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a Told Me 1-26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읽듯'. 본다는 표현보다는 읽는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만화 Papa Told Me.





"내가 사랑하는 건 역시 책과 조용함 . 느긋하게 흘러가는 시간뿐인가 " "그건 간단히 말하자면 '게으름뱅이'란 얘기잖아요." Papa told me 14권 .................... 치세의 친구 '쿠미코'네 집은 78층 초고층 아파트에 산다 "78층만큼 내려가서 수퍼에서 햄 따위를 사는 건 왠지 힘들 것 같아" "그치만 고속엘리베이터라 순식간에 내려간대. 더 편하지 않나?" "아니- 정신적으로. 나갈 때마다 250미터씩 이동해야 하나 생각하면." "에이, 아빠는.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250미터는 아무 것도 아냐 우리 집에서 새로 생긴 대형서점까지의 거리밖에 안 될걸? 그 도로가 세로로 되어있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Papa told me 2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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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지녀야할 자질은 매혹이다

언젠가 사랑에 대해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사랑의 순간은 '매혹'의 순간 뿐이며 그 후엔 끝없는 하강과 훼손의 과정만 남았다는 걸 실감하는 건 몹시도 슬픈 일이지요.

상관없는 얘기지만.... 기사보기

“작가가 지녀야 할 자질은 ‘매혹’이다”

칠일 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강연록 /송병선 옮김 현대문학/ 1만2000원
‘스티븐슨이 말했듯이 ‘매혹’이란 작가가 가져야만 하는 근본적인 자질 중의 하나입니다. 매혹이 없으면, 나머지는 모두 소용없는 것입니다.’(16쪽)

이 책은 보르헤스<사진>가 칠일 밤에 걸쳐 강연한 일곱 가지 문학 얘기를 주제별로 묶은 것이다. 1977년 여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콜리세오 극장에서 행했던 강연 초록을 여러 차례 수정한 끝에 1980년에 발간했고, 이번에 한국어로 초역됐다. 그가 선택한 주제들은 ‘신곡’ ‘악몽’ ‘천하룻밤의 이야기’ ‘불교’ ‘시’ ‘카발라’ ‘실명’ 등이다. 죽는 날까지 마치 유언장처럼 그를 뜨겁게 달군 주제들이라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독자들에게는 수많은 고전과 현대물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일종의 독서 에세이로 보일 것이다. “천국은 도서관과 같은 곳”이라고 비유한 보르헤스는 1955년 아람부루 정부에 의해 국립도서관 관장으로 임명됐다.(231쪽)
아르헨티나 출신의 그(1899~1986)는 평생 자신을 따라다닌 수많은 수식어 중에서 ‘도서관장’이란 직함을 가장 영예롭게 생각했다. 밀튼이나 제임스 조이스가 말년에 시력을 잃었듯이 그는 도서관에서 엄청난 양의 지식에 함빡 빠졌다가 작가로서는 치명적인 실명에 이르게 된다. ‘20세기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 현대 환상문학의 거장, 소설을 죽음에서 구해낸 작가’로 불리는 보르헤스는 이 책에서 그가 어떤 작품과 사상들에 연결되어 있는지를 분명하게 밝혀준다.
문학 속의 보르헤스와 더불어 현실의 보르헤스를 보여주고, 인간적인 보르헤스도 알게 해준다. 이 책을 한마디로 줄이면 보르헤스의 문학적 운명을 밝히는 책이다.

‘항상 나는 내 운명이 무엇보다도 문학임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내게는 수많은 나쁜 일과 몇 개의 좋은 일이 일어날 것임을 예감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모든 것, 특히 나쁜 일들이 장기적으로는 글로 변할 것임을 알았습니다.’(246쪽)

또 한 가지. 보르헤스의 어머니인 레오노르 아세베도는 99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아들의 책 한 권을 침대 머리맡에 놓아 두었다. 그러나 그 책을 제외하고는 보르헤스의 집에 그의 책은 한 권도 없었다.
보르헤스는 자기가 사랑하고 아끼는 책들과 ‘중요하지 않은’ 자기 책들을 뒤섞어 놓는다는 것을 참을 수 없는 허영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267쪽)

(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

Posted by nuncoo at 05:41 PM | in 책읽기 | Comments (14) | TrackBack (0)

삐에르는 잔느를 사랑한다

삐에르는 잔느를 사랑한다.
사고를 당해 잔느는 한쪽 팔을 잃어버렸다.
다른 사람의 팔을 그 부분에 이식시켰다. 삐에르는 여전히 잔느를
사랑한다.
얼마 안있어 잔느는 심각한 신장질환에 걸렸다. 신장이식 수술을
했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삐에르는 변함없이 잔느를 사랑한다.
또다시 사고가 나서 그녀는 온몸에 화상을 입게 되었다.
광범위한 피부이식 수술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잔느는 심각한 심장병 선고를 받았다.
심장이식 수술을 고려하게 되었다.
삐에르는 여전히 잔느를 사랑하는가?
그 자신의 것이 아닌 팔과 신장과 피부와 심장을 갖고 있는
이 가엾은 잔느는 여전히 그가 사랑했던 잔느인가?
그녀는 몇 킬로그램, 몇 제곱미터까지 이식받을 수 있었으며
그래도 여전히 그녀는 이전과 똑같은 사람인가?
삐에르의 사랑의 대상인 잔느라는 사람은 킬로그램으로,
제곱미터로도 측정될 수 없으며 남아있는 부분과
이식된 부분의 양으로도 측정될 수 없다.

- 쟝 베르나르 (Jean Bernard ): 프랑스 혈액학 전문의
<생물학에서 윤리학까지> 뷔셰-샤스뗄 출판사, 빠리, 1990

*10여년 전에 구독했던 'The Unesco Courier '라는 잡지에
실렸던 글.

Posted by nuncoo at 07:54 PM | in 책읽기 | Comments (0) | TrackBack (0)

낙하하는 저녁

마음에 와닿았던 몇 구절을 옮겨적는다. 좀처럼 연애소설에 감정이입이 안되는 요즈음.





김난주 역/에쿠니 가오리 저 | 소담출판사(sodam) | 2003년 10월



"나는 다케오가 나간 후에도 울부짖지 않았다. 일도 쉬지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 살이 찌지도 야위지도 않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긴 시간 수다를 떨지도 않았다. 무서웠던 것이다. 그 중 어느 한 가지라도 해버리면 헤어짐이 현실로 정착해버린다. 앞으로의 인생을, 내내 다케오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하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코가 왠일로 신문을 펼쳐놓고 그 위에 누워, 이러고 있으니까 군고구마가 된 기분이다, 라고 말했다 나는 손에 든 카페오레를 마셨다. 그 명쾌한 비유에 뭐라 대꾸해야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라디오 되게 좋아하네"
내가 말하자 하나코는 담요를 둘둘 말고
" 한 프로그램 끝나면 허전해지니까, 그래서 좋아. 한 프로그램이 끝날 때면 친한 사람이 곁을 떠나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야. 그 느낌이 좋다는 거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 들었거든. 아직 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되면 역시 가버리잖아. 라디오는 정확해"


"콧노래는 참 이상하다. 왠지 쓸쓸하다 싶을 때 부르면 정말 쓸쓸하게 울린다. 다케오는 뭘 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확신한다. 다케오도 쓸쓸하다고, 어린애 같은 고독. 아무와도 나눌 수 없는. 다케오는 그래서 이 집을 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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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식물학 -밑줄긋기

1. 사과

* 신대륙이 생물학적 측면에서 정착되는 과정은 정착민들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되었는데, 이들은 신고 있는 장화 밑바닥 홈에 혹은 말의 사료자루에
화초와 풀의 씨앗을 묻혀 들어왔으며, 혈액과 내장에는 미생물을 담아왔다.

* 사과는 진정한 의미의 길들여진 과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사과는 돌보지 않아도,함부로 다루어도, 내팽개쳐놓아도, 알아서 잘크고 훌륭한 열매를 탐스럽게 맺는다.

* 한 세기 전만 해도 수천 종류의 사과를 사고 팔았는데 요즘 재배하는 사과는 대여섯종밖에는 안된다.
'레드 딜리셔스' '골든 딜리셔스' '조나단' '매킨토시' '콕스 오렌지 피핀' 정도 -93p

2. 아름다움 / 튤립

*한 시인이 '완전히 공짜로 주어진 축복' 이라 부른 이 아름다움의 심오한 신비스러움에 관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아름다움이란 정말 공짜일까?
아니면 아름다움에도 목적이 있는 건 아닐까? - 105p

*튤립은 아이들의 꽃임에 틀림없다. 다른 어떤 꽃보다 그리기도 쉽고 빛깔의 스펙트럼도 단순해서 크레용으로 선을 죽 긋기만 하면 된다 -106p

*약 350년 전까지만 해도 서양에서는 꽤나 생소했던 이 튤립은 잠깐 사이에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집단적인 광기를 불러일으켰다.
꽃이, 다른 것도 아닌 일개 꽃이, 1634년과 1737년 사이의 네덜란드에서 만큼이나 역사 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적은 전무후무하다. -107p

* 믿어지지 않지만 에덴에는 꽃이 없다.

* 자연선택은 꽃이 시각, 후각, 촉각과 관련된 여러 경이로운 수단을 활용하여 특정한 곤충이나 새, 심지어는 일부 포유동물의 주의를 끌어 이들과 소통하도록 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단순히 화학적 물질 뿐만 아니라 기타 신호들,
때로는 일종의 상징을 이용하는 꽃도 많다.
일부 식물은 가루받이를 위해, 그리고 식충식물은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생물이나 사물로 형태를 바꾸기까지 한다.
특히 오프러스 난초는 종에 따라 벌이나 파리와 같은 곤충을 닮은 기이한 모양을 띤다.
이 꽃은 곡선이라든가, 반점, 수염 등의 생김새가 특정 곤충의 수컷이
뒤에서 바라보기에는 영락없는 암컷으로 애간장 깨나 녹일 형상이다.
식물학자들은 수컷의 곧 이어지는 행동을 '허위교미'라 부르고
이러한 행동을 유발한 이 꽃을 '매춘란'이라 부르기도 한다.
수컷이 한바탕 일을 치루려고 안달하는 동안, 난의 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

* 아름다움과 건강함 사이에는 분명 상관관계가 있다.
거의 모든 생물에게 아름다움은 건강의 확실한 척도이며,
따라서 짝을 선택하는 완벽하고도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진화 생물학자들의 믿음이다.
현란한 깃털장식, 매끄러운 털, 대칭적 몸매는 한 과학자의 말마따나 '건강의 보증수표'로 기생충에 대한 저항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선전하는 셈인데,
그 외에도 자신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네덜란드가 튤립과 오랫동안 화려하고도 불명예스러운 관계를 맺게 된 원인으로 도둑질을 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신화에서도 도둑질이나 그에 따른 자괴감이 인간이 이룬 업적의 근간이 된 사례는 아주 많다.
프로메테우스가 태양으로부터 불을 훔친 것이나, 이브가 지식의 열매를 맛본 경우를 생각해보라.
자괴감은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특히 지식이나 아름다움을 성취하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비용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는 꽃에 가벼운 고통을 안겨주면서까지 꽃을 꺾어 집안으로 들여오는 사소한 도둑질, 이 모든 곳에 자괴감이 존재한다.

*1608년에 프랑스에서는 한 제분업자가 자신의 제분기를 알뿌리 하나와 바꾼 일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어떤 신랑은 단지 튤립 한 송이만을 지참금으로, 그것도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튤립은 'Mariage de ma fille(내 딸의 결혼식) '라고 불리게 되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쳤을 사실 한 가지는,
튤립을 터뜨리는 조화를 부렸던 것은 다름 아닌 바이러스였다는 점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바이러스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튤립의 아름다움은 이내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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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폴란 저/ 이창신 역/ 최재천 감수
출판사명 : 서울문화사
발행연도 : 2002년 01월 31일

꽃들에게 경배를!

Posted by nuncoo at 04:09 AM | in 책읽기 | Comments (1) | TrackBack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