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04, 2004
Von Dutch 모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 중에 하나가 미용실에 가는 것.
오늘은 다행히 머리에 뭐 뒤집어 쓸 일이 없어서 편하게 '보그'3월호를 다 읽고 왔다는.
요즘 우리나라 연예인들도 너도나도 쓰고 나오는 본 더치 모자가
루이비통이나 구찌 휴대폰줄, 그리고 프라다 백을 제치고 짝퉁순위 1위에 올랐다는군요.
April 01, 2004
March 29, 2004
김현철로 인해 주절거리다
방송에서 김현철의 옛 노래를 틀면서 왜 요즘의 김현철은 저런 노래를 다시 만들지 못하는가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김현철 노래.. 옛날엔 좋았었었지.' 과거완료형으로 그의 얘기를 매듭지으며... 본인도 그런 고민을 하는지 모르지만, '왜 그럴까?' 나 혼자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그의 노래에서 느껴지던 감성이 전같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만 한다.
감성이 평준화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정리를 하고 보니 왠지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예민한 촉수가 생명인 라디오 작가들도 비슷비슷한 '감성의 평준화'과정을 거치지 않던가.
잘하는 게 끼적거리는 것뿐이라서.
글빨 하나는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 좀 낫지 싶어서 직업으로 선택했는데 알고보니 글빨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어줍잖은 말장난 몇마디 날리는 걸로, 도저히 범접하지 못할 신분이라고 생각했던 '작가'소리 듣는 것도 민망하고
뻔한 얘기 하고싶지 않아서 고심고심 만든 글은 '어렵다'느니,
'청취자들이 이해못할거라'느니 그런 소리나 듣고 ...
결국에는 어느 라디오나 하는 멘트들이 그 얘기가 그 얘기고,
동어반복이라는 얘기에~ 끽 소리도 못하는 지경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라됴 작가 그녀 1. '나는 무슨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되면 아침부터 내가 맡은 프로그램 전프로까지 모니터를 해. 혹시라도 비슷한 얘길 하게 될까 봐. 어떻게 보면 가장 소극적인 방식의 직업의식이지.' 라됴 작가 그녀 2. '난 원고 쓸 때마다 자기검열이 습관이 된 거 같아 '이 얘길 쓰면 DJ가 이 느낌을 이해할까?' '너무 어렵게 썼나?' 그게 자신 없어지거든. 그래서 결국은 가장 무난하고 일반적인 걸로 가지. 나도 감성이 평준화 되고 있는 거겠지? 언젠가는 영화코너 원고 쓰는데, 내가 열광했던 영화 얘길 했더니 DJ나 PD나 아무도 본 사람이 없더라구. 하지만! 우울해. 그렇다고 매번 '사랑와 영혼'이나 '귀여운 여인'만 울궈먹을 순 없잖아?' 라됴작가 그녀 3.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절대 라디오작가 일 못하지. 라디오 작가가 되고싶다면, 자기 목소리 내는 건 진작에 포기했어야지. 매일 원고 쓸 때 DJ의 평소 가치관, 어투.. 그런 거 생각하면서 쓰지 않아? DJ를 개조시키느라 힘 빼느니, 장점을 발굴해서 이용하는 게 효과는 훨씬 빠를걸? 그냥 입에 착착 달라붙는 멘트로 DJ를 살려주는 게 최고라구.' |
김현철 때문에, (덕분에?) 오래 주절거린듯 싶군.
March 14, 2004
음악을 입히고 싶은 천장..
책방에 가서 책은 안보고 천장만 올려다보느라 뺑글뺑글 어지러웠던 날.
*싸이홈 옮기기
March 08, 2004
선생님이 다녀가셨다
4시 14분 ... 선생님은 오지 않는다. 회의가 늦게 끝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오가는 차들과 상점 간판 구경을 하다가 차안에서 스르르 잠이 든다. . 토요일 낮 12시까지 늘어져라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회의가 있어서 서울에 왔다. 좀 나온나" 1년전 2002년 4월에도 선생님은 비슷한 전화를 하셨다. "진주에 내려온나"
.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의 정신이 온통 결박당하여 스스로의 힘으로도 어쩔 도리가 없을 때. 혹은 내몸을 스스로 해체시키고 싶을만큼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 무작정 찾아가 '아무 것도 묻지말고... 잠시만 여기 있을게요'라고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내게 누가 있을까? 그 중 한 분이 선생님이다. . 선생님은 실제로 신분이 선생님이긴 하지만 날 가르친 적은 없다. 10여년 전쯤.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지내던 어떤 분이 경남 거창에서 총선에 출마하니 급히 내려와서 힘을 보태라는 전갈을 받았다. 그곳에는 비슷한 부름을 받고 단촐하게 옷가지 몇 개만 싸들고 모인 사람들이 여럿 있었는데 오인태 선생님이 말하자면, 오합지졸 홍보팀의 수장이었다. 돈도 없었고 원체 열악한 상황에서 신념만 믿고 뛰어든 선거판이었던지라 결과는 낙선. 그러나 내게는 평생을 함께 갈 '사람들'이 남았다. (당시 함께 일했던 분들 중에는 지금은 청와대에서 인사참모로 있는 분도 있다.. 내가 거창에 내려갔을 때 터미널로 마중 나왔던 그 분 " 당신은 무슨 뜻으로 예까지 왔소?" 라고 물으셨었는데, 지금 보면 날 기억이나 할까 모르겠다) 암튼 당시 해직교사 신분이었던 선생님은 다시 복직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며,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지금은 주3일은 대학생들까지 가르치며 왕성하게 사신다. . . 4시 45분. 헐레벌떡 선생님이 오셨다. "많이 기다렸지? 쓸데없는 소리 듣느라 회의가 늦었다. 우선 공항으로 가자" 나는 검게 탄 선생님의 얼굴이 마음에 걸린다. "얼굴이 많이 탔어요" "니는 머리 잘랐네?. 아~ 같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는데 한마디 하신다. "저것들은 탄핵한다꼬 임시국회까지 연다카지? &%$#..." "......" 공항 2층에서 잠깐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커피숍을 빠져나오면서 또 한마디 "니도 니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아라. 나도 이짓 50까지만 할란다. 50되면 공직에서도 물러나고 내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란다" "지금 공부하시는 건 어떻게 하구요? 50까지 7년 남았는데, 공부한 거 써먹지도 못하겠네" "하핫, 그러게. ...... 근데, 더 말랐지?" ".........?" "니... 1년 전보다 더 말랐네" "아,연초에 좀 앓았어요" 게이트가 있는 3층까지 올라가려는데,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선생님은 날 붙잡는다. "예까지만 됐다" "가시는 거 봐야죠" "됐다. 4월에 내려온나. 벚꽃 필 때... 내가 밥해주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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