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19, 2007

0119...

새해에는 즐겁다, 행복하다.
이런 표현을 되도록 많이 하면서 살자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쉬운 결심은 아니다.
아쉽고 권태롭고 지쳐가는 순간에야 아, 나는 방금전까지 행복했었구나 깨달을 뿐.
긍정유전자는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해서.
돈을 더 많이 벌게되었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닌 것이다.


순전히 머릿속의 생각을 떨쳐내고자 하는 목적으로 약 1시간 동안 인터넷을 떠돌았다.
못되고 불운한 생각들로 가득 찬 머리를  '많이 본 뉴스'나 '헐리웃 파파라치 사진' 같은 것들이 꽉 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나 쉽지않다.
때마침 군것질거리도 다 떨어져버려 참으로 좌절스러운 밤.





 

Posted by nuncoo at 11:36 PM | in Diary 2006 | Comments (3) | TrackBack (0)

January 08, 2007

개갈 안 나다

사람은 때로 그가 자주 사용하던 말과 어투로 기억되기도 할 게다.
'한갓지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난, 번거로운 일을 다 마치고 이제야 그 한갓진 시간을 즐기려는 듯 손바닥을 탁탁 털고 일어서던 엄마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릴 적엔 그 말이 우리 엄마만 쓰는 말인 줄 알았다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써서 놀라기도 했는데, 그래도 나에게 '한갓지다'라는 말은 딱 엄마의 말이었다. 우리 엄마의 입에서 나와야 그 의미와 뉘앙스가 가장 정확해지는.



엄마에게 '한갓지다'와 같은 말이 아버지에게는 '개갈 안 난다'는 말이었다.
이마저도 김소진의 '첫눈'이라는 단편을 펼쳐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영영 아버지의 말을 잊어버리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봉학이 징역살이를 하고 감옥에서 나오던 날 동네사람들이 누군가 나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설왕설래하는 와중에 반장이 이런 말을 읊는다.
" 젠장, 내가 언젯적부텀 그만두겠다는 반장직인가그래? 거마비랍시고 한 달에 곽서기가 자기 쌈지 풀어나 주듯 발발 떨면서 내주는 썩은 밀가루 두 포가 고작인데, 그것도 닭벼슬 같은 감투랍시고 쓰고 앉았자니 증말 개갈 안 나서....."

 
이 구절을 보는 순간 내 눈은 몇 번이고 같은 문장 위에서만 맴돌았다. 개갈 안 나서. 개갈 안 나서. 그래, 현실의 내게도 이런 말을 쓰던 사람이 있었다. 아니, 내 생애를 통틀어 이 말을 썼던 사람은 우리 아버지가 유일했다. 엄마가 일하는 모양이 맘에 안 들거나 성에 차지 않는다 싶으면 아버지는 " 사람 참, 일을 개갈 안 나게 허네." 하면서 엄마가 하던 일을 낚아채곤 하셨다. 그때의 '개갈 안나다'라는 말이 버젓이 내 눈앞에 활자화되어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아버지의 모습과 나무라는 어투가 지금 내 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나와있지 않은 이 말의 뜻을 네이버 지식인은 '일의 끊고 맺음이 정확치 못하고 엉성하고 흐리멍텅하다'라는 뜻이라고 알려준다.
김소진의 '첫눈'을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난 영영 아버지의 어휘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탓하시던 대로 야무지지 못하고 개갈 안나는 성격 때문이다.
아버지는 내게 이런 방식으로 또 한 번 기억된다. 종종 쓰시던, 그러나 다른 이의 입에서는 좀체 듣기 힘든 말로 기억되는 아버지. 아버지를 어휘로 기억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Posted by nuncoo at 02:37 AM | in Diary 2006 | Comments (1) | TrackBack (0)

December 31, 2006

새해 복 듬뿍 받으세요

지난 12월 16일 토요일이었을 거다. 스윗소로우 콘서트에 갔다가 1부만 보고 집에 왔다. 주머니에 부드러운 보습소프트 티슈를 한 웅큼 챙겨갖고 나갔지만 계속 훌쩍거리기도 민망하고, 이대로 무리하다가는 앓아눕겠다 싶어서였다. 그리고 내가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눈이 쏟아졌다. 
폭설에 갇히는 꿈을 품 게 된 것이 언제였던가.
안경을 쓰고 싶어서 TV브라운관 앞에 눈을 갖다붙이고 앉던 것처럼, 그런 마음으로 폭설에 갇히는 꿈을 꾸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안경을 쓸 만큼 눈이 나빠지지도 않았고, 눈 쌓인 소백산 등산 이후로는 눈으로 인해 인간과 고립된 적도 없다. 그래도 눈이 제법 폼나게 내리는 날에는 철지난 유행가를 부르듯 옛 꿈을 들춰본다.  눈의 무게를 못이겨서 나뭇가지가 후둑 부러지는 숲 속 산장에서 라디오로 폭설주의보를 듣는 어떤 밤을 꿈꾸었던 적도 있었다고.


Posted by nuncoo at 01:56 AM | in Diary 2006 | Comments (3) | TrackBack (0)

December 13, 2006

부산

지난 일요일 부산.
올해만 해도 부산을 벌써 몇 번째 가는 건데... 지리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방위를 의식하며 산 건 아니었는데, 도시 한 가운데 있으면서도 동서남북이 파악되지 않는 건 의외로 갑갑하고 숨이 막히는 일이더라.
급히 지하철을 갈아타러 가다가 이 그림을 발견했다. 똑딱이나마 카메라를 챙겨가길 잘 했다.
미남역에서 남포동역까지 갔으니까 이곳은 아마 연산동 지하철역이었던듯.
멀찌감치 서서 부끄럽게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여학생 둘이 파인더 안에 잠시 들어왔다 사라졌다.
카메라는 똑딱이 루믹스 FX01



  




사진은 클릭하면 조금 커진다.


Posted by nuncoo at 01:49 AM | in Diary 2006 | Comments (2) | TrackBack (0)

December 02, 2006

바쁠 때

바쁠 때 더 많은 일을 했노라는 그 언니의 말은 정말 맞다.
간만에 시간이 남아돌았던 지난 일주일. 나는 한 게 없다.
힘들더라도 바쁠 때 몰아쳐서 하는 게, 어쩌면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는듯하다.
그래도 휴일이 가버리는 건 아쉽구나.
추워서 자전거도 못타고. 100퍼센트의 휴일은 커녕. 50%도 과분한 휴일.



Posted by nuncoo at 07:59 PM | in Diary 2006 | Comments (2) | TrackBack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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