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04, 2005
부산 해운대
집안 행사 때문에 내려간 부산. 뾰족구두에 ... 바닷가 풍경과는 영 어울리지않은 차림이라 바닷물에 발도 담궈보지못하고 근처만 얼씬거리다 돌아왔다.
구두를 벗어들고 들어가볼까 생각했으나 올라와서 발에 묻은 모래를 털어낼 생각을 하니 엄두를 못내겠더라. 서둘러 내려간 길이라 카메라도 안가져가서 딸기군 핸드폰 카메라로 기념삼아 몇 장 찍었다. 근데 모토롤라 레이저. 색감이 별로네.
뽈살이 장난 아니게 불어서 가린다고 가렸다.
머리까지 단정하게 풀고, 딱 착한 며느리 컨셉.
September 01, 2005
잎들에게 '안녕!'하며
노트북 A/S를 받으러 갔다가 빠졌던 나사 몇 개는 주워박았고,
몇몇 부분은 수리가 불가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30분 정도 대기의자에 앉아 테트리스만 하다가 그냥 돌아왔다. CD롬은 여전히 개폐가 안되고있으며 키보드 왼쪽 손목이 닿는 부분에선 찌릿찌릿 전기가 흐른다. 노트북과 전기가 통하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으나 그냥 버텨보기로 한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이런 류의 사진을 보고 나도 언젠가는 아파트 정원의 나뭇잎새들을 담아보리라 생각한지 몇 주가 지났다. 시한은 단풍이 들기 전..이라고 정해두었으나 간혹 홍조를 띄고있는 잎들이 있어서 별안간 그날이 오늘이 되었다.
한 손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한 쪽 어깨에는 카메라를 메고 나가서 음식물 냄새가 나는 손가락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한 잎씩 따와서 A4용지 위에 잎들을 늘어놓고 또 셔터를 눌렀다. 삼각대를 쓴 것도 꽤 오랜만이다.
(사진을 클릭하면 아주 큰 사진으로 뜹니다만...)
지난 봄 이후, 누군가가 아파트 화단의 나무들에게 모두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매일 잎을 보고, 이름표를 스윽 확인하고 다니는데도 잎만 봐서는 정체를 모르겠다.
위의 나뭇잎 중 이름표가 빠진 두 잎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나무들 중 둘이다. 잎사귀를 들고 다시 나무를 찾아헤매었으나 이미 날은 어두워져 그만두었다. 혹시 아는 사람? 
(이 사진도 클릭하면 큰 사진으로 뜹니다만...)
많은 나무와 잡풀들 중 오늘 나한테 걸린 몇몇이다. 빛이 있을 때 한두 번은 더 카메라를 들고나가봐야겠다. 그리고 단풍이 든 가을쯤에 한 번 더.
내 알람시계가 제대로 작동만 해준다면.
August 27, 2005
기억나는 것만
중유를 거쳐 태어난 당신은 기본적으로 성품이 온화하고 따뜻합니다.
어떻게 보면 예스맨 기질도 있지요. 분란을 만들거나 복잡한 상황을 만들기 싫어서 웬만한 일에는 예스하고 넘어간 후에 혼자 고민합니다. 자존심도 무척 세서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걸 무척 싫어하고 상대방이 요구하거나 질문하지 않는 한 먼저 속내를 털어놓거나 질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배우자에 있어서도 당신은 누구와 만나든 어머니처럼 그를 보살피게 됩니다. 또한 가정에 대한 애정이 강해서 집안을 꾸미거나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데 노력을 아끼지않습니다.
당신은 또한 21세기형 사주라고 할 수 있어요. 본업은 평탄하게 흘러가지만 그에 대한 불만도 커서 본업 외의 다른 직업을 갖고 있어야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큰 돈이 들어오는 것도 그쪽이지요. 1년 365일 매달려야 하는 일보다는 3개월, 6개월 단위의 프로젝트성 기획일을 권합니다. 투자도 좋아요. 내 돈을 쏟아붓는 투자보다는 남의 돈을 빌어 일을 벌이면 돈이 모입니다. 주식이나 ..주식에 관심이 없다면 부동산 투자도 좋아요. 재물이 모입니다. 재산을 불릴 때 명의는 필히 당신 명의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야 돈이 불어날 테니까요. 투잡을 권하는 건 아까도 말했듯이 당신이 21세기형 사주이기 때문입니다.
'박도사'라 불린 박재현의 제자라는 그분의 말씀.
1시간을 이야기했는데 인상적인 대목은 별로 없고 모두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기억에 남는 건 이것뿐.
그간의 점보기 이력중 가장 싱겁게 끝난 점괘로 기록될듯.
허나 요즘 꽤 유명세를 타고있는지 나와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예약전화는 끊임없이 걸려왔고 그의 고객 중에는 현정은 회장도 있다고 한다.
August 26, 2005
복숭아
충북 제천에서 올라온 맛달재 복숭아.
내가 복숭아 좋아하는 걸 어찌 아시고 보내주셨는지...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아함.
August 23, 2005
세상에 믿을 자두
'잠깐만 누워있을게'라며 안자는척 웅크리고 누워있던 누구는
'자는 거야? 자는 거잖아. 자고있네 뭐' 하는 소리에 자는 거 아니고 눈 감고 누워있는 거라며 박박 우기다가 발음이 꼬여버려 잠 든 거 들켜버린 누구는
이렇게 심란하고 어지러운데 괜찮은 척해도 되는 걸까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9시반에 따라놓은 밍밍한 콜라 원샷하다 캭캭 뱉어버리고 자두로 입가심하려다 튼실한 과육이 있어야할 자리가 사랑니 뽑은 자리마냥 속이 텅 빈 것에 분노하여 비싼 거고 싼 거고 세상에 믿을 자두 없네 조용히 읊조리던 누구는
스탠드만 켜놓고 오도카니 앉아있기 2시간째 이런 밤엔 명작이 아니더라도 뭐든 뽑아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다가 종일 좌절하던 이가 품기에는 어울리지않게 전향적인 태도라 피식 웃어버리다. 귀뚜라미는 왜 벌써 울어쌌나. 30년 넘게 이러고 있잖아 누구는.
또다른 누군가가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안경을 걸쳐보니 어릴 때 보던 질 나쁜 만화경 같아서 글자도 문드러지고 세상이 뺑글뺑글 어지러운 게 좋구나야. 좀더 이러고 있으면 드디어 토할 수도 있겠다야. 고상한 신념, 넘치는 자신감, 깍듯한 태도, 공허한 찬양 같은 건 이제 지겹거든. 질려버렸거든 누구는
1인칭으로 빠지다가는 아침까지 살아있을 것 같지 않은 밤. 밍밍한 콜라가 담겨있던 무덤덤한 잔에 찰랑 새 콜라를 들이붓는 찰나. 내가 생각해봤는데 역시 지구를 돌기엔 아직 파워가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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