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16, 2006
미용실 문선생
그녀 문선생.
아는 미용사 하나 없는 뜨내기 손님의 뻘쭘함을 알았을까. 어제 보고 오늘 다시 보는 사람처럼 환하게, 사람에 치인 피곤한 기색 없이 찰랑거리는 단발머리처럼 웃음 결이 곱더라. 그녀 문선생.
동네에 있는 중급 미용실의 여건이야 뻔하지, 언니들은 떠나고 새로운 얼굴들이 채워지고
제 손, 제 몸이 연장인 사람은 반은 떠돌이. 인생 뭐 있나, 엉덩이가 무거워지기 전에 떠야지. 괜히 정 들면 동네 아줌마들 파마만 말아주다가 인생 퍼지고 말 테니까 떠나야지. 젊은 야망으로.
그런데 우리 문선생, 노랑머리, 빨간 입술 다 떠나도 꿈쩍도 안하는 문선생.
주문은 주문대로 받고, 머리는 제 맘대로 만져놓고 미안해하지도 않는 문선생. 거울 안에서 눈 마주치면 씩 잘도 웃는 문선생. 정혜영 닮아 착한 웃음 그러니 저 여자를 미워하면 내가 벌받지, 덩달아 웃게 되는 문선생.
나는 왠지 당신이 돈도 많이 벌고 성공했으면 좋겠어. 원장이 되어서도 머리 감기고, 난생 처음 손님 맞는 견습생처럼, 거울 속에서 눈 마주치면 잠깐 긴장 풀린채 착하게 씨익 웃어줬으면. 딱 지금처럼.
머리 할 일 없어도 오가는 길에는 꼭, 창문 한 번 쳐다보는 그곳. 미용실 문선생. 이름도 알지 못하는... 착한 웃음만 마냥 봄같은 그녀 문선생.
Posted by nuncoo at March 16, 2006 11:5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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