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8, 2007

화난 이유

뭔가를 공들여 쓸 때와 화가 났을 때 나의 얼굴은 같은 표정을 짓는다.
컴퓨터 모니터에 거울이 달린 것도 아니고, 
화 낼 때 거울을 보는 것도 아니니 그때 나의 표정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아, 화가 났을 때 나는 미간을 있는대로 찡그린다고 한다.
그리곤 입꼬리를 (나로서는) 힘겹게 치켜올리며 "괜찮아, 괜찮아." 사람 좋은 척 웃는다. 
속으로는 화가 났으면서.. 그리고 미간은 잔뜩 찌푸린 채 입으로는 '괜찮아'를 연발하는 이 기술은
꽤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어렵다.
싫은 거, 화난 걸 감추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제는 입으로 웃고 있어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눈치다.
나도 알고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억지로 누르며 입으로만 웃고있을 때 내 표정이 얼마나 가관일지.




아무튼, 
간혹 시간에 쫓겨 죽어라 자판을 두들기거나 마땅한 이야기가 생각
나지 않아서
커서만 바라보고 있으면 꼭 화났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전혀 몰랐던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처럼
그제야 나는  '내가 뭔가를 쓸 때는 화난 표정이구나.'생각한다.
화가 났다는 말도...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겠지.
급한데 머리가 안돌아가니 얼마나 화가 났을까.





뭔가를 쓸 때 나는 화난 표정이 된다. 
인상을 있는대로 쓰고는 험악하게 앉아있다.
시력이 나빠져서 자꾸 눈을 찌푸리는 것일 수도 있다.
더 잘쓰고 싶은데 못 써서 화가 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일을 택한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뭔가를 쓸 때의 표정이 행복한 표정이면 좋을 텐데, 하필 화난 표정이라니 유감이다.
정말 화가 나려고 한다.



Posted by nuncoo at 04:47 AM | in Diary 2007 | Comments (3) | TrackBack (0)

March 25, 2007

0325

어느 날 밤 갑자기 익스플로러가 '서버를 찾을 수 없다.'라는 메시지만 내보이면서 우리 집에 인터넷이 안 되는 날이 며칠 간 계속 됐다.
전화만 하면 와서 고쳐주겠지만, 귀찮아서 내버려둔 것이 사흘.
첫날은 당황스러웠고, 둘째 날은 답답했고, 사흘째 되니까 심심했다.
첫날은 당황스러운 가운데 이 상황이 어떤 실험처럼 받아들여졌고 (그래! 인터넷 없이 어떤지 두고 보자! )  둘째 날에는 답답해져서 웹서핑을 할 시간을 고려해서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했으며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이 인터넷에 의지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수리하는 분이 오기만을 얌전히 기다렸다.
당연한 거지만 인터넷이 안 되니 인터넷 뱅킹도 불가능하더라.
남아도는 시간에 '도니다코'를 봤는데, 거기 나오는 여학생이 지금보다는 조금 어린 시절의 린제이 로한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었는데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아니었다.)
도니가 길 한가운데 쓰러져있다 깨어나는 첫 씬부터 식탁에 온 가족이 모이기까지 뮤직비디오처럼 이어지는 첫 장면은 내가 그간 보아온 영화 중에 시작이 가장 아름다운 영화로 기록될 만 했으나 줄거리가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해볼 수도 없었다. 
내게 아무리 박식한 친구가 있다 하여도 기능적인 면에서는 인터넷을 따를 수 없을 것이다.  뭐, 이것도 물론 당연한 거지만.

아무튼, 지금은 다시 인터넷이 가능하여 내 블로그에 쓸데없는 글도 올리고 요즘 유행이라는 비비크림도 검색해보고 돌아온 탕아처럼 나 혼자 들떠서 이 사람 저 사람 블로그를 반갑게 돌아보는 중이다. 
지금 마음 같아선 '귀환'이라는 말도 거창하다는 느낌이 없다.



Posted by nuncoo at 03:17 AM | in Diary 2007 | Comments (4) | TrackBack (0)

March 12, 2007

0311


1. '하얀거탑'이 끝났다.  장준혁은 죽어가고, 그 와중에도 최도영은 '준혀가! 준혀가...'  . 이제 토요일,일요일밤도 텔레비전 볼 일이 없어지는 건가.
다시 하우스 선생의 까칠함에 정붙이고, 닥터 하우스나 프리즌 브레이크 그리고 보스턴 리갈로 복귀함이 옳을듯 싶다.




2. 보면 볼수록 충동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T3 로 찍은 사진을 계속 들어다 보고 있다. 사진에 있는 티탄블랙은 꿈도 안꾸고 회색이라도 싸게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물 노트북에 대해선 '[한글]만 돌아가면 되지않는가.' 하고 바꿀 생각을 안하면서 카메라 욕심은 왜 제어를 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3. 미리 해두었어야 할 일들을 다 하지 못했다.  하여 내일 허둥지둥하다가 일정이 꼬일 확률 70퍼센트 이상, 저녁을 먹지 못할 확률 80퍼센트 이상.  퇴근후에도 괴로워하며 또 일을 해야할 확률 70퍼센트 이상이다.


세상에, 월요일에는 조조영화를 보겠다던 지난 금요일밤의 야무진 결심은 어디 간 거니.




Posted by nuncoo at 04:47 AM | in Diary 2007 | Comments (5) | TrackBack (0)

February 25, 2007

'필요악'이라는 칭찬

어떤 사람을 가리켜 '필요악'이라고 칭하는 걸 들었다.
가진 재주와 능력이 비범해서 팀의 실적에는 유익하지만, 남에 대한 배려같은 건 당최 불가능한 사람이라 팀의 인화에는 문제가 있었나 보았다. 
"지 기분이 나쁘면 말을 시켜도 대답도 안한다잖아."
몇 사람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하여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대단해."
이야기 끝에 같이 일한다는 사람 중의 하나가 그랬다.


" 걔는 필요악이예요.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리도 그냥 내버려두는 거예요."




내 맘대로 살아왔지만
내 성질대로는 살아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성질이 어떤지를 모르겠다.
어려서는 순진해서.
나이 좀 들어서는 성질 부려봐야 받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더 들어서는 귀찮아서.
지금와서는 나이 먹은 이들이 지 성질을 못참아서 부들부들 떠는 게 추해보이기도 하지만, 
참 애처롭고 안돼보여서,
나이 먹고 품위는 지키기 힘들더라도 동정은 받지 말자는 생각에 헤헤거리다 보니
내 성질의 순도를 따져보면 대체 타고나길 온순한 건지, 그저 귀찮고 게으른 건지... 어느 쪽에 가까운 지 모르겠다.


그래도 '필요악'은 부럽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그의 괴팍한 성질이 아니라 재능일 것이기에.





Posted by nuncoo at 11:31 PM | in Diary 2007 | Comments (5) | TrackBack (0)

February 11, 2007

러시아워의 추억

돌아보니 나는 러시아워에 시달린 기억이 없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오다가 문득 생각한다.
모두가 끔찍하게 생각하는 러시아워에 시달린 기억도 없이 나는 용케도 20대를 지나, 서른을 넘어 여기까지 왔구나.
몇 년전의 어느 저녁에도 자동차 앞 유리에 브레이크등이 붉게 번지는 걸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루의 피로로 몸은 푹 꺼지더라도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퇴근하는 저녁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하고 말이다.


9시 출근에 6시에 퇴근하는 보통의 회사원 생활을 아예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니... 사람들 사이에 끼어 공중에 발이 들린채 복잡한 지하철에 시달린 적이 나라고 왜 없을까. 하지만 크게 인상적인 기억이 없는 걸 보니 그다지 끔찍한 기억은 아니었나보다.
하긴 기간도 다 합쳐봐야 1년이나 될까. 인천에서 방배동으로 잠깐. 송파구 삼전동에서 뱅뱅사거리로 잠깐. 그리고 송파구 삼전동에서 여의도로 잠깐. 그 옛날 여의도 순복음교회 버스 정류장에서 소문으로만 듣던 겨울의 여의도 강바람을 맞으며 오지않는 30번 좌석을 1시간 이상 기다린 기억은 있지만 그 후의 나의 출퇴근 시간은 남들의 그것과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거나 여의도에서 5킬로미터를 벗어나지 않는 곳에서 살게되면서 러시아워의 부산함과도 서서히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뒤 기우는 해를 등지고 앉아서 동료들과 나누는 시원한 맥주 한 잔.
올림픽대로의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을 직접 목격한다든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동차의 불빛을 보며 집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을 가늠해본다든지, 이런 보통의 일상이 내게는 너무나 먼 일이었구나.


경험하지 못하고 지나온 것들이 어디 한두 가지겠냐만
러시아워를 일상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꼭 다행이고 행복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서 하고 있다.





 




얼마전 저녁 라디오에서 오랜만에 들은 Herb Alpert의 Rise.
그림에 나오는 저런 촌스러움이 그립다.
누구에게나 있었을법한 낭만스러운 어떤 한때가 그려지는 뮤직비디오.
어쩐지 내게는 저녁느낌의 곡이다.




Posted by nuncoo at 11:53 PM | in Diary 2007 | Comments (4) | TrackBack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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