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11, 2005
목욕탕에서
금강산 불가마 사우나.
목욕탕과 탈의실을 가르는 유리문이 열리고 쑥 들어오는 팔 하나.
반으로 접혀진 만원 짜리 두세 장이 때 미는 아줌마 손에 건네져서 간이침대 옆 빨간색 플라스틱 양동이에 담긴다.
그리고 벌거벗은 이마, 가슴, 어깨에 차분하게 그어지는 성호.
닫힌듯싶었던 문이 또 한 번 쑥스럽게 열리면서 이번에는 토마토 주스 한 병.
첨벙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숨죽여 지켜보라고 붙잡고 싶었던 순간.
토마토 주스 병을 받아들고 아주머니, 환하게 다시 한번 성호.
내게 강 같은 평화처럼 넘치고 출렁거리네. 아주머니의 늙은 배.
나는 그 겸손한 등에 성호.
신은 젖은 자의 가슴에 산다.
Posted by nuncoo at March 11, 2005 11:52 PM
TrackBack
TrackBack URL for this entry: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