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7, 2006
March 22, 2006
0322
기분전환을 할 때 누구는 머리칼을 확 잘라버리거나 옷을 산다고 하던데 나는 잔뜩 소심해진 터라 전처럼 마음대로 지르지도 못하고 달랑, 고작,기껏 즐겨쓰던 한글의 폰트만 바꾸었다.
답답게이지가 60%정도 되면 전에도 곧잘 그랬지 아마. 굴림체에서 송성훈 구형타자체, 신명조에서 양재본목각, 양재소슬, HY목판, 휴먼엑스포까지 왔다갔다... 그랬다가 막상 프린트를 할 때는 데스크탑에 그 폰트가 없어서 줄맞추기까지 다시 하면서 투덜투덜.
그래도 즐겨쓰던 글씨체를 바꾼 첫날의 느낌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내가 하는 말과 반복적으로 쓰는 단어들은 이제 지겨워.
내가 써놓고도 남이 쓴 글을 읽는 것 같은 낯선 느낌이 나는 좋은 거다.
줄간격 145%
장평 90%에 자간 -10%
글씨체는 한겨레 결체
이런 셋팅으로... 유통기간은 길면 한 달 정도는 갈 거라고 본다.
March 19, 2006
0319
야구에 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H2'와 '터치'에서 본 것이 전부고, 모두가 열광하는 WBC에 대해서는 무감한 것이 오히려 미안할 정도였는데, 오늘 마운드에 서 있는 김병현의 모습을 보니 새삼 투수는 참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홈런을 맞자마자 당혹감인지, 분노인지, 불쾌감인지 모를 표정이 그의 얼굴에 어색하게 겉돌았다. 순간적으로 별별 생각이 다 들었을 것이다. 나 같으면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을지도 모르지만, 마운드의 중심에 서 있는 그는, 어쨌거나 던져야만 하니까.
이미 한 번 무너진 투수는 수억의 인구가 숨죽인 채 그를 주시할 때... 저 혼자 열패감과 공포와 맞서 싸워야 한다. 그 자리에 나를 대입시켜 생각해보니 막막하다 못해 끔찍하다. 투수가 그렇게 외로운 자리였다니.
March 16, 2006
미용실 문선생
그녀 문선생.
아는 미용사 하나 없는 뜨내기 손님의 뻘쭘함을 알았을까. 어제 보고 오늘 다시 보는 사람처럼 환하게, 사람에 치인 피곤한 기색 없이 찰랑거리는 단발머리처럼 웃음 결이 곱더라. 그녀 문선생.
동네에 있는 중급 미용실의 여건이야 뻔하지, 언니들은 떠나고 새로운 얼굴들이 채워지고
제 손, 제 몸이 연장인 사람은 반은 떠돌이. 인생 뭐 있나, 엉덩이가 무거워지기 전에 떠야지. 괜히 정 들면 동네 아줌마들 파마만 말아주다가 인생 퍼지고 말 테니까 떠나야지. 젊은 야망으로.
그런데 우리 문선생, 노랑머리, 빨간 입술 다 떠나도 꿈쩍도 안하는 문선생.
주문은 주문대로 받고, 머리는 제 맘대로 만져놓고 미안해하지도 않는 문선생. 거울 안에서 눈 마주치면 씩 잘도 웃는 문선생. 정혜영 닮아 착한 웃음 그러니 저 여자를 미워하면 내가 벌받지, 덩달아 웃게 되는 문선생.
나는 왠지 당신이 돈도 많이 벌고 성공했으면 좋겠어. 원장이 되어서도 머리 감기고, 난생 처음 손님 맞는 견습생처럼, 거울 속에서 눈 마주치면 잠깐 긴장 풀린채 착하게 씨익 웃어줬으면. 딱 지금처럼.
머리 할 일 없어도 오가는 길에는 꼭, 창문 한 번 쳐다보는 그곳. 미용실 문선생. 이름도 알지 못하는... 착한 웃음만 마냥 봄같은 그녀 문선생.
March 09, 2006
핑크의 자부심 쩜쩜쩜
'요즘 뜸한 것 같어?'라는 그녀의 지적을 자극받은 김에 잠시 꿈틀.
1.
언제 읽었었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안정효의 소설 '헐리우드키드의 생애' 에서 보았던 문장이 하나 떠오른다. 재크 나이프며 별 쓰잘떼기 없는 물건 수집에 열중이던 '키드'들을 묘사하는 가운데 이런 문장이 따라붙었다. '사람은 누구나 쓸데 없는 것에 몰입하는 시기가 있는 법이야.'
딱 이거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충 이랬고 나는 십대도 아닌 이 나이에 잠시 다른 데 정신 파느라 정신이 좀 없었다. 그것으로 돈은 나오지는 않아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몰두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의 하나. 어쨌거나 그래서 지난 얼마간은 블로그도, 영화도, 책도 안중에 없었다.
2.
대담, 용감해진 핫핑크 (기사)
일상개시 기념으로 본 영화 - 브로큰 플라워 - 여기서까지 잇달아 터지는 핑크. 그래서 제목이 핑크의 자부심이라며.
3.
일단 이렇게 너저분하게 시작해놓고... 주말에는 그간 못 본 영화나 몰아서 봐야지 결심한다. 잠시 끊었던 운동도 다시.
After Traveling
Blog Story
Culture
Diary 2004
Diary 2005
Diary 2006
Diary 2007
Diary 2008
Diary 2009
Diary 2010
Diary 2011
Friends And Relations
Link & etc
낙서
문장수집가
보태니컬 아트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