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9-딸기의 모로코

사막에서 별을 보는 게 꿈이었던 딸기군이 찍어온 사진이다.  시간이 없어서 깊이 들어가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꿈꾸었던 사막의 로망과는 거리가 좀 있었나보다. 표정이 그랬다. 밤에는 오리털 침낭 속에 쏙 들어가있어도 추웠다고 했다.  그래도 지는 햇빛을 받은 모래의 색깔은 참 아름답지 않은가.

오늘에서야 여행사진을 정리하고 인화를 주문했다.  지루한 여행기는 앞으로 천천히.  올해의 반은 아마 여행 다녀온 기억으로 그럭저럭 버티겠지 싶다.






오른쪽 아래는 딸기군이 사막 모래 위에 쓴 nun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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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8- 세상 영광의 끝

세상 영광의 끝: Finis Gloriae Mundi -Valdes Leal  (1670-72  Oil on canvas, 220 x 216 cm  Hospital de la Caridad, Seville  )


그림을 여기 걸고 싶어도 차마, 올려놓지 못하겠다. 관심 있는 사람은 링크를 눌러보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큰 크기로 해놓고 자세히 들여다보길 권한다. 임신부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돈 후안의 모델로 알려진 세비아의 귀족 '미겔 데 마냐라'라는 사람은 물려받은 유산으로 매우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잘못을 깨닫고 이후부터는 수도승 같은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가 말년에 지었다는 자선병원. 지금은 병원 겸 빈민을 위한 시설로 쓰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병원 안,전혀 있을법하지 않은 곳에 이런 명화들이 걸려있다.
여행가이드 책의 세비아 '자선병원' 파트 맨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이곳에서 ... 발데스의 '세상 영광의 끝'은 꼭 봐야 할 걸작으로 꼽힌다. ]


관광객도 없고,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른 아침 조그만 교회당 안에서 나는 바로 저 그림 앞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충격이었다.
그림에는 제목은 커녕 소개글 하나 없었지만 나는 그것이 '세상 영광의 끝'임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썩어들어가는 육신과 그 안에서 기어나온 벌레들이 바로 눈 앞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은 무덤 속 풍경은 너무나 직설적인 '세상 영광의 끝'이었다.
세비아에 가는 사람은 자선병원에 들러 저 그림을 보고 올 것을 권한다.
들어갈 때는 절대 안보일 것이다.  좁고 퀴퀴한 교회당을 한 눈에 휘 둘러보고 '도대체 그 그림이 어디 있다는 거야?' 성난 얼굴로 나가려 할 때, 방금 들어온 문 위에 걸려있는 충격적인 그림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가는 마지막 순간에야 시야에 들어오게끔 고려된 그림, 그게 바로 '세상 영광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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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7-알함브라 궁전

간만에 블로깅 모드.
오늘은 알함브라 궁전 얘기도 적어볼까 했는데 ... Bloglines에 쌓여있는 글을 일별하다 보니 전의상실. 
하루에 열 개도 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도대체 ..... 흠, 존경스럽다.


야참을 먹는 게 습관이 되었는지, 자꾸 입이 궁금해지는 관계로 알함브라 궁전이고 뭐고 자랑질은 다음으로 미루고 일단 뭘 좀 먹고보는 걸로 계획수정한다.







알함브라 궁전 근처의 하늘과 나무들이다.  이 사진을 찍던 순간이 떠오른다.
딸기는 몇 가지 정보를 알아보러 매표소로 들어가고 나는 길가 난간에 기대 서서 해가 비치는 쪽을 바라보았다. 스페인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Posted by nuncoo at 11:55 PM | in After Traveling | Comments (1) | TrackBack (0)

스페인 6-pen-ee-3로 담은 알함브라

매표소 맞은편.. 길가에 있는 식당들.  햇볕이 정면으로 비치지않는 응달은 약간 을씨년스러웠다.

어때?   기억들 나는가.








왼쪽.. 알카사바가 보인다. 허나 콘트라스트 엉망이고.








카를로스 5세 궁전, 카를 5세가 이슬람 건축에 대항해서 지었다고 한다. 








추운 이들에게 인기 좋은 카를로스 5세 궁전 벽. 벽의 부조 같은 건 관심 없고 햇빛에는 관심이 많았던지라 어슬렁거리며 해바리기를 좀 했던 곳.
이곳은 햇빛이 그리운 이들 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알함브라의 고양이들.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엎드려 자는 녀석들은 옆에서 건드려도 꿈쩍하지 않는다.
햇빛은 따스하고 , 그저 만사가 다 귀찮을 뿐이다.









펜ee3는 초점거리가 1.5미터. 예상했던 결과지만, 가까이 있는 잎들은 초점이 안맞고 멀리 있는 나무만 살았다.

Posted by nuncoo at 11:04 PM | in After Traveling | Comments (2) | TrackBack (0)

스페인 5-마드리드에서 그라나다로- 지평선을 보았다.

딸고(Talo)를 타고 마드리드에서 그라나다로 6시간을 달리다보니 스페인은 생각보다 참으로 넓은 나라였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평원. 창 밖 풍경은 아래 사진처럼 간간이 눈이 쌓인 들판과 윈도우 XP화면 같은 푸른 초원을 번갈아 보여주며 무려 6시간 동안 길게 이어졌다.


 

자다 깨도 똑같은 풍경,
딸기군은 .. 이 정도 평원이라면 지평선을 볼 수도 있을 거라면서 들떴다.  대략 5Km 정도 안에 산맥 같은 게 없어야 볼 수 있다는 지평선...스페인이 이렇게 땅덩어리가 큰 나라였다니. 







나는 문득 혼자 생각해본다.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과연 어떨까?'
가도가도 속도감이 느껴지지않는 바깥을 보니 갑갑증이 몰려온다.
종일 있어봐야 사람이라곤 코빼기도 안비치고 가끔 트럭이나 한 대 휭하니 지나는 곳.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아. 외로워서 혼잣말이나 하다가 어쩌면 미쳐버릴지도.








아토차역에서 오지않는 기차를 30분 이상 기다렸다.
스페인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는 눈치였고, 애가 타서 동동거리는 사람들은 대개 나같은 여행객이었다.

Posted by nuncoo at 10:16 PM | in After Traveling | Comments (0) | TrackBack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