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릴리슈슈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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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4, 2004

릴리슈슈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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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내려가게 되면 어쩌다 한 번씩 내가 다녔던 중학교에 가본다.
운동장과 나무와 건물이 반 정도의 크기로 축소된 것 같은 과거의 공간.

창가 자리에 앉고싶어서 줄 바뀌기만을 기다렸던 열 너댓살의 아이와 만난다.
국민학교 졸업할 때쯤 했던 퍼머가 풀리지 않아서... 굵은 웨이브가 튀었던 아이가 나였다.
한창 유행했던 청조끼를 자랑처럼 걸치고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던 아이가 나였다.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에 대한 자각은 없었을 것이다.
단지, 좀 논다고 하는 아이들이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
몇 년 꿇다 들어와서 한참 언니뻘 되는 아이나 한살 일찍 들어온 아이들과도
이질감 없이 잘 섞인다는 것에 긍지를 갖던 아이였다.

체육시간에 운동장에 나가기 싫어서 아픈 척..종종 엎드려 있긴 했으나
땡땡이를 치기 위해 개구멍을 출입한 일은 없었다.
수학시간에 잘 못알아듣겠다고 선생님께 짜증냈다가 자로 손바닥을 맞은 적이 딱 한 번 있고
미술선생님과는 자매처럼 지냈다.
연탄가스를 마시고 (그것도 달빛이 정말 환했던 대보름날에) 죽을 뻔한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 살아났고
같은 방에 있던 다른 사람은 멀쩡한데 나만 그 지경이 됐으므로
'나는 특별히 일산화탄소에 취약한 유전인자를 갖고 있다' 는 확신을 갖게 된 것도 그 즈음이다.

아, 막 떠오른다. 그렇지만 이쯤에서 그만.

그 시절의 그 아이는 .. 약 십몇년 혹은 이십여년이 흐른 뒤에 자기가
영화 한 편 보고나서 이렇게 궁상을 떨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못했을 것이다.

원조교제와 이지메와 범죄와 폭력으로 일그러진 일본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라고 억지로 명분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냥 그들은 외로워보이고 답답해보이고 그렇지만 아름답다.
그나저나 불량,탈선,반항,일탈 ,폭력 이런 것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우울한 성장영화만 보면 왜.. 죄다 내얘기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소년소녀들의 우주에서 떠돌고 있나?
그리고 내가 얘네들만했을 때 나의 '에테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영화 맨 마지막에 흐르던 Glide 라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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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태어난 것은 1980년 12월 8일 22시 50분
.. 이 날짜는, '존 레논'이 '마크 데이빗 채프맨'에게 살해된 날짜와 세세하게 부합한다.
.. 하지만, 나에게는 이 우연의 일치는 의미가 없다.
..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 날, 그 시각에, 그녀가 태어났다 라는 것만.
.. 그녀의 이름은 '릴리 슈슈'
.. '천재' 라기 보다 우주.
.. 에테르의 구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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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는 릴리만이 리얼(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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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치는 쿠노를 지켜주지 못했다. 하기야 그 아이를 창고로 안내한 것도 유이치였다.
많은 것들이 어긋나고 있다.

.. 199년 여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빗나갔지만 만약 지구가 멸망해있다면
.. 여름방학인채로 인생이 끝나있다면.... 그편이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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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키나와 사람들은... 사람의 혼은 일곱 개가 있다고 믿지. 넌 두 개나 떨어트렸으니까 이제 다섯 개 밖에 없어.'

여름방학, 오키나와 여행 이후 호시노는 변했다. ‘조숙한 자부터 차례차례 썩기 시작한다.’
무엇이 호시노를 변하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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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날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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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는 말한다. 항상 해질녘이었다고.
.. 릴리는 말한다. 처음 '에테르'로 음악을 한 사람 ... 드뷔시와 에릭 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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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는 릴리만이 리얼.
.. 에테르만이 살아있는 증거. 그 에테르가 없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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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 2000년. 14세. 잿빛 시대. 전원의 녹색만이 무모할 정도로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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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테르. 빛을 파동으로 생각했을 때 이 파동을 전파하는 매질(媒質)로 생각되었던 가상의 물질,
.. 릴리가 주는 에테르는 '감성의 촉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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グライド (Glide)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a melody
just like a simple sound
like in harmony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the sky
just fly so far away
to another place

To be away from all
to be one
of everything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the wind
just flowing in the air
through an open space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the sea
just swaying in the water
so to be at ease

To be away from all
to be one
of everything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fe a melody
just like a simple sound
like in harm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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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진짜 제목은 <소년들의 모든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난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 나의 유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반은 농담인데, 만약 재미없는 영화를 찍다가 죽는다면 그게 내 최후의 작품이 될 거 아닌가.
<러브레터>가 내 대표작이긴 하지만 <릴리슈슈의 모든 것>은 유작이 되면 좋을, 그런 영화다.”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됐을 당시 이와이 순지와의 인터뷰 중-


<스왈로우테일>에서 음악을 맡았던 고바야시 다케시가 다시 이와이 순지와 손을 잡았다. 이 영화에서 느끼는 감흥의 반은 역시 음악의 덕이다.
그림이 너무 아까워서 일일이 캡춰했다.

<러브레터>보다도 <4월 이야기>보다도 <스왈로우 테일>과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 좋다.
생각난 김에 <스왈로우테일>도 다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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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슈슈의 모든 것 (リリィ シュシュのすべて / All About Lily Chou Chou) 2001년, 일본

출연: 이치하라 하야토 (Hayato Ichihara) /유이치 (ID 필리아)
이토 아유미 / 쿠노
오시나리슈고, / 호시노 (ID 푸른 고양이)
오사와타카오,
이나모리이즈미


in Culture
Posted by nuncoo at July 4, 2004 12:1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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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넌꾸님/ 좋은 정보, 유용하게 잘 쓰겠습니다...
따위님/ 애셋 아빠가 보기엔 쫌 그래...나만 볼께...

Posted by: 걸식이 at July 5, 2004 11:26 PM

따위님/캡춰야 Ctrl+S만 누르면 자동으로 되구요. GIF파일 만드는 것도 의외로 간단합디다. 늙을수록 신무기 단련을 게을리하면 안되어요.^^;;

걸식님/ DVD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왠지 없을거란 불길한 생각이..
저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DivX로 봤습니다.(이러다 걸리는 거 아냐. 겁도 없이)
jjang0u.com(짱공유닷컴)에 가면 영화며 드라마 많이 구할수 있어요. 물론 공짜는 아니구요.몇백원 쓰셔야죠.
살짝 죄책감을 느끼면서 영화 보는 맛도 괜찮은듯.-_-;;

Posted by: nuncoo at July 5, 2004 10:15 PM

넌꾸님/ 이거 다 캡쳐해서 편집할라믄 시간 콩 상당히 걸렸겠습니다.

걸식이님/ dvd 구하면 나도 좀 빌려주시구랴.
그런데 이런 성장영화 보기엔 우리는 너무 늙은 것 같지 않소?

Posted by: 따위 at July 5, 2004 05:56 PM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 이와이 순지..
'러브레터'를 본 뒤에 한동안...
"퍼펙트, 퍼펙트"를 외치고 다녔죠...
이 영화, 보고 싶어지는군요...
혹시 디비디가 나왔는지...
(좀전에 검색해보니, 찾을 수가 없네요..)

Posted by: 걸식이 at July 5, 2004 02:5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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