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들에게 '안녕!'하며

노트북 A/S를 받으러 갔다가 빠졌던 나사 몇 개는 주워박았고,
몇몇 부분은 수리가 불가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30분 정도 대기의자에 앉아 테트리스만 하다가 그냥 돌아왔다. CD롬은 여전히 개폐가 안되고있으며 키보드 왼쪽 손목이 닿는 부분에선 찌릿찌릿 전기가 흐른다.  노트북과 전기가 통하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으나 그냥 버텨보기로 한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이런 류의 사진을 보고 나도 언젠가는 아파트 정원의 나뭇잎새들을 담아보리라 생각한지 몇 주가 지났다. 시한은 단풍이 들기 전..이라고 정해두었으나 간혹 홍조를 띄고있는 잎들이 있어서 별안간 그날이 오늘이 되었다.
한 손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한 쪽 어깨에는 카메라를 메고 나가서 음식물 냄새가 나는 손가락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한 잎씩 따와서 A4용지 위에 잎들을 늘어놓고 또 셔터를 눌렀다. 삼각대를 쓴 것도 꽤 오랜만이다.

 


(사진을 클릭하면 아주 큰 사진으로 뜹니다만...)

지난 봄 이후, 누군가가 아파트 화단의 나무들에게 모두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매일 잎을 보고, 이름표를 스윽 확인하고 다니는데도 잎만 봐서는 정체를 모르겠다.
위의 나뭇잎 중 이름표가 빠진 두 잎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나무들 중 둘이다. 잎사귀를 들고 다시 나무를 찾아헤매었으나 이미 날은 어두워져 그만두었다. 혹시 아는 사람?


 


(이 사진도 클릭하면 큰 사진으로 뜹니다만...)


많은 나무와 잡풀들 중 오늘 나한테 걸린 몇몇이다. 빛이 있을 때 한두 번은 더 카메라를 들고나가봐야겠다. 그리고 단풍이 든 가을쯤에 한 번 더.
내 알람시계가 제대로 작동만 해준다면.

in Diary 2005
Posted by nuncoo at September 1, 2005 09:52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