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파리- 호텔

위 이미지는 www.mobyhotel.com에서.


오늘 모비의 신보 'Hotel'이 손에 들어와서... 물론 내일 돌려줘야 하겠지만...필 받은 김에 프라하와 파리에서 묵었던 호텔 사진들을 올리기로 결심. 넌쿠다컴에 이미지가 많아져서 짜증난다면 두 눈을 질끈 감으시던가, 뒤로 돌아가시던가. 오늘은 나도 무례하게 굴어보자.




출발은 인천공항 하이얏트. 생긴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아주 깔끔하다. 최첨단에 럭셔리하다고 내내 감탄하다가 문 닫고 나오면서는 '그래도 제주 하이얏트보다는 못하네'하고 말았지만.

여행상품이 직장인 단기배낭여행 그런 상품이었던지라 호텔은 모두 별 네개짜리 수준이었는데, 노구를 이끌고 강행군을 해야하니 숙소만은 좀 편하게 가자 싶어서 1인당 5박에 30만원을 더 내고 별 다섯 개짜리로 업그레이드했다.




숙소가 있었던 프라하 플로렌스 지하철역.




프라하에서 묵었던 힐튼.
비데까지 있는 하얏트인천을 경험하고 온 지라 딱히 시설에 감탄한 건 없다.
여행을 하게 되면 호텔 조식에 집착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 묵었던 세 곳의 호텔 중에는 이곳의 아침식사가 가장 나았다. 커피가 너무 진하기만 하고 맛이 없었던 것만 빼면.




프라하 힐튼의 새벽. 밤새 내린 눈을 저 아저씨, 걷어내고 계신다.




파리에서 묵었던 호텔 로띠. 오페라거리에 있다.
예약할 당시에는 세계적인 체인도 아니고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라 불안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아기자기하고 유럽스러운 분위기에 반했다.
바닥도 카펫이 아니라 마루 바닥인데다 그냥 유럽의 어느 가정집 같은 분위기랄까? ( 유럽의 가정집에 묵어본 적도 없으면서 이런 얘기, 잘도 한다) 욕조에 샤워부스도 따로 있고, 있을 건 다 있지만 삐까뻔쩍하게 초현대식으로 치장해서 사람을 누르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
창문을 열면 조그만 정원이 보이고 (파리 이쪽은 건물이 대개 ㅁ자로 지어져 중앙에 정원이 있는 분위기였다. 일일이 다 들어가보진 않았다) 낮에 방을 비웠다 돌아오면 항상 맛있는 초컬릿 네 알이 테이블에 놓여져있었는데 그런 애교도 귀여웠다.
물론 아침식사는 커피만 열심히 따라줄 뿐, 별 신경을 안쓰는 분위기라 베이컨이랑 빵, 스크램블 에그만 지겹게 먹어야 했지만.

지나다니면서 본 근처의 작은 호텔들도 비슷한 분위기이니 파리에 갈 때는 굳이 유명 호텔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  경쟁하듯 초현대식으로 치장한 호텔 보다는 고풍스럽고 딱 그네들스러운 분위기의 작은 호텔.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내가 숙소를 고르는 기준은 이게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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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천문시계

프라하에는 시계가 많더라고 이전에도 말한듯 싶다. 시간이 궁금하면 팔목을 들여다 볼 필요도 없고 건물 어딘가, 특히 첨탑이 있는 건물을 올려다보면 십중팔구 철컥철컥 돌아가는 시계가 있다.  그 중에 프라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시계가 천문시계란다. 이 시계는 매시 정각이 되면 창문이 열리면서 12사도가 창 안쪽으로 빙빙 돌며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정각쯤 되면 이 광경을 보려고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냥 가긴 뭣해서 몇 십분을 기다린 끝에 정각을 맞았다.
텅 비었던 광장에도 어느새 사람들이 모였다.
'저게 뭐 별 건가' 싶었는데 막상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창문이 열리자 묘하게 떨리긴 하더군.
 앞에 서 있는 남자는 흩뿌린 눈비에 등이 젖었다.




천사조각상 옆으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12제자.
마지막으로 가운데에 있는 황금닭이 울면 짧은 순간은 끝나버린다.
( 황금닭은 사진에서 짤려버렸다. 너무 순식간이라 조준실패)
시계의 저 복잡한 바늘도.. 달의 상태랑 계절, 날.. 그리고 기독교의 휴일을 표시하는 거라는데
뭐가 뭔지 해독불가.

주워들은 얘기에 의하면 저 시계를 만든 사람은...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도 똑같은 시계가 만들어질까봐 두려워한 사람들에 의해 두 눈을 잃고, 시계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인도 타지마할 건설에 동원됐던 인부들이 손목을 잘린 이유와 비슷하다.




구시가광장. 오른 쪽에 짤린 것이 얀후스 동상이다...그리고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첨탑. 이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뜬다
첨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첨탑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금칠( 미안하다. 이런 단어밖에는 생각이 안난다)이 인상적이다.
끝은 무조건 황금색으로, 지붕은 모두 푸르딩딩한 청록색으로 하라는 법이라도 있는 것인지
마치 규격처럼, 첨탑 끝은 금색으로 빛났다. 그 색의 선명함으로 볼 때 계속 덧칠되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거기에도 어떤 상징이나 비밀이 있는 것인지, 아 정말 궁금한데 알 재간이 없다.

 

Posted by nuncoo at 12:46 AM | in After Traveling | Comments (7) | TrackBack (0)

프라하-프라하성

고성을 다녀오면 그저, 거대한 무덤을 한바퀴 돌고나온 느낌이다.
프라하성을 빠져나온 후의 느낌도 그러했다.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 900여년의 세월이 걸렸고 역사상 중요한 건축양식이 다 있다고는 하나 그건 아는 사람에게나 보일터, 일단은 그 위용과 규모에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떠가며 미로같은 성 안을 헤매지만 막상 피부로 와닿는 건 엄청난 세월의 무게 뿐이었다.

전날밤에 눈이 와서 길은 미끄럽고, 워낙 일찍 출발한 터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성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이제 나온 노점상들이 짐을 부리고 있었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





입구를 지키던 근위병.





성에 들어서면 맨 처음 만나게 되는 토이 뮤지엄.
바비인형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성 비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프라하성 내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요금을 지불했다는 스티커를 붙인 사람만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물론 플래쉬는 터트리면 안된다.





성 비트 성당의 고해소.
난 고해소에 대한 막연한 신비감을 갖고 있는 편인데 보라색 커텐이 그 신비감을 더욱 부추기는 듯해서,
괜히 끌려서 찍었다.





이 사진은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프라하성은 성당, 왕궁과 그의 부속건물, 그리고 왕조의 무덤까지 여러 건물들이 복잡하게 모여있어
꼼꼼하게 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게다가 전시실까지 다 훑어보고 나오면 한꺼번에 주입된 역사와 유물이 한데 뒤섞여 머리가 어지럽다.
프라하성의 멀미.
오랫 동안 냄새나는 시외버스 안에 갇혀있다 비로소 밖으로 나온 느낌.
프라하성을 나서 황금소로를 향할 때의 기분이 그랬다.

Posted by nuncoo at 02:38 AM | in After Traveling | Comments (6) | TrackBack (0)

프라하- 존 레논의 벽

기억은 좋아도, 기록하는 일은 지루하다. 사진을 올리고 포스팅을 하는 동안만은 나는 프라하에 있다..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이 고단한 서울에서 나름대로 빡센 하루를 보내고 와서 '나는 지금 론리 플래닛에서조차 손톱만 하게 몇 줄로 소개되어있는 존 레논의 벽을 찾겠다고 프라하 시내 좁은 골목을 종종거리며 떠도는 중이다' 라고 말도 안 되는 뻥으로 자신을 독려하는 모양이 돌연 애석하고 침통하게만 여겨지는 까닭이다.
같은 프라하라도 어제 떠올렸던 프라하와 오늘 떠올려 보는 프라하는 다르다.
그때그때 내 기분 상태에 따라 현지의 인상이 왔다갔다한다는 의미다. 참 줏대없다. 변덕도 잘 떤다.
종일 밥도 못 먹고 노예처럼 일만 했다고 생각한 날은 프라하가 우울하다. 그런 날은 실제로 프라하 하늘이 어둑해지면서 눈이 퍼붓고 블타바강에는 살얼음이 끼었을지도 모른다.
마음에 부침이 없고 평화로운 날은 황금빛 첨탑처럼 고고하고 단호하게 빛나더라고 적고 싶어진다.
잘났으나 헤프지 않고 적당히 도도한 남자처럼 매력적이었다고 쓰고 싶어진다.
내 마음의 프라하는 벌써 열댓 번도 넘게 발가벗겨졌다가 품 안에 안겼다가 내 등쌀에 휘청 허리가 휘었다. 기실 저는 꿈쩍도 않고 있는데.

존 레논의 벽은 정말 찾기 어려웠다. 가이드북을 꼼꼼하게 보지않고 길을 나선 탓이 반이고,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도 이유가 되었다.




존레논의 벽을 찾으러 나선 길.





까렐교 북단 아래. 도시에 시계가 참 많았다.



 

골목을 기웃거리면서 구경한 마리오네뜨인형과 가게 앞에 내걸린 인형.
이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뜹니다.





드디어 찾은 존 레논의 벽.
꽃과 평화. 그리고 Love is the answer.
그런데... 작았다.
베를린 장벽이나 거대한 성벽 같은 걸 상상하고 간 건 아니었지만, 작아도 너무 작았다.
딱 영등포 하자센터의 벽화 그려진 담벼락 정도 규모나 될까?
그 벽 앞에 서서도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으니까.
오는 도중에 프라하 사람들에게 몇 번씩 위치를 물어봤으나 그런 곳이 있는 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었고,
아는 사람도 정확하게 위치를 대지는 못했다.

낙서와 그림이 덧칠되어 과연 존 레논의 얼굴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있긴 했다.




바로 저기! 파란 머리.





Is this safe? 그리고 ...




벽 끝에 걸쳐진 하늘.


존 레논의 벽은 기대이하였지만, 이 곳을 지나간, 혹은 이 곳에 뜻을 새겼던 많은 이들과
좁은 담벼락을 통해 만났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벽을 찾아 빙빙 돌던 골목의 집들과 풍경은 내 눈에도 흡족하게 보기 좋았다.





저렇게 그림이 그려진 집들과 가게...왼쪽 건물 벽... 색감 참 좋네.
이 사진도 클릭하면 크게 뜹니다.




다시 까렐교를 건너.




사람들이 있는 곳, 시내로

Posted by nuncoo at 04:07 AM | in After Traveling | Comments (4) | TrackBack (0)

프라하-White Tower

황금소로가 시작되는 곳, 화이트타워는 예전에 감옥으로 쓰였다고 했다.
지금은 전쟁박물관처럼 무기류나 고문도구, 각 시대별 군복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평소 밀리터리룩이나 무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나에게는 남의 집 불구경만도 못한 것이었다.
다만 군복을 입혀놓은 실제 사람 크기의 인형이 신기해서 자주 눈을 맞춰보거나 메롱 하며 지나갔는데,
간혹은 수 세기 전... 전장에 나섰던..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남편이었을  실제의 사람과 마주 하고 있는 기분도 들어서 기묘한 기분이 들기는 했다.
이 사진도 그 중의 하나. 저이의 눈빛을 봐. 홀로 다른 세기를 응시하고 있는듯 보이지 않나?

사진이 흔들리긴 했는데, 실제로 보면 바로 옆에 환자가 기진맥진해 있는 것 같더군.




화이트타워로 들어가는 입구.




좁은 감옥 안에서 작은 창을 통해 세상을 보았을 것이다.

Posted by nuncoo at 11:59 PM | in After Traveling | Comments (0) | TrackBack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