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5, 2010

도스토예프스키




Posted by nuncoo at 01:25 AM | in Friends And Relations | Comments (0)

May 16, 2009

200905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렇게 한 송이가 툭... 떨어져 있었다.


하나하나 꽃잎을 떨구지 않고
만개한 채로 툭.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보란듯이 툭.


Posted by nuncoo at 11:00 PM | in Friends And Relations | Comments (0)

February 20, 2006

New가 없는 이야기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그 사람과의 유효기간이 짐작된다는 건 슬픈 일이다.  근래에는 가늠해보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읽힌다.
내 어줍지 않은 통찰력에 놀란다기보다는 이것도 어떤 '끝' 혹은 '종말'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상심이 앞선다.

가령, 만나고 돌아서는 순간 '이 사람과는 이 일이 끝나면 다시 볼 일이 없겠구나.' 싶은 사람.
'5년, 10년을 같이 일해도 그는 내 속마음 한 자락 건드리지 못하겠구나.' 싶은 사람.
'열 번을 만나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열 번 내내 어색하겠구나!' 싶은 사람.



돌아보니 나를 둘러싼 사람들, 내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인물군은 근 5년 동안 변화가 거의 없다.
5년 전에 있었던 사람은 아직도 있고, 새로 흘러들어와 중요인물로 자리 잡은 사람도 딱히 없다.
그동안 혹하는 매력을 가진 어떤 사람이 나의 궤도 안으로 들어온 일이야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계기가 없어 잡지 못하고, 인연이 아니
어 스쳐 지나갔다면 그건, 그것으로 되었다.


사실은, 오늘 문득 5년, 10년 후의 나의 인간관계도 오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않을 거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 그 생각하다가 주절주절...



February 16, 2006

with 김목경 아저씨


나도 떨리고 화끈거린다. 셔터가 눌러지기까지의 시간은 한참인 것 같고 셀프사진 찍을 때 익혀뒀던 표정도 나오지 않고 순식간에 바보 숙맥이 돼버린다.  앞에 앉으라는데 앉지도 못하고, 말 걸까 봐 피해다니느라고 괜히 이방 저방으로 왔다갔다... 좋은 사람 앞에서는 나도 그렇더라.  


또한, 좋아하는 사람과 허물없이 친해지는 법은 역시  학습으로 익혀지는 게 아닌가 보다. 멀리서 지켜보고 응원이나 하는 .. 지고 지순하고 바람직한 팬도 아니면서 이런 순간이 되면 무척 당혹스럽고, 그 당혹스러운 시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는 또 진땀을 빼고 만다. 
낮에 김목경아저씨와 사진을 찍는 나도 어색해하고, 허둥대고, 쭈뼛거리고 ..., 참으로 요건을 제대로 갖춘 숙맥이었다.  카메라를 가진 사람은 '붙어라, 앞으로 나와라' 주문도 많은데,  저렇게 뒤에 서있어도 저만큼 붙어있는 게 너무 떨려서  사진 찍는 사람이 '하나, 둘, 셋'을 세기도 전에 나는 정말 ... 거짓말 조금 보태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김목경 아저씨에 대한 나의 팬스러운 태도는 ...조승우나 이준기와는 방향이 전혀 다른데 ...., 이게 역사가 아주 깊다.  허나 지난 이야기는 구구절절 늘어놓아야 무엇하랴 (이러면서 뭔가 있는 척).  아저씨와는 10몇 년을 통틀어 세 번을 ..이렇게 근접한 거리에서 봤다 ('만났다'라고 썼다가 '봤다'로 고친다.)
10몇 년 전 처음 봤을 때 기타리스트는 수줍었고 나는 그 이름을 10여 년간 마음에 품고 산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후 재작년, 말하자면 접사가 가능한 거리에서 다시 만난 그는 조금 어렵고 무서웠다. 음악이 신념이 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엄격함 그리고 왠지 모를 거리감이 불편했다. 
2년 후 오늘 다시 만난 그에게 나는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한다. 쭈뼛거리며 얼떨결에, 그것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전해진 농담같은 고백이었지만 나는 분명히 10여 년 전처럼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 오래전 옛날, 이분은 아직 30대이고, 나는 아직 20대이던 시절 이분의 무엇에 내가 중고딩 때에도 마다했던 빠순이가 되기로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그때 나는 분명히 어렸고, 영화 '파리 텍사스'  O.S.T에서 라이 쿠더의 연주로나 들었던 슬라이드 기타 소리를 직접 듣고 충격을 먹었던 것 같고 ... 기타를 치는 실루엣에 반하기도 했을 거고,  기타 치는 것 말고 다른 것에는 서툰 모습에서 나 혼자 교집합 같은 걸 만들어놓고 기꺼워했는지도 모른다.  마침 그 시절의 나도 막 일을 시작한..., 뭣도 모르는 사회초년생이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만남에서 두 번째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두 번째에서 세 번째는 금방이었지만, 네 번째는 또 언제가 될지 모른다. 그때 내 마음이 어떨지도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의 떨림은 아주 신선하고 감격스러운 것이라 어느 곤하고 무감한 날에 들춰봐도 좋지 않을까 싶어 .. 여기 적어둔다.





그리고 이 사진은 폴더를 뒤지다가 나온 거. 작년 여름이었나 보다.
영화 '우리형' 덕분에 한참 바쁠 때 박지빈과 Jr 그리고 여사님.


'사진을 찍는다, 너도 와라, 같이 찍자. 잘 나왔네, 못 나왔네.'  벌써 아주 오래전 일만 같은 그날의 시추에이션.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여전히 철이 들지않는다.
 














Posted by nuncoo at 11:58 PM | in Diary 2006 | Comments (5) | TrackBack (0)

November 07, 2005

대낮, 빈 헬스장, 청년

내가 추리를 좋아한다는 걸, 그것도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추리 쪽으로는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아파트 안에 있는 그 헬쓰청년은  아마 상상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우선 밝혀두건데 근래 내 추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헬쓰청년은 베스트극장이나 올드미스다이어리 같은 시트콤에 가끔 등장하는 근사한 골격의 매력남과는 거리가 멀다.  일단 그는 '가끔'이 아니라 매일 '상주'하는 인물이며 탄탄한 근육을 씰룩거리면서 운동을 한다거나 사자가 갈기를 털듯 땀에 젖은 머리칼을 섹시하게 털어주는 모습은 더더욱 본적도 없으며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카운터에 죽치고 앉아서 카드를 끊어주거나 운동복을 갖다주는 일이 전부다.
생긴 건 가끔 순돌이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 엠씨 몽이나 엠씨 몽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 순돌이 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아니면 주위 사람 중에 가장 따분하고 무료하게 생긴 사람을 떠올리던가.
암튼, 낮이 되면 사람도 없는 텅 빈 헬스장을 혼자 끈질기게 지키고 앉아있는 걸 보면 그는 헬스장 주인의 친척이나 가깝게는 동생이나 자식쯤일 게 분명했다.
늘상 파리 날리는 헬스장. 그것도 오후 2시가 넘어가면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구경할 수 없는 텅 빈 헬스장에서 옛날 댄스음악이나 들으며 시간을 죽이는 건 핏줄이 아니고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청춘은 원래 빈 집만 지키고 있기에는 자존심이 센 법이니까.

열흘이 지난 지금은 그는 아마 미스터코리아대회 같은 걸 염두에 두고 있는 연습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운동도 마음껏 할 수 있고 넉넉치는 않으나 생활비 정도는 준다고 해서 관장만 믿고 왔는데 회원카드를 찍어주거나 운동복 나르는 일만 하다보니 지쳐서 저렇게 포인트가 빠진 얼굴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운동을 가르쳐주겠다던 관장은 아침나절에 코빼기만 보였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니 이러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처한 상황이야 어찌되었든 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가장 한산한 시간대에 홀로 러닝머신 위를 뛰고 있는 손님이다.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을 때 몇 번은 그가 내 뒤에 대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넨 적도 있었다. 이어폰을 꽂고 있었으므로 나는, 못들은척 돌아보지 않아도 되었다.
카운터 아래에 책 같은 걸 숨겨놓고 몰래 훔쳐보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그 모습이 철딱서니 없고 비굴해 보여서 ... 그럴 땐 핏줄도, 연습생도 아니고 .. 그저 할 일이 없어서 빈 체육관이나 지키며 시간을 죽이는 ..그렇고 그런 한심한 청춘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보고 있다. 등을 돌린채 달리는 데만 열중하는 척했지만 실은 다 보고 있었다.
러닝머신 앞에 있는 텔레비전의 꺼진 브라운관에는
책상 밑에서 몰래 찐 고구마를 벗겨먹고 있는 그...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
내가 그곳에 출입한 열흘 10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은 그의 핸드폰까지 꺼진 텔레비전 브라운관에는 다 비친다.


내가 러닝머신 위에서 달릴 때 케이블 뉴스채널도 켜지않고 빈 화면만 보고 달리는 건, 
그 안에서 아주 느리게, 아주 무료하게 움직이는 어떤 청춘이 있어서다. 


3.5Km를 달리는 동안 그에게도, 나에게도 전력질주가 아닌 시간들이 천천히 흘러갔다.




Posted by nuncoo at 11:55 PM | in Diary 2005 | Comments (6) | TrackBack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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