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행기

남들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읽고 돌아다니다 누군가 써놓은 '나의 여행기'를 '나의 비행기'라고 읽고 말았다.  한참을 읽어내려가다 문맥이 이상하다 싶어 몇 줄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나의 비행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의 '여행기'만이 작은따옴표 안에 담겨있다.
나의 비행기...
오랜만이네. 택도 없이 불가능한 것 앞에 소유격을 붙여보기는.
나의 비행기...
내 비행기...

발,다리의 부기가 이제야 빠졌다. 가까스로 구두에도 발이 들어간다.
그리고 부기가 빠지자마자 벌써부터 비행기가 그립다.

2005.8.3. 수요일.

따위넷에서 업어온 비행기.
'나의 비행기'는 아니고
아마도 '나우 비행기'.

<embed>가 안먹어서 링크로 대신.

날아라 날림 비행기.

Posted by nuncoo at 12:32 AM | in After Traveling | Comments (4) | TrackBack (0)

자랑질

꼭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건 오래된 나의 꿈이라고나 할까. 내가 좋아하는 그림, 그것도 진품과 한 프레임 안에 나란히 있는 것 말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갔을 때는 사진촬영이 금지라 사진 찍는 건 꿈도 못꿨는데 프랑스는 이리 관대할 줄이야. 플래쉬만 터트리지 않는다면 사진촬영도, 비디오 촬영도 가능하다. 단 사람은 찍으면 안된다. 나의 동행은 구경 온 아이들을 찍다가 아동성애자 비스무리한 걸로 오해 받았다.
파리도 프라하와 마찬가지로 관광가이드에 볼드체로 표시된 곳만 휘젓고 다닌 여행이었던지라 미술관도 루브르와 오르세만 숨가쁘게 돌았다. 뮤지엄 패스를 샀는데 더 많은 곳을 가지 못해서 그게 아쉬울 뿐이다.

루브르에는 저렇듯 단체관람을 온 아이들도 많고,
미술관 바닥에 앉아 수업을 하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부러웠다.






푸하하, 역사적인 순간들이다. 그림 옆에서 사진 찍는 거... 사실 좀 뻘쭘하긴 했는데,  다들 사진 찍고 즐겁게 즐기는 분위기라 은근슬쩍 그림 옆에 끼어들었다.  엄숙함을 강요하지도 않고, 뻣뻣하게 굴지도 않는 분위기.
남의 동선만 방해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루브르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몰려있던 곳은 역시 모나리자 그림 앞과 비너스상 앞이었던 듯. 
모나리자는 생각보다 작았고,  사람들이 하도 카메라를 들이대는 바람에 얼른 자리를 피해주느라 방탄유리 같은 건 확인도 못했다.
로트렉의 세탁부, 고흐의 고흐의 방, 귀스따브 까이유보뜨의 The Floor Scrapers..
모나리자 빼고 다 오르셰미술관.




한쪽 벽면이 다 거울인 루브르의 ...어느 방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저 뒤에 아저씨가 방 지킴이.  저 직업도 엄청 부러웠다.
그리고 모네의 파라솔을 든 여인(Left) . 파라솔을 든 여인 연작 중에 이것만 걸려있었다.
하긴 이게 제일 좋다. 여기도 오르셰.

그리고




이전에는 몰랐으나 오르셰에서 보고 한 눈에 반해버린
스위스 출신의 화가 Felix Vallotton의 그림. 
사진으로 찍어왔으나 상태가 좋지 않아 구글에서 이미지를 찾았다.
사이즈가 작은 게 불만이지만,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

이미지 출처: 여기




 

Posted by nuncoo at 02:46 AM | in After Traveling | Comments (7) | TrackBack (0)

프라하 - 지하철

딱히 유용한 정보도, 그렇다고  스릴 넘치는 재미도 없었던 프라하 여행기 마지막이 되겠다. 빠듯한 일정에 유명하다는 곳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훑고 온 터라 그곳의 사람들이 사는 민가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고, 당시에는 한달치 도보 분량을 프라하에서 다 걸어보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걸으며 헤매다니지 못한 것이 아쉽다.
딸기군에 의하면 프라하 시내는 다해봐야 서울시 한 개 구 넓이 정도 밖에 안된단다. 걷기 힘들다고 칭얼거릴까봐 거짓으로 하는 소린줄 알았는데 실제로 움직여보니 작기는 작다.
다리만 튼튼하다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지 않고 도보로 여행해도 좋을 도시.
아, 길바닥이 울퉁불퉁해서 여름에는 발바닥이 아프려나?

프라하의 지하철역 구내





엄청 가파르고 속도도 빠른 에스컬레이터.
나는 무서워서 손잡이를 절대 놓지도 않았고, 올라갈 땐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통합승차권( 히죽 :)) . 요거 하나만 있으면 트램도 타고,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탄다.
단 요금별로 시간제한이 있다.  항시 처음 탈 때는 펀칭을 해야하는데, 그걸 알았어야지...
다들 그냥 타길래 멋모르고 그냥 탔다가 벌금 물었다. 무려 400Kc.
( '쟤들도 그냥 타네?'라고 생각했던 그들도 어딘가 첫 출발지에서는 펀칭을 했던 셈이다.)

아래는 뽀너스...
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메인이 되지 못하고 소품으로 남아버린 프라하의 흔적들.






쇼윈도에 전시되어있던 고양이.
서울 롯데 본점, 가구& 공예품 전시장에 똑같은 게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유명한 작품인가?






건물 벽에 붙어있던 뱀상. 뱀도 해, 달 등과 더불어 연금술사들의 상징물이라지?




프라하가 엄청 사랑하는, 그래서 지나치게 내세운다 싶은 무하.
무하박물관 입장권. 바츨라프 광장에서 조금만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 골목에 있다. 사진촬영은 절대 금지. 전시된 작품수는 많지 않았다.

Posted by nuncoo at 02:24 AM | in After Traveling | Comments (3) | TrackBack (0)

프라하- 마리오네뜨극장

꼭 돈 지오반니를 봐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프라하에 왔으니 마리오네뜨 인형극 한 편쯤은 봐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일찌감치 마지막날 저녁 일정은 비워놓았었다. 그러나 다 보고난 후의 느낌은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

마리오네뜨극장에 가서 한국사람을 가장 많이 보았다.
매표소에 있는 아주머니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극장 안의 관객도 반 이상이 한국사람들.
대한항공 비행기에 외국사람 몇몇이 끼어있는 분위기를 상상하면 된다.

사진촬영 금지인지라 공연장면은 없지만... 공연의 질은  많이 실망스러웠다.
인형을 조정하는 사람 팔이 다 드러나 보이는 거야 내가 앉았던 자리가 워낙 위쪽이라 .. 내려다보는 위치였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세트나 조명,음악..모든 게 너무 엉성해보였거든.

그렇다면 제대로 된 마리오네뜨 인형극을 보고싶다면 어디서 봐야할까?
갖고 간 '유럽여행 100배 즐기기'와 론리플래닛 프라하편에서 추천한 극장은 국립마리오네뜨 극장과
그냥 마리오네뜨극장 두 곳이었는데 국립마리오네뜨 극장은 하루에 8시 공연 딱 한 번,
구시청사 위쪽에 있는 마리오네트극장은 5시, 8시 2회공연.
날도 일찍 저무는 프라하에서 8시까지 기다리기엔 무리다 싶어 '그냥 마리오네뜨 극장'에서 봤는데,
'그냥 극장'은 말리고 싶다. 아이들 학예회도 아니고 말야;;;
아무래도 - 내셔널-붙은 극장은 저보다는 조금 낫지 않겠어?

Posted by nuncoo at 01:13 AM | in After Traveling | Comments (6) | TrackBack (1)

프라하-까를교

까를교가 얼마나 추웠는지 사진도 몇 장 없다.  데이트를 나온 듯한 10대 프라하 커플과 서로 사진찍어주기를 하긴 했는데, 추위에 얼굴이 얼어붙어서 도저히 인간의 몰골이라고 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찬 바람에 노출부위를 최소화하려고 애를 쓰며 '여기는 까를교. 나는 까를교를 건넌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걸었던듯 싶다.
예습도 없이 떠난 데다 추위까지 겹쳐 까를교 역시 실체는 없고 인상만 남았다.

까를교 남단에서 막 까를교로 진입하기 직전.
위쪽에 눈 한송이가 얼룩처럼 남았다.




다리로 가는 길인줄 알고 잘못 들어선 길에 스메타나 동상이 있었다.
그 동상 곁에서 바라본 블타바강과 시내.




까를교 위에서 본 블타바강. 왼쪽의 누런 건물 저쪽에 스메타나 동상이 있다.
강물을 바라보며 '여기는 홍수가 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다리 북단에 이르러 다리와 인접해있는 저 창이 예뻐서
책을 가지런히 꽂아둔 모양새가 예뻐서 찍어버렸다.

Posted by nuncoo at 02:14 AM | in After Traveling | Comments (4) | TrackBack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