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과 상처가 동의어가 될 수 있나?

--칼이 메론을 찌르나 메론이 칼을 찌르나 다치는 것은 메론일 뿐이다
<내가 한 말들이 /조용미 詩 일부>

택시에 타자마자 전화기를 붙들고 분노와 상처로 짓이겨진 말들을 내뱉었다.
격앙된 나의 목소리에서 어떤 '손상'의 징후를 읽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 열려있던 차 유리창 네 개가 표나지 않게, 친절하게 올라가고 있음을 본다.
조금 더 또렷한 목소리로 분노를 표할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나는 통화하기를 멈춘다.
살다보면 그만한 일이 없겠느냐는듯 알은 척을 하지도 않고
저열한 눈빛으로 뒷좌석을 돌아보지도 않는 그 분의 깊은 속내에
상처는 부끄러움이 되었다.
이유를 묻지 않는 자정 근처의 택시. 그 안에서.

Posted by nuncoo at 11:56 PM | in Diary 2004 | Comments (11) | TrackBack (0)

바람의 얼굴

베란다에서 줌을 당겨 찍은 사진. 어제만 해도 이랬던 나무가

이렇게 변했다

일요일엔 카메라 들고 쏘다니고 싶었는데

이런 거나 찍고

'화장품 이름 치곤 웃겨' 감탄이나 하면서 또 찍고.

'나도 田作 나가고 싶어요' 가 아니라

'나도 산보하고 싶어요.'

..... 어슬렁어슬렁 동네라도 .......한 바퀴.

Posted by nuncoo at 03:42 PM | in Diary 2004 | Comments (4) | TrackBack (0)

간장게장과 Steely Dan과 a-ja와 애자와 어처구니 그리고 뚱딴지.

( 간장게장에 이어 Steely Dan.으로)

맛에 대한 욕구에 민감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나의 흥미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중의 하나가 '내기'.
일체의 승부 다툼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그래도 쪽수를 맞춰주기 위해,
내기에 이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서
'내기'라는 형식에 동의하게 되는 때가 있는데.. 어제 오늘 벌어진 내기 에피소드1,2는
후자에 해당된다 하겠다.

내기 1. 어제 상황

Steely Dan의 'a-ja'라는 곡에서 'a-ja'가 의미하는 건 뭔가?
모두들 갸우뚱 하는 가운데 내기상황 돌입.

A,B: ( 여기 저기 전화를 건다 ) " 여보슈. 어,어.. 물어볼 게 있어서..
스틸리 댄의 '에이자'가 무슨 뜻이유? 누구? 그쪽으로 걸어보겠수다. 오케이"
"어, 나요. 뭣 좀 물어봅시다. 스틸리 댄......"
( 몇 분이 흐른 뒤)
" 그거 '아시아'라는 뜻이라네. 자켓그림의 죽 늘어진 게 기모노를 뜻하는 거구.
걔들이 한참 아시아에 필이 꽂혔을 땐가 봐"

나: "아닌데. 그거 '애자'라고 한국여자 이름이예요."

지켜보던 C: "정말~ '애자'일수도 있겠다"

A,B: "에이~. 아시아라니까. 가사에도 나오잖아.
Chinese music always sets me free Angular banjoes... 아시아야. 아시아.
가만 1970년대에 걔네들이 왜 아시아문화에 필이 꽂혔지? "

나: " 아닌데.. 한국여자이름 애잔데. 어딘가에서 분명히 읽었는데...
( 증거수집 전까지는 일단 포기하기로 결심)"

그날 밤. Steely Dan의 a-ja DVD 타이틀 출시에 관한 기억을 근거로 검색돌입.
a-ja가 '애자'임을 증명할 리뷰 발견-> Music Note By Jazzkid (클릭)

내기 2. 오늘 상황 (잠 안잤으므로 오늘)

나: (근거 제시) "봐요. 애자(愛子)라잖아요"
A: "어디~. 딱 한줄 있긴 한데.. 글쎄..."

(반은 인정하는 분위기. 내 당장 DVD 타이틀을 주문하고야 만다 )

이어 또 다른 내기 분위기 형성.

D(사람 많다): "맷돌 손잡이가 '어처구니'예요? '뚱딴지'예요?"

나: "뚱딴지는 돼지감자구, 어처구니가 맷돌 손잡이야"

D: "어우, 어제 울 오빠랑 내기했다가 망신만 당했네.
뚱딴지를 맷돌 손잡이라고 우겼잖아 내가."

E(정말 사람 많다):" 뚱딴지가 애자 아냐?"

나: " 뚱딴지는 감자돼진데..."

E: "아냐, 뚱딴지가 애자야"

다같이 검색모드.

나: "어? 뚱딴지가 애자의 의미도 있다! 뚱딴지가 애자고, 애자가 뚱딴지다!"

지켜보던 A: "어? 그럼 a-ja 잖아? a-ja가 '애자'임과 동시에 뚱딴지네?"

E: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예요? 내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결국 Steely Dan의 a-ja는 얼떨결에 '애자'가 되고 '뚱딴지'가 되었다.
그래도 a-ja가 '애자'라는 한국 여성의 이름이라는 건 100% 확신하지 않는 분위기.
당장 Steely Dan의 a-ja DVD 타이틀을 사서 증명하고야 말리라 결심한다.

주절주절 읊고보니 뚱딴지 같은 소리. 어처구니가 없군.

Posted by nuncoo at 01:45 AM | in Diary 2004 | Comments (15) | TrackBack (0)

간장게장과 Steely Dan

나는 나 자신의 욕구에 둔감한 편이다.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식욕.
심심한 연애편지가 사랑한다는 둥 보고싶다는 둥. 나무토막처럼 무딘 관용어구로 가득하듯
나의 식탁도 된장찌개 아니면 김치찌개, 색다른 선택을 해봐야 뚝배기 불고기 정도다.

아주 드물게 강렬한 맛에 대한 욕구에 안달할 때도 있기는 한데,
문제는 맛의 지향점만 나올 뿐 구체적인 품목까지는 접근을 하지 못한다는 거지.

나도 '단 걸 먹고 싶다'가 아니라 ....... '고구마 케익을 먹고싶다'라고 말하고 싶고
'얼큰한 걸 먹고 싶다'가 아니라 .......'강남동태집의 동태찜을 먹고싶다' 라고 말하고 싶고
'느끼한 걸 먹고싶다'가 아니라 .......'도미노피자의 고구마 무스를 얹은 더블크러스트 스위스퐁듀를 먹고싶다'라고 말하고 싶고
'달콤한 걸 먹고 싶다'가 아니라 .......'여의도 <밍>(사진 있음-클릭!)의 과일탕수육을 먹고싶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 그렇게 나의 식욕에 구체적이고 명징한 인간이 되고싶다.

가령 오늘 저녁만 해도
친구를 만나서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품목에서 또 막혔다.
원체 해물을 좋아하니 해물과 근접한 무엇일 거라 막연히 넘겨짚고 해물 전문점에 갔다.
그리고 약 20분 후, 주문했던 해물탕의 오징어가 다 꼬부라질 무렵.
미더덕 자루 속의 물이 뜨겁게 끓고도 남았을 무렵....
옆집 식당의 유리문에 일필휘지로 적힌 '간장게장'이라는 글자를 본다.
그 네 글자는 한시의 지체도 없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선명하게 찍힌다.
나는 마치 뚜껑 열린 간장게장이 된 듯 널부러지고 만다.
마지막 먹었던 간강게장의 추억이 배 속에서 요동을 친다.

맞아, 그러고 보니 근 한 달간 나는 간장게장,간장게장, 간장게장을 노래하고 다녔었다.

이런,
식욕을 민감하게 단련시키기 전에 나사 빠진 머리나 어떻게 손봐야지...

간장게장과 Steely Dan이 무슨 관계냐면.. 계속 올리지요.

Posted by nuncoo at 11:55 PM | in Diary 2004 | Comments (2) | TrackBack (0)

제목 없음

"아랫입술이 앞으로 툭 튀어나온 사람이 코는 질질 흐르는데 두 팔에 깁스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아주 딱한 상황.... "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저렇듯 난감한 상황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얼마나 웃길까.

*사진은 영화 'My Life Without Me'

Posted by nuncoo at 11:47 PM | in Diary 2004 | Comments (10) | TrackBack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