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08, 2009
0306
언제부턴가 담배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담배 냄새 중에서도 가장 반갑지 않은 건 가령 이런 거다.
도서관에서 책장 사이에 끼어있는 내 옆을 어떤 아저씨가 지나갈 때.... 앞이 벌어진 패딩점퍼 안에서 훅 끼치는 지난 겨울의 담배냄새는 참으로 곤란하다.
그것이 역하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순간적으로 그 아저씨의 직업과 나이대와 그 좋은 주말에 도서관에 쳐박혀있어야만 하는 사정을 자꾸 상상하게 된다고나 할까.
마치 대낮에 백화점에 가서 얼굴은 물광으로 번질거리는 럭셔리한 아줌마들을 보면서 ' 대체 저 아줌마의 남편은 뭘 하길래, 얼마나 잘 사는 집에서 태어났길래 저토록 있는 티가 날까...' 부러워하며 나도 모르게 마사지샵과 헬쓰, 백화점을 오가는 아줌마의 동선을 그려보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거나 묵은 담배냄새에서는 어떤 불가항력이 느껴진다.
답답하리만치 안풀리는 어떤 꼬인 인생의 ... 좌절의 냄새.
February 09, 2009
0208
1. 남의 블로그에 가서 댓글을 단다는 것이,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만 주절주절 흘리고 왔구나.
서로 며칠 앞서거나 늦을뿐, 느끼는 것은 비슷할 테지.
개그콘서트도 보았고, 인터넷 뉴스도 보았으나 내 마음이 거짓말을 듣지 않으려 한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나으려나. 한 며칠 수면부족에 시달리면 달덩이처럼 부풀어오른 내 얼굴도 좀 꺼지려나. 일단 몸과 마음이 고달파지는 시기가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 토요일 저녁에도 몇 번 펑펑~. 오늘 밤에도 몇 번 펑펑~
하늘에 진동이 인다 했더니 내일이 대보름이구나.
안양천이나 여의도 둔치 어디쯤에서 대보름맞이 불꽃놀이를 하나보다... 추정해볼 수 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지난 여름에도 컴퓨터앞 이 자리에 앉아 여의도에서 불꽃놀이 불꽃이 펑펑 터지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다. 먼 곳에서의 불꽃놀이는 환청 같구나.
3. [렛미인]을 보고 북구의 나라에 대한 환상만 커졌다. 겨울을 싫어하는 내가 폭설의 위험은 잊고, 흰 눈의 환상만 키워가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뱀파이어 영화가 있을까.
세월이 흐르면 오스카도, 죽은 이엘리의 아빠(?)처럼 우울한 눈빛을 가지게 되겠지...
슬픈 운명의 끝을 보아서 더욱 슬픈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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