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19, 2008

반인분

바빠죽겠는데, 도무지 일이 속도가 붙지않는 날은
'나는 1인분도 아니고, 반인분의 분량으로 태어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움직임도 반인분.
머리용량도 반인분.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적량도 반인분.
반인분의 못난이가 1인분의 몫을 감당하려니 이렇게 힘든 건 아닐까 생각한다.




Posted by nuncoo at 11:58 PM | in Diary 2008 | Comments (0)

February 02, 2008

0201

글을 정말로 아주 아주  잘...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연애를 할 때였던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든 문자로 표현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 때...
사랑에 빠진 나는 아주 쉬운 말과 단순한 문장으로도 그 사람의 마음에 쉽게 닿았다.
내 편지를 받았던 그들은 아마,  제 마음의 요동을 어쩌지 못해서 가쁘게 몰아쉬는 내 숨소리를... 행간을 통해 들었을 거라 상상한다.



사랑에 덤덤해진 지금은 미치도록 공허한 순간에, 나도 글을 참... 잘 쓰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정확한 낱말과 잘 짜여진 문장으로 내 마음의 정체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싶어진다.
그리고 숨 막히게 좋은 노래나 영화를 보았을 때... 나는 잘 쓰고싶다. 
'좋다'는 말을 백 번 나열해도 여전히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이 새벽에 같은 노래를 스무 번을 되풀이해서 들으며 이 노래가 지금 나에게 이토록 절절하게 와닿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을 때.
인공위성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을 보았을 때처럼 노래 하나 때문에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아서 진정이 되지 않을 때.....



Posted by nuncoo at 03:37 AM | in Diary 2008 | Comments (0)

January 22, 2008

김하늘이...

지난 주말에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TV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곧추세운 적이 있다.  연예가 중계에 나온 배우 김하늘이 이야길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김하늘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녀가 내 뒤통수를 치는 말을 던졌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 저는 제가 제 일을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단지 내가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기 때문에 그냥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돌아보니까 이 일을 좋아했던 거예요. "


뒤늦게나마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참 지겨워하고 앓는 소리를 하며 내 일을 해왔다.
아무 것도 모르고 일을 시작할 땐 일주일에 딱 하루 내가 좋아했던 연예인이 오는 날이 있어서 그를 보는 낙이라도 있었지만 그후엔 '언제까지 이 일을 하게 될까' 대안도 없이 툴툴대며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내 글에 내가 질리고
뻔한 소리를 써대는 게 창피하고,
몇 달 놀다가 다시 바빠질 즈음엔 내게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 이것 밖에 내가 할만한 일은 없는 걸까' 하는 생각까지는 차마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배우 김하늘이 그런다.
나에게도 어떻게든 대답을 하라고 재촉하는 것 같은 이야기다.
" 저는 제가 제 일을 좋아하는 지 몰랐어요.
단지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어서 어쩔수 없이 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돌아보니까 저는 이 일을 좋아했더라구요.
그렇지 않고서야 한 가지 일을 어떻게 10년 넘게 할 수가 있었겠어요."



Posted by nuncoo at 02:44 AM | in Diary 2008 | Comments (2)

January 16, 2008

0115







호스팅기간이 끝나간다는 메일이 와서 고민을 좀 했다.
업데이트도 뜸한 이 곳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근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굳이 없앨 이유도 없어보였다.
인터넷 상에 불필요한 트래픽을 유발하니까 제발 좀 나가라고 등 떠미는 사람도 없고,
방 빼기 전에 계정이며 데이타며 백업해야 하는 것도 너무 귀찮고
결정적으로 여기 아니면 내가 놀 데가 없다.


일단 1년 연장해두었으니 핑크문은 1년 수명 연장이다.
'앞으로는 업데이트도 열심히 해야지.'
말만 이런다.
카테고리 정리도 안하고 있으면서.





Posted by nuncoo at 03:12 AM | in Diary 2008 | Comments (2)

January 05, 2008

고요한 3시

지금 이 상태가 좋다.
공부방  컴퓨터 앞에 앉아 고요히 벽과 마주하는 시간.
몇 시간 전에 나는 이 자리에 앉아 급전이 필요하다는 친구의 문자를 스무 통이나 넘게  받았다.
며칠 후에 돌려줄 테니 현금이 없으면 현금서비스라도 받아달라는 간절한 문자를 받으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친구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나가서 설거지를 잠깐 하고,  
어디선가 이상은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또 나가서
'헤어지고 나 홀로 걷던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하지만 이젠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걸...' 이라고 노래하는 이상은의 목소리를 들으며 빨래를 갰다.
워낙 행동이 느려서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나는, 그 대신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라디오 모니터를 해야할 때는 설거지를 하면서 라디오를 듣는다든지,  개야 할 빨래가 있으면 TV 볼 때 개려고 소파 위에 모아둔다든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런 식으로 나의 게으름은 어느 정도 보완이 될 거라고 믿고싶지만 실은 잘 모르겠다. 나름 노력하는 것일뿐.


아무튼 다시 고요한 3시로 돌아와서,
지금 이 상태가 좋다.
오늘 낮에는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의 절박한 문자를 스무 통이나 받은 건 일 축에도 못낀다.
모처럼의 휴일이라 미용실에 가다가 생뚱맞은 전화를 받고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대성통곡을 하다가 도로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고, 올해는 더 열심히 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다가 마음이 더없이 쓸쓸해져서 지난 이메일을 정리하기도했다.
몇몇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올해는 더이상 연연하고 싶지않은 몇몇 감정어를 떠올리기도 했으며, 중학교 동창이 12월 23일에 보낸 싸이 쪽지를 이제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벽 3시에는 크나큰 일도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된다.
이상은의 노랫말처럼 '홀로 돌아오는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언젠가는 끝날 테니까...
내 마음이 이처럼 고요해진 것을 보면 내일은 그럭저럭 비슷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Posted by nuncoo at 03:19 AM | in Diary 2008 | Comment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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