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것

5년후에 들어도, 10년후에 들어도 처음 듣던 그 시절의 감정이 오롯이 되살아나는 노래가 있지.
그 어린 날(?)의 나는 왜 이 노래를 가슴에 품었었는지..
오늘 Sweet Pea를 모니터하다가 그 어렸던 시절의 나를 만났다.

Posted by nuncoo at 10:50 PM | in Diary 2004 | Comments (0) | TrackBack (0)

하루 동안의 소동

자식이 많아서 우리 엄마는 꽤 번거롭기도 할게다. 무슨 일이 생기면 5명이나 되는 자식들한테 일일이 다 연락할 수도 없고 똑같은 얘기를 다섯 번이나 되풀이하려면 얼마나 고역스러울까. 그렇다고 일년에 두 세번 다 같이 모이기도 힘든 상황이니 상황이 룰을 만든다고, 우리 집도 이제는 나름대로의 연락체계가 잡힌듯하다. 최초의 연락책이었던 사람은 셋째 언니. 전업주부인데다 아이가 하나였을 때는 대개 그 언니가 엄마의 전갈을 받아 나나 둘째 언니에게 연락을 하고, 그럼 나는 막내나 다른 형제에게 연락을 취하는 시스템이었다. 걔 중에는 엄마 입장에서는 자식들이 몰랐으면 했을 은밀한 정보들도 오갔다. 가령 부모님의 부부싸움 얘기 같은 거.

그런 얘기들은 항상 앞에 단서가 붙은 문장들로 형제들에게 전해진다. " 엄마가 너한텐 말하지 말랬는데.. 요새 엄마 좀 우울한가 봐. 아버지랑 다투셨대" 이런 식으로 말이다. 헌데 연락책 역할을 하던 셋째 언니에게 아이가 더 생기고, 육아를 비롯...주부로서 해야할 일들이 늘어나면서 엄마는 나를 먼저 찾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처음에는 으례 하시는 전화겠거니, 언니들도 다 알고있는 내용이겠거니.. 나혼자만 얘길 듣고 말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쩌다 언니랑 통화하다가 " 엄마.. 다리 괜찮은지 모르겠네" 언니 "엄마 다리가 왜?" 나 "병원 다녀오셨다는데, 언니... 몰랐어?" 언니 " 얘길 해야알지... 그 얘길 왜 이제 하냐?" 그러니까 어느샌가 엄마는.. 바빠진 셋째 언니의 뒤를 이어...나를 형제들 간의 연락책으로 임명하셨던 거다. 근데 문제는 내가 부모님의 일에 관해서는 유난히 과장이 심하다는 건데, 어제 아침에도 엄마는 전화를 하셔서 당신들에 관한 몇 가지 정보를 주셨다. 아버지가 요즘 부쩍 식사량이 줄었다는 것. 오늘은 어디가 편찮으신지 아침식사도 안하시고 누워계시다는 것. 엄마도 허리통증이 심해져서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한테 더 신경을 써드리라고 엄마에게 당부를 하고 저녁에 동생과 셋째 언니에게 전화를 돌렸다. '지난 주말에 가서 보니 아버지가 부쩍 마르셨고 오늘은 무슨 일인지 식사도 거르시고 누워계시다고 한다.엄마도 병원에 가신다고 했고 두분 상황이 많이 안좋다 ' 며칠 전에 내가 꾸었던 흉흉한 꿈까지 보태서 과하게 격앙된 어조로 언니들의 각성을 촉구했다고 할까? 암튼 언니와 통화를 끝내고 30분쯤 지난 후에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버지는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대뜸 그러신다. " 괜찮다니까. 피곤해서 그런 거야. 오늘따라 참 이상들 하네..." 더불어 엄마는 누군가 다른 아주머니 집에 놀러가셨고 동생은 집으로 달려오는 중이라고 방금 전화가 왔노라고 하신다. 내가 전한 말이 삽시간에 형제들 사이에 퍼져서 다들 전화 한통씩 돌려서 '몸이 어디가 안좋으시냐' '식사는 왜 안하시냐' 똑같은 질문들을 퍼부어댔다는 얘기다. 우리 집의 두번째 연락책 나. 알고보면 선동적인 스타일이라 우리 형제들 가슴 쓸어내릴 일이 꽤 생길듯 싶다.

Posted by nuncoo at 05:33 PM | in Diary 2004 | Comments (0) | TrackBack (0)

믿어야겠지요

기름값 빼고는 자동차에 돈을 투자해본 일이 없는 내가 수리비로 39만원이 넘는 돈을 들였습니다.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수리를 할 때마다 왠지 도둑맞는 심정이 드는데 이번에도 그렇더군요. 수리하는 부분이 한두 군데라면 검색이라도 해볼텐데 이번에는 하도 많은 부분이라 더이상 알아볼 엄두도 내지못하고 정비하시는 분의 손에 맡겨버렸습니다. 그래도 정비소를 나오는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는데 선량해보이는 아저씨의 눈빛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냥 믿어버리자' 불안을 가장 편리하게 무마해버리는 방법. 또 한번 이 방법을 쓰고 말았네요.

Posted by nuncoo at 01:37 AM | in Diary 2004 | Comments (0) | TrackBack (0)

페퍼런치 외식

원래는 일주일에 한번은 고기를 먹어줘야 하는 식성이었습니다. 평일 내내 구내식당에서 초식만 하다보면 주말쯤 되면 '고기가 먹고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순전히 호기심에서 들른 '페퍼런치'.

말하자면 뜨겁게 달궈진 철판에 고객 스스로가 고기를 구워먹는 시스템입니다. 주방에서 따로 요리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 식당주 입장에서 보자면 인건비는 거의 들지 않겠더군요.
일반 페밀리레스토랑에 비해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는 것과 가격이 저렴하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배 두드리면서 '고기 자알 먹었다'라고 느낄만한 포만감을 주지는 않더군요. 고기가 필요한 직장인들의 점심. 딱 그정도인듯 합니다.

명동에서 돌아오는 길.... 오랜만의 도심 나들이.





곧 석가탄신일이군요. 생뚱맞게 불밝힌 연등 아래..공중전화박스 안에서 죽어가던.. '게임의 법칙'의 박중훈이 생각나는 것도 이즈음.

Posted by nuncoo at 10:46 PM | in Diary 2004 | Comments (0) | TrackBack (0)

효도이벤트 이후 서울 상경

돌아오는 길의 극심한 정체는 부모님이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 같은 거? 그런 것마저 곱씹을 틈을 주지 않는다.





2시간 30분이면 될 거리를 5시간에 걸쳐 올라오면서 인간이 느
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유형은 다 겪은듯 하다. 지금 내가 진입하고 있는 이 길이 얼마나 고되고 강파른 길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길목. .

Posted by nuncoo at 01:53 AM | in Diary 2004 | Comments (0) | TrackBack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