스팸코멘트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니
번거롭더라도 빈 칸에 그대로 옮겨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