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편해하고 어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택시타기'다
택시 타는 걸 싫어한다고 적지 않은 이유는
내가 느끼는 어려움이 싫어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불편함이기 때문이다.
특히 심야+나 혼자 +가까운 거리의 택시탑승+ 성난 기사의 조합일 때는 불편함이 극에 달해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엉덩이가 반쯤은 떠서 오는 것 같다.

택시기사가 소심하게나마 대화의 의지를 비칠 때는 여러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한다.

1.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하고 질문으로 되받을 경우 .. 대화가 길어진다.. 그런데 나는 목적지까지 끊임없이 수다를 이어줄 자신이 없다.. 그러면 하는 수 없다. 대화를 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수 밖에. 이럴 때 나의 대답은 "그렇군요." "네" 선에서 끝난다.

2. 택시를 타자마자 대화할 의사가 없음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가령 문자를 한다던지,목적지에 대한 길간섭도, 부연설명도 없이 창밖에 시선을 던진다.

3. 가장 난감한 경우는 내가 "안녕하세요"하고 활기차게 인사를 하며 택시에 올라탄 탓인지 기사분이 나를 넉살좋고 오지랖 넓은 사람으로 오해하고 그동안 눌러담아뒀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버릴 경우다.
오늘도 호기롭게 "안녕하세요"하며 택시에 올라탔더니 아저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쏟아놓는 통에 한쪽 머리로는 응대하며, 한쪽 머리로는 '나는 왜 택시기사와의 대화가 이리 서투르고 불편할까'를 고민하며 집까지 왔다.


이참에 '안녕하세요'하는 인사를 끊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Posted by nuncoo at 05:00 AM | in Diary 2010 | Comments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