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는...

1915년 경기도 가평군 북면 화악리 새댕이 마을에서 태어나
1926년 열두살 어린 나이에 강원도 양구군의 화전민 집안에 민며느리로 시집가고
평생 자기 땅 한 뙈기도 없이 덤불을 베고 불을 질러 씨를 뿌려가며 연명해야 했던 이광용 할머니의 삶의 이야기.

                 


시집 갈 때 - 그 시집인지 알고 갔겠나? 열두살에 갔는데- " 그 집에 가면 밥도 배고프지 않게 먹고 옷도 잘해 준다더라 " 그래서 왔지. "울면은 다시도 엄마 못본다"고 해서 울지도 못허고 " 니가 울고 가면 엄마는 다신 못 본다"고 한 틈에 울지도 못하고 왔네. "가서 울지 말고 잘 개 있어야만 인제 또 간다. 널 보러 간다" 이러더라고.그래서 가매 타고 왔어.

열두살에 와서 일헌 거. 일 허면서 내가 신세타령 헌 것. 내가 지껄인 것도 있지. 나 혼자.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자식이라고는 나 하난데 어떻게 못 먹이고 못 입헤 가지고 어린 것을 남을 줘서 내가 이런 고생을 허는가. 그래 눈물 흘릴 때도 많고 그만 때는 신랑도 몰르게 구석구석에 가서 눈물 흘릴 때도 많고. 왜 눈물을 흘리나? 여느 때는 고만두구두 비가 이렇게 출출허게 오며는 - 우리 어머니가 담배 피우거든- 우리 친정어머니가 담뱃대를 떡 피워서 물고 문턱에서 내다보고 한숨만 쉬고 담배 피던 생각을 허면 눈물이 한정없이 나오고 그래서 많이 울고, 그 울던 생각을 허면 내가 기차. 기차지.

자식들 키우는데, 그 자식들을 첨에 나서 오골오골 클 적에만 구여워서 기분이 좋았지. 키워놓고 자식들을 가르칠 걸 가르쳐 놔야지. 그러지 못했으니 뭘 허나? 부모 구설도 못 허고. 부모 구설을 전혀 못했으니 뭘 해.나는.
옛날에 내가 자식들을 키우고 나니 우리 영감은 바람둥이가 되어 돌아다니고 놀아 나. 인제 시어머니, 시아버지는 다 돌아가시고 없고 그때 내가 벨 장사를 다 했다. 빵 장사도 허고 그릇 장사도 해보고. 으떤 데는 가며는 쌀 한바가지씩 팔려. 근데 으떤 날은 가면 전혀 안팔려. 그럴 땐,아. 혼자 오면서 눈물도 많이 흘리고 " 세상에 요럴 수가 있는가" 이러고 .... 내가 시방도 생각허면 그게 눈물이 앞을 가려.

그래두 나는 그때만 해두 어떤 생객이 들었갔냐문. 우리 어무이 아부지가 다 읃어준 남편을 버리구서 가며는 내가 죄 맞을 것 같애서. 시방 웬만헌 여자들 뻔쩍허면 도망가데? "그래두 부모가 다 읃어준 남편인데 그 죄는 어디로 가까? 다 내한테 오겠지" 그 생객이 들어가서 숱한 고생 하면서두 살아 나왔어. 인제는 어디 갈래두 인젠 누가 붙잡는 사램 없지. 송장이야. 송장.

남이 먹는 걸 먹어 봤나. 남 입고 다닌 옷을 입어 봤나. 남 어디 귀경 댕긴 데를 가봤나. 게 우리 영감하고 난 둘이 있어도 그래. "남들은 저기 간성 가 보니까 어디메 관광 갔다 오고 어쨌다고 그러데 여보. 우리는 뒷간밲에 갔다온 데가 없어" 그러고서 혼자 어떤 때는 눈물이 난 때가 많아. 참 한심해. 사람이 타고날 때는 다 똑같이 타고 났는데 그렇게 복이 없고, 세상에 우리 어머니 아버지헌테서 탄생허고 날 적에 복을 요거만 타고 났는가. 내가 이래서 잠 한나도 못자고 허는 때가 많아. 어떤 때는 내가 아침에 일어나 그래." 아이고, 하루 더 살았네"
그러면 " 무신 소리가. 하루 더 살았다고?" 그래.우리 영감이. "어찌게 잠 한 숨 못잤으니까 하루 더 살은 거지" 그래 내가. " 왜 못 잤나?" 그러면 " 잠이 안 왔으니까 못잤지. 이렇게 세월을 산 내가 한심해. 한심해. 사람 구실을 못허구 살다 죽을 생각을 하면 그게 한심해"

그이가 자식들에게 하는 마지막 부탁은 그이가 죽으면 화장을 하라는 것이다. 둘째 아들 만재는 " 엄마, 난 그 짓은 못해. 내가 아무리 홀애비로 댕기도 엄마, 내가 그 짓은 못헌다"고 말하며 손을 휘휘 내두르지만 그이는 자신의 몸이 화장 당해 산골짝에, 시냇가에 뿌려지는 것이 소원이라고 그이 아들을 만날 때마다 말한다.
그렇게 고집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서도 불교의 윤회 사상에 대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자기 몸이 그렇게 산천에 뿌려지면 다시 태어나도 " 고상, 고상, 말로 다 못하는 고상"하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고 그저 한 그루 나무나 한 포기 풀로 태어나 한 세상 평안하게 살다 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뿌리깊은나무 민중 자서전 16 .
마지막 화전민 이광용의 한평생 " 여보 우리는 뒷간밲에 갔다온 데가 없어" (1991)

1991년 그이 나이 일흔일곱살.
올해는 몇인가. 올해 그이 나이는 몇인가. 아직도 강원도 고성군 진부리에서 묵밭을 일구며 살고계실까? 헤아려볼 때마다 삶이.. 사무친다.
2,3년에 한 번씩 느슨해질 때마다 머리 맡에 두고 보는 책.

Posted by nuncoo at 04:33 AM | in 책읽기 | Comments (2) | TrackBack (0)

다 빈치 코드- 내맘대로 캐스팅

1. 소설이 아니라 헐리웃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인데 그렇지 않아도 영화화 되서 2005년에
개봉된다고 한다. 실제 캐스팅이 어찌되는지는 모르지만
내 맘대로 배우와 짝을 지어보았다.

감독: 론 하워드 (이건 확정된듯)
로버트 랭던 : 해리슨 포드  를 염두에 두고.. 그것도 해리스 트위드를 입은
해리슨 포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인물인듯 하지만 해리슨 포드는 너무 늙었다.
러셀 크로우 나 데이빗 듀코브니 는 어떨까?
러셀 크로우는 내면이 좀 복잡해 보이는 인물이라 2% 넘치는 것 같기도 하고.
데이빗 듀코브니는 기호학 및 도상학에 조예가 깊은 하버드의 교수 역할이 버거워보이긴 한데
더 나은 배우가 떠오르질 않는다.

소피 느뵈: 샤를리즈 테론 .. 넥스트 니콜 키드먼 같은 이미지에 조금만 더 활력을 더해서.

사일래스: 틸 슈바이거 .. 선천적으로 분노를 품고 태어난 것 같은 눈빛. 
책에서 처음 사일래스와 마주친 순간 틸 슈바이거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레미 티빙: 일생을 성배찾기에 바친 부유한 역사학자. 결국에는 그가 스승. 모든 음모의 주동자..
숀 코네리는 너무 늙었나? '장미의 이름' 영향으로 ..너무나 안이한 캐스팅.

파슈 반장: 대니 드 비토 (음, 프랑스출신 배우이어야 할까?)

이렇게 간다면 제작비가 넘쳐서 중간에 영화가 엎어지거나 해외 로케 같은 건 꿈도 못 꿀지도.

2. 로즈 라인(Rose Line)- 지구의 본원적인 자오선, 경도 0에 해당하는 세상의 첫 라인, 북극과 남극을 잇는 상상의 선.

3. 아나그램에 얽힌 다양한 예 - 행성-Planets-이란 단어의 철자를 흩뿌려놓고 뒤바꿔 조합하면 무려 92개의 단어를 만들 수 있다.

4. 오푸스 데이 (Opus Dei) : 한국 오푸스 데이

5. 이것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냐.. 랭던의 말로 대신한다.

" 소피, 세상에 있는 모든 믿음은 허구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그것이 믿음의 정의요. 우리가 증명할 수는 없지만
진실이라고 상상하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오. 모든 종교에서 신은 은유와 암시, 과장을 통해서 묘사해요.
초기 이집트 인부터 시작해서 현대의 일요예배학교까지 말이오.
은유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우리의 마음이 받아들이도록 돕는 수단이오.
문제는 우리 자신의 은유를 말 그대로 믿기 시작할 때 발생하는 거요"

6.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건, 우리가 이미 헐리웃 영화의 공식에 완전히 길들여졌다는 의미.


추가
뒤늦게 IMDB를 찾아봤더니 거기도 캐스팅에 대한 의견이 분분.
아론 에크하트가 랭던.
케이트 윈슬렛이 소피.
윌렘 데포가 사일래스 역으로 캐스팅이 됐다는 얘기도 있고 ( 윌렘 데포는 그럴듯하다. 믿을 수 없는 얘기지만)
그외 랭던 역으로 제프 브리지스, 톰 크루즈, 존 쿠잭, 발 킬머, 피어스 브로스넌, 데니스 퀘이드, 에릭 바나, 클리브 오웬, 조지 클루니, 리차드 기어..
하다못해 저자인 댄 브라운을 추천하는 사람도 있다.
소피는 줄리 델피, 소피 마르소를 추천하는 사람도 있고, 리브 타일러도 그들이 미는 후보.

Posted by nuncoo at 01:39 AM | in 책읽기 | Comments (0) | TrackBack (0)

외면- 루이스 세풀베다

수면유도용으로 <외면>이 선택된 것은 단편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는데 3주가 걸린 것은 수면유도장치 같은 게 필요없을만큼 쉽게 잠이 들어서가 아니라
첫 작품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다.
쉽게 잠들수 있겠다 싶은 날은 단편들 중에서도 짧은 걸 골라서 읽는 게 내 습관이고,
이 책을 처음 손에 잡은 날도 몸은 이미 수면에 빠졌으나 정신만 몽롱하게 깨어있는 상태라서 짧은 걸 골랐는데, 내 집중력이 모자라서였는지,
이 꼼꼼한 소설가의 세밀한 묘사 때문이었는지 한 문장도 머릿 속에 주워담을 수가 없었다.
그날 처음 선택된 것이 '공원에서 사탕과자를 파는 남자'였나? '어제 신문'이었나?
'산티아고에서 사라진 집'으로 시작했더라면... '솔로르사노 부인에 대해 말해주마'로 시작했더라면...
3주 전에 이미 난  잠자기를 포기하고 어젯 밤처럼 .. 늙은 개가 된 양 쓸쓸하게 침대 밑에 널부러져 있었을 것이다.

" 이 커피에서는 실패의 맛이 나" 라고 말하던 그녀. (커피)

녹색문이 달린 노란 집. 공을 췬 청동 손이 달린 집을 찾아 18년의 오솔길을 거슬로 올라가는 남자. 하지만
" 이제 그 오솔길로는 절 대 돌아갈 수 없었다, 이룰 수 없는 불가능에 대해 처음으로 느꼈던 고통과
너무나도 아름답고 행복할 수도 있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나는 빨리 잊었다. 아주 빨리 잊었다. 환멸을 느낀 말들은 샛길을 보지 않는 법이다" 라고 말하는 남자. 
(산티아고에서 사라진 집)

" 이리 와라, 너에게 필라르 솔로르사노에 대해 말해주마" 라고 말하던 불행했던 기계 발명가 돈 블랑코 노인. 
(솔로르사노 부인에 대해 말해주마)

우물은 썩었고, 철로는 녹슬고 사방으로는 사막과 고독만이 펼쳐져있는 북쪽으로 유배된 열두명의 남자들.
그들은 온몸으로 시를 쓴다.
"파블로 선생님, 우리는 어쩌면 낡은 연장으로 새로운 시를 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나긴 기차에게]라는 제목의."
" 도주 계획이라고는 생각하지 마.  그냥 뭐라고 말할까? 그 놀이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계속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다는 거야...."
"점쟁이가 말했듯이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느 유리구슬을 통해 보느냐에 달려있다고 했소.
알겠소? 생선 장수가 프라이팬에 생선을 던질 때 말하는 것처럼 우리도 아직은 완전히 맛이 가지않았소. 우리는 <팜피노>를 타고 갑니다.
여보게, 여행이 아주 길 테니 단단히 각오하시오."  ( 톨라의 기록 )

그리고

무언가를 잃었거나 빼앗겼거나 어긋났거나 삶으로부터 호의적인 시선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한탄한 적이 있었다면.
가장 간절하게 원했던 것은 다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고 느낀 적이 있다면.
어느 날. 갑자기 몰려드는 추억에 압사당할 것만 같은 날.
 "그래,  다 그냥 스쳐가는 것이었어" 라는 말이 툭 튀어나올 때의 쓸쓸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

그리고 촘촘한 묘사와 긴 문장에도 지치지 않는 집중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Posted by nuncoo at 10:41 PM | in 책읽기 | Comments (0) | TrackBack (0)

Snowcat의 뉴욕 3부작

출처: Snowcat Home

여기에 가면 :달의 궁전:도 있다.

Posted by nuncoo at 12:26 AM | in 책읽기 | Comments (0) | TrackBack (0)

기타는 고작 6줄의 현을 통해 전해지는 인간성이야

4권까지 보다 말았던 'Beck'을 다시 잡았다. 귀여운 유키오는 열심히 아르바이트 한 끝에 꿈에 그리던 기타를 사고...... '벡'은 '그레이트풀 사운드 섬머페스티발'에도 나가고.... 드디어 미국투어를 시작!! 중간중간 곁가지가 많아서 만화가 왔다갔다 하긴 하지만 날로 성장하는 유키오의 모습을 보는 건 참으로 흐뭇하다.
하지만 '류스케'를 만나기 전까지는 유키오도 평범한 소년이었지.





"나는 미래에 어떻게 될까?"

이즈미선배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였나?


 

"그런데 왜 밴드이름을 'Beck'라고 한 거야? "

"벡은 그냥 류스케가 기르던 누더기 개 이름이야"


드디어 그 이름도 이상한 '그레이트풀 사운드 썸머 페스티발'에 나가게 된 '벡'. 하지만 그들의 공연에는 위험한 계약과 음모가 숨어있는 걸? 그래도 그들은 신나게 노래하지.

 


시애틀의 지미 헨드릭스 무덤 앞에서 다시 만난 벡의 다섯멤버! 그들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 궁금해지는군.

Posted by nuncoo at 09:33 PM | in 책읽기 | Comments (0) | TrackBack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