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7, 2006

사랑이 머문 자리


진작 봤어야 했는데.. 게으름을 피우다 이제야 봤다. 관객들 20여명이 오손도손 모여앉아 관람하는 분위기. 무대가 워낙 가깝다보니 배우의 땀방울과 옷에 생긴 주름까지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녹색문'에서 루돌프로 나온 배우 김동철은 땀을 많이 흘려서 머리칼을 털어주고 싶을 정도. :)
엠마 신현빈의 자연스런 연기가 돋보였던 '녹색문'도 좋았지만 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찡했던 '사랑의 심부름꾼'이 더 인상적이었다.  세게 몰아치고 웃기는 가운데 그제서야 배우가 관객들을 압도하는 느낌. 배우 최대성도 '사랑의 심부름꾼'에 이르러서야 능력발휘. 마술은 솔직히 너무 어설펐다. 그게 모두 계산된 실수로 보이진 않던걸? 최홍만 닮은 이두영의 작은 눈도 열정적으로 보이고. 오랜만에 마음이... 소박하게 행복해지더라.  곰돌이, 수고했다 친구야.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혹시 대학로 갈 일이 있는 분들은 꼭 들러보시길.


2005 O.헨리의 ‘사랑이 머문 자리 시즌3’
:: 날짜- 1월 27일까지 저녁 7:30분 공연시작
:: 장소: 단막극장


:: 관련정보
싸이월드 클럽 : 네버엔딩 단막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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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uncoo at 04:48 PM | in Culture | Comments (1) | TrackBack (0)

January 16, 2006

왕의 남자

참 특이한 경우다.  '마이걸'과 '왕의 남자'를 보기 전부터 나는 일찌감치 이준기한테 반했다.  '발레교습소'도 보지 않았고, 심지어 열흘 전까지만 해도 동방신기 멤버 중의 한 명이라고 섞어놓으면 찾아내지도 못했을 텐데  지금은 막 눈에 하트가 발광한다. 그 어린 것을 '준기씨'라 부르는 망언까지 했다.
찌질해 보여도 별 수 없지 머.   어쩌다 '왕의 남자' 시나리오 한번 보고 난 뒤 공길한테 눈이 멀고 '공길=이준기' 퍼즐이 맞춰지면서 이성에 마취를 한 것처럼 정신은 어딘가에 놔버리고 '반했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남발하며 다니는 지경이 되어버린 거다.
영화는 오늘에서야 봤는데 공길 혹은 준기에 대한 호감도야 이미 포화상태라 더는 좋을 수 없는 거고 영화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머리에 그렸던 그림이랑 다른 게 많아서 살짝 안타까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사냥놀이 하다가 육갑이 활 맞고 죽으면서 했던 대사는 왜 바꿨나.
"(활이 박혀 피가 나오는 가슴을 내려다보며) 형님, 나 또 육갑한 거야?  이거 아니잖아."


웬만한 대사는 다 머릿속에 입력을 하고 간 나도 금방 알아듣지 못할 대사가 많던데 사람들은 다 알아듣긴 알아들은 건가.
촬영이 계속 연기되는 와중에도 이 영화만 바라보며 기다렸다는 정진영은 제대로 이름값 했고 (  "왜...!"  이 대사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강성연은 왠지 TV스타같은 느낌이라 따로 놀지 않을까 싶었는데 질질 끌려나가는 장면 하나로 대충 묻어갔다. 감우성은 (신경 쓰지 않으려 애썼건만) 눈이 가운데로 몰린 게 영 신경이 쓰였으며 배우로서 그의 치명적인 약점은 역시 '목소리'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방송에 나오는 사람 중에 내가 보기에 목소리가 안타까운 사람이 둘 있는데 그중 하나가 MBC 앵커 김은혜이고 나머지 한 사람이 감우성이다. 어투가 아니라 타고난 목소리 색깔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는데 한 사람은 너무 경직돼있고,  한 사람은 결이 느껴지질 않는다. 복잡한 감정을 싣기에는 단선적이랄까, 우퍼를 울리기는 힘든 목소리랄까 .. 할 수만 있다면 사포같은 걸로 목소리를 좀 갈면 좋을 텐데.. 음, 별소리를 다 한다.

그래도 외줄 위의 장생은 고독하지만 자유로와 보이더라.  어찌나 열연인지 목소리는 신경도 쓰이지 않더라.  마지막 그 장면을 찍을 때 감우성은 이준기에게  " 더, 더 끌어올려 " 하며 감정을 더 격하고 애절하게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장생
내, 실은 눈멀기로 말하면 타고난 놈인데,
그 얘기 한번 들어들 보실라우?
어릴 적 광대패를 첨보고는 그 장단에 눈이 멀고,
광대짓 할 때는 어느 광대놈과 짝 맞춰 노는 게
어찌나 신나던지 그 신명에 눈이 멀고,
한양에 와서는 저잣거리 구경꾼들이 던져주는 엽전에 눈이 멀고,
얼떨결에 궁에 와서는...
(차마 말을 잇지못한다)
그렇게 눈이 멀어서...
볼 걸 못보고, 어느 잡놈이 그놈 마음을 훔쳐 가는 걸
못 보고. 그 마음이 멀어져 가는 걸 못 보고.
(사이)
이렇게 눈이 멀고 나니 훤하게 보이는데 두 눈을
부릅뜨고도 그걸 못보고.



장생
넌 죽어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프냐?
양반으로 나면 좋으련?

공길
아니, 싫다!

장생
그럼 왕으로 태어나면 좋으련?

공길
그것도 싫다!
난...
광대로 태어날란다.

장생
이 년, 그 광대짓에 목숨을 팔고도 또 광대냐?

공길
그래 이놈아. 그러는 네 놈은 뭐가 되련?

장생
나야, 두말할 것 없이.
광대, 광대지!




사진은 이 영화의 모든 것과 같은 장면.
미디어다음의 텔존 스타갤러리- 이준기 갤러리-에서 가져왔다.  아마 극장에서 직접 찍은 건가 보다.




남사당패의 여성 꼭두쇠이자 스물셋 어린 나이에 폐암으로 죽은 바우덕이 이야기와는 아주 다른 발상. 
바우덕이 이야기를 영화화하려고 눈독 들인 사람도 많았을 텐데 .. 왕의 남자 같은 발상이 오히려 더 신선하네.
남장을 한 채 광대로 살아가야 하는 여성 꼭두쇠 이야기는 이제 좀 진부할까?



Posted by nuncoo at 11:45 PM | in Culture | Comments (8) | TrackBack (0)

December 22, 2005

오만과 편견




왜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이 노래가 날 따라다니나?' 싶게... 카페에 가도, 라디오를 틀어도 어떤 노래가 계속 나만 따라다니면서 반복재생되는 느낌이 들 때 말이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연결음이 그 노래인 것까지는 우연이라 쳐도 TV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카페엘 갔는데, 그 카페에서조차 그 노래가 작은 소리로 흐를 땐 생각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왜 이 노래인지, 왜 하필 지금 내 주위에서 자꾸 출몰하고 있는지.
'오만과 편견'이 그러했다는 얘기다. 잊을만하면 '오만과 편견'이 뿅망치를 놀리는 두더지처럼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이만하면 내가 이제서 BBC드라마 '오만과 편견'을 보고 혼자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될까. 
일단 드라마에 나온 배우들은 내가 생각했던 소설 속의 이미지랑 너무 달라서 약간 당황.
뭐, 한 회 두 회 보면서는 드라마에 익숙해져서 원래 생각했던 이미지가 뭐였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에는 그랬다는 얘기다.
빙리는 생각보다 너무 밍밍한데다 참으로 매력 없이 해맑은 이미지라 당황스러웠고, 엘리자베스는 의외로 풍만하고 후덕한 인상이라 놀랐고 (언뜻 가수 이소라스럽다),  어리지만 도발적이면서도 매력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던 리디아는 무례하고 철딱서니 없는 계집애 정도로만 그려져서 원작을 다시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게다가 책벌레 메리는 드라마에서는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다아시로 나온 콜린 퍼스는 단호하고 완고한 모습이 어찌나 멋있던지... 무리에 끼지 않고 창문에 기대서 고집스런 눈빛 한 번만 던져도 보는 내가 다 가슴이 왈랑거렸다. 역시 까칠한 남자, 쉬이 움직일 것 같지않은 남자는 여자들을 땡겨.
하지만 이것도 결국은 신데렐라 스토리. 엘리자베스는 순종적이고 착하기만 한 언니 제인과는 달리 지적인 활력과 특유의 발랄함 같은 근대적인 미덕으로 어필하므로 상투적인 신데렐라스토리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결국은 지성과 재력과 범접하지 못할 매력까지 겸비한 지체 높은 남자와 결혼에 골인하는 것이 결말이니 .. 그녀 또한 약간 진화한 신데렐라. 나로선 침 흘리면서 볼 수밖에 없는 부러운 이야기.
드라마로 나온 지 10년 만에 영화로 제작된 영화 
'오만과 편견'은 우리나라에선 내년 2월에 개봉하나 보다. 엘리자베스 역으로 나오는 '키이라 나이틀리'는  드라마에서 엘레자베스로 분한 '제니퍼 엘'과 너무 다른 이미지라 또다시 막 혼란스러워지는 중이다. 다아시는 말할 것도 없다.

드라마를 보던 중에 읽던 '불량직업 잔혹사'에서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오만과 편견'과 만났다. 참 희한했다.

'제인 오스틴과 콜린 퍼스는 사람들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게 만든 것에 대해 많은 부분 책임져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지시대란 말만 들으면 눈앞에 전원공원과 신고전주의적 건축물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우아한 풍경을 떠올린다. 게다가 이 점잖아 보이는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배역이란 것도, '아내가 필요한' 결혼적령기의 총각들이 로마제국풍의 우아한 의상 속에 열정을 감춘 고상한 아가씨들과 차를 함께 마시는 식이다.
물론 실상은 아주 딴판이었다. 눈부시게 현란한 조지시대 건물 뒷편마다 어두운 내부가 감춰져 있었다.
새로운 지주계급의 우아한 삶은 보이지 않는 밑바닥계급의 고난의 눈물로 유지되었다. 가난에 빠진 수많은 시골사람들이 제분소와 공장의 일거리를 찾아 신흥 산업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들에게 삶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보다 호가스 (willam Hogarth)의 판화 '진 거리(Gin Lane)'에 가까웠다. '






민음사에서 나온 '오만과 편견' 표지그림으로 쓰인 헨리 길라드 글린도니(Henry Gillard Glindoni)의 '왜 망설이나 (Why Hesitate,1899)'






호가스 (william Hogarth)의 판화
'진 거리(Gin Lane)'
연애의 낭만이나 코르셋, 가슴 파인 드레스, 정찬, 무도회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정신이 확 난다.





Posted by nuncoo at 11:21 PM | in Culture | Comments (1) | TrackBack (0)

December 07, 2005

므흣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943)'의 변형,  Joëlle Baccialon & Maurice Raynal by Cédric Tanguy & Van Eyck(2003).
그림이 완전 코믹이다.
'위기의 주부들' 오프닝에서 결혼서약 대신 바나나껍질을 뒤로 던지는 걸로 패러디 된 것보다 더 웃기다.
인물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고 원화에서 빈 손으로 있던 남자는 캠코더 같은 걸 들고 있다. 강아지, 바닥의 신발, 거울 속의 인물까지 짓궂게 바꿔놓았다.
하나씩 원화와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다. 거울 속에서 므흣하게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작가 Cédric Tanguy 자신인듯.
창가에 사과 대신 놓여있는 건 뭔지 모르겠다. 




그리고
'Gallery Fake 1-야간순찰'에 이어 하나 더 발견...
Déborah by Cédric Tanguy, Edward Hopper, Thomas Moran, Richard Meier.(2005)  몇 개의 작품을 섞어놓았는지는 아는 사람만 알겠다. 


링크를 따라가면 큰 사이즈로 그림을 볼 수 있다.




그림 출처: http://www.aeroplastics.net/Cedric_Tanguy/index.html



Posted by nuncoo at 09:39 PM | in Culture | Comments (3) | TrackBack (0)

November 17, 2005

"누군가를 오래 사귀어서 생기는 손실이 있다면 결국 남남이 된다는 거죠."

--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더이상 새로운 게 나올 것 같지 않은 '사랑'이나 '권태' 혹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도 천재의 뇌를 통과하면 이런 식으로 나오는구나.  처음 만난 날의 낙서, 그림, 모든 걸 다 버리고, 그 지긋지긋해진 관계에서 보란듯이 도망쳐나오려 했는데 다시 사랑에 빠진 여자가 하필 그녀라니.
중간에는 잠시 시간의 퍼즐을 짜맞추느라.. 조엘처럼 '그만.. 그만, 잠깐만 !'을 외쳤으나 마지막에 둘이 마주 선 복도에서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쿵.  자이로 드롭을 처음 탈 때처럼 심장은 저기 하늘에 두고 몸만 뚝 떨어지는 느낌이더라.   
그래, 매혹의 순간은 잠시뿐...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또다시 너덜너덜해지겠지. 서로를 포악하게 헐뜯고 상처 주면서 어쩌면 사랑이 시작되기 전보다 우리는 더 악화될지도 몰라.  하지만 어차피 두 번째는 마음이 시켜서 여기까지 왔는 걸.   기억이 아니라 유전자를 바꿔버릴 걸 그랬어.  모든 게 삭제되고 나란 사람의 형질조차 바뀌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난다면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까. 또 사랑에 빠지게 될까.
끝내는 내 앞에 있는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거추장스러워져서 괜히 할퀴고 능멸하게 될지라도.. 오케이. 그래도 좋아..오케이.. 오케이...(이런, 이렇게 절박한 O.K라니)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이야기는 사람 정신 사납게 하다가 결국엔 깊은 데서 울컥하게 만들지만, 라쿠나사의 매리와 하워드도 그들 못지않게  '쿵'하게 만들더라.
매리가 잠언을 읊어대며 하워드를 유혹할 때만해도 커스틴 던스트는 왜 ..저기 나왔을까 했지. 비밀이 풀리는 순간은 매리에게 참 잔인하다 싶기도 했어.
- ' 불쌍한 아가씨, 전에도 그랬지'
- ' 네가 원했어. 그래야 살 수 있다며'


- '내가 일하고 돌아오는데 네가 그의 차에 있었어.
   둘이 얘기 하는 걸 봤지.
   내가 손을 흔들었더니 네가 웃었어.'
- '내가 어때 보였어?'
- '행복해 보였어'


백번 열광 이터널 선샤인!








:: 관련 기사- 사랑을 기억하는 특별한 방법 지독한 로맨스 <이터널 선샤인> : 필름 2.0 김영 기자






Posted by nuncoo at 11:42 PM | in Culture | Comments (9) | TrackBack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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