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 (修羅)- 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쉼

Cattle Call -Eddy Arnold

사진:  Mara Bodis-Wollner

전화 한 통

전화 한 통을 걸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벌써 밤이다.
어서 빨리 전화를 걸어서 어제 저녁에 작정한 대로 듣기 좋다는 솔음으로 음성을 높이고 잘 지내셨어요? 까르르 웃음부터 터트린 후에 종알종알 착한 목소리로 얘기를 늘어놔야 하는데 나는 쓰레기를 갖다 버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주문했던 CD의 비닐 케이스만 벗겨내면서 차마 수화기를 들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다.

낮에 깜빡 잠이 들었는데 내 불편한 잠을 흔드는 소음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침착하게 소리가 멎기만을 기다렸을텐데 오늘은 이 아파트를 다 뒤져서라도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내기로 결심한다.
용서라는 말이 도저히 끼어들수 없는 날도 있는 법이다.
초인종을 눌러도 옆집은 반응이 없다. 위층으로 올라간다. 현관문 앞에 널부러져 있는 소음의 흔적.
무심한 인부 아저씨는 타일을 뜯어내는 작업이라 30분은 소리가 계속될 거라며 용서도 필요없다는 표정으로 현관문을 닫아버린다.
'나는 오후에 할 일도 많고, 중요한 전화 한 통도 걸어야 하는데 이렇게 시끄러워서는 내 머리통이 통채로 터져버릴지도 몰라요'
계단을 내려오며 한 발짝에 0을 찍고, 한 발짝에 1을 찍고, 또 한발짝에 1을 찍으며 수 십번도 되풀이해서 돌려보았을 그 전화통화의 시물레이션을 그려본다. 어서 빨리 걸긴 걸어야 하는데.

저녁에도 전화 한 통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몸은 딴짓을 하고 있었다.
빨래를 개다보니 오늘따라 수건 하나는 각이 맞질 않고, 양말과 스타킹은 죄다 뒤집어졌다. 개봉하지 않았던 우편물을 정리하고 주소가 적힌 봉투들은 북북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책을 폈다, 텔레비전을 켰다,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결국 타이레놀 한 알을 삼켰다.
미루고 미뤄도 언젠가는 닥칠 일. 오늘 걸어야 할 전화 한 통이 있다.

 

놀멘놀멘

넌쿠다컴에 문제 생김.
더이상 업데이트가 없다면 아마도 서버 이전중이거나
주인이 지독한 '에라나도몰라병'에 걸렸거나.

Julien  DANIEL 
Seven days away from Spring (April 2000)


사진은, 그냥 허전하여

MT 3.1로 업그레이드

삽질 끝에 3.1로 업그레이드. 겉보기엔 별 변화가 없다만 변화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쌓여있는 엔트리며 스킨까지 다 날려먹을 각오로 덤벼봤는데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변화가 없으니 다행이지. 암.
이번에도 예외없이 삽질을 했는데,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재설치를 해야하는 줄 알았다.( 난 머리를 뭣에 쓰는지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MT 3.121 Full version을 다운 받고 서버에 올리면서 혹시라도 기존의 것을 덮어쓸까봐 디렉토리 다시 만들고, 전에 설치하던 방법을 다 까먹은지라 김중태님의 책 '나는 블로그가 좋다'를 다시 끄집어내서 하나씩 따라하면서 씩씩거렸다.
'그냥 몇몇 파일들만 업그레이드 하면 되지, 왜 이런 중노동을 다시 시키는 거지? 궁시렁궁시렁. 정말 머리 나쁜 사람들이군. 궁시렁궁시렁' 그러나 바보는 나였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두어 시간 삽질하다가 그 사람들이 일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을 리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 다시 MT 홈에 가보니 업그레이드 버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전에 올린 것을 삭제하고, 업그레이드 버전을 업로드하는 것보다 나쁜 내 머리를 인정하고 용서하고 넘어가는 게 더 힘들었다.

업그레이드 후의 변화.

Scode를 재설치해야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대로 남았다.손댈 필요 없다. 그대로 남지 않았다. 며칠 동안 스팸코멘트가 엄청 붙었다. 아무래도 다시 손을 봐야할 것 같다.

엔트리 작성에 필요한 편집기-HTMLArea V3.0을 설치했었는데 이건 사라지고 없다. 시간이 펑펑 남아돌아서 정 할 일이 없을 때 다시 작업해야할 듯.

페이지 나누기에 필요한 플러그인들도 다운받았었는데, 사라진 게 없다. 다 멀쩡하다. 고로 삽질 끝에 해놓고 보니 아주 간단한 작업이었다.

업그레이드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

진작에 읽어봤으면 도움되었을 글들.
이정환님의 무버블타입 3.0 업그레이드 관련 글
inel님의 MT 3.0 업그레이드 과정에 관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