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고한 초장

( 초장은 워낙 맛이 세서)

" 초장엔 잔디를 찍어먹어도 초장 맛이 난다."

어떤 환경, 어떤 무리 속에 던져놔도 흔들림없이 온전히 자기자신으로만 존재하는 K씨 그분의 말씀.

Posted by nuncoo at 03:15 AM | in Diary 2005 | Comments (2) | TrackBack (0)

강경애

'스승찾기 서비스- 선생님을 찾아보아요' 를 읽고.


절박했던 순간의 기억은 시간이 오래 흘러도 잊히지 않나 보다.
선생님의 이목구비는 이미 희미해진 지 오랜데 그날 밤 가까스로 담벼락에 몸을 기댄 채 하늘을 환하게 밝힌 대보름달을 보며 떠올렸던 생각, 아니 그 느낌만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 아, 이렇게 죽나 보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나를 담벼락에 기대놓고 선생님이 주인집 사람들을 깨우러 갔을 때 나는 가지 말라고 하던 엄마생각도 잊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기승전결도 알지 못한 채 '아, 이렇게 죽나 보다' 그런 생각만 했던 듯 싶다.
그때는 중학교 2학년.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언니 같았던 미술 선생님은 전시회준비로 바빴고 그날 나는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그 선생님의 모델이 되어주기로 되어있었다. 모델이라고 해봐야 밤새 그림을 그리는 선생님 옆에서 과자를 먹거나 책을 보다가 고개 좀 들어보라고 하면 잠시 무료하게 앉아있는 게 다였는데 그러다가 잠깐 잠이 들었나 보다.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자던 아이가 화장실 가겠다고 비척비척 일어나더니 방문을 열자마자 방 옆에 딸려있던 부엌으로 그대로 고꾸라지더란다. 연탄가스 중독이었다.
선생님 자취 집의 주인아저씨가 달려나오고 동치미국물 같은 것이 입안으로 넘겨지고 찬바람이 계속 나를 깨워서 눈을 떴을 때 그 명랑하던 선생님은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내가 조금이라도 재치있고 싹싹한 아이였다면 '선생님 조금만 비켜주세요. 달빛이 가려지잖아요' 라고 말해서 선생님을 웃게 했을 텐데 지금 생각해봐도 난 참 촌스러운 아이였다.
그 소동을 벌이고도 다음날 난 선생님의 그림이 시외버스 짐칸에 실리는 것까지 보고 돌아왔다.
상처만 없었어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있었는데 부엌바닥에 넘어지면서 얼굴에 찰과상을 입는 바람에 부모님 사이에서 약간의 잡음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중학교 입학 후 첫 미술시간에 '너 미술반 와라'라고 나를 꼬드겼던 선생님. 일요일이면 미술반 아이들을 몰고 산이며 바다로 놀러다니기 바빴던 선생님. 엄청 시끄러웠고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운 것도 없이 참으로 살가웠던 선생님. 몇 년에 한 번씩 선생님을 떠올릴 계기가 생겨서 그때마다 찾아보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보았는데 연결이 되지 않는다.

중학교 때는 채 알지 못했던 '해방전 여류작가 선집'이라는 책을 뒤늦게 사게 된 것도 우습지만 선생님 때문이었다.
범조사에서 나온 Short Book 시리즈 68번째로 나온 이 책에는 강경애의 해고(解雇), 산남(山男), 지하촌(地下村) 세 작품이 실려있는데 
내 중학시절에 활기를 주었던 그 명랑한 여인, 선생님의 이름도 강경애였다.

Posted by nuncoo at 02:15 AM | in Diary 2005 | Comments (3) | TrackBack (0)

어린이날, 어버이날 주간 기념

 
무조건 Play를 누르고 보자.





음악은 언제 감쪽같이 사라질지 모름.

Posted by nuncoo at 04:21 AM | in Diary 2005 | Comments (4) | TrackBack (0)

붕어빵

2주에 한 번씩 가는 병원 앞에는 붕어빵을 파는 리어커가 있었다.
3,40분을 기다려 2,3분 진료를 받고 다시 10여분, 길게는 20여분을 기다려 처방전을 받고 병원문을 나서면 붕어빵을 먼저 사고 약국으로 가는 게 나의 동선이었다.
먹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날은 약국엘 먼저 갔다가도 결국은  붕어빵 리어커 앞에 선다. 이럴 때 나의 동선은 대개 냄새로 기억된다. 병원에서 몸에 밴 특유의 병원냄새, 이걸 덮는 붕어빵 냄새. 그리고 끝내는 버려지곤 했던 마지막 붕어 두 마리.
어제 병원엘 갔더니 붕어빵이 사라졌다. 계절이 여름이니 당연한 일인데 약간 당황스러웠다. 끊어진 냄새의 연결고리.
의무적인 외출을 소풍처럼 여기게 했던 장치 하나가 사라진 셈인데...
 

Posted by nuncoo at 10:48 AM | in Diary 2005 | Comments (3) | TrackBack (0)

잡다하게

몽상가들 (The Dreamers / I Sognatori, 2003) 

매튜가 테오와 이사벨의 부모님을 부러워하자 이사벨이 매튜에게 한 말.
영화 맥락과는 상관없지만 맞아맞아.
Non, Je Ne Regrette Rien이 흐르자 파니핑크가 다시 보고싶어졌다.



The Road To Mandalay-Robbie Williams

대한항공 새 유니폼광고는 음악을 잘도 골랐다. 딴 일을 하다가도  '밤밤밤 다다' 소리만 나오면 저절로 고개를 돌리게 되니까. 어떤 땐  '밤밤밤 다다' 소리에 맞춰 심장까지 막 뛴다. 혹시 대한항공에 미얀마행 비행노선이 생기나? The Road To Mandalay 이전에는 현대카드 광고에 깔렸던 The Pussycat Dolls의 Sway 에 고개가 돌아갔었다.
근데 왜 하필 만달레이일까? 왜 하필 만달레이일까 생각하다 보니 떠오르는 옛날 노래.

바람부는 저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길 있겠지/           
굽이굽이 산길 걷다보면/ 한발두발 한숨만 나오네/
아아 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님 소식좀 전해주렴 /나도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서구인들에게는 티벳이나 미얀마의 만달레이 같은 곳이 삼포 같은 곳인가.
The Road To Mandalay의 만달레이가 그 만달레이가 아닐수도 있지만 만달레이에 관한 여행정보를 찾아보았다.

미얀마-만달레이-최고를 자부하며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
뭉그니의 여행이야기- 미얀마-만달레이
내가 살고있는 미얀마



The Road To Mandalay-Robbie Williams

Save me from drowning in the sea
Pick me up on the beach
What a lovely holiday, there's nothing funny left to say

This sombre song won't drain the sun
But it won't shine until it's sung
No water running in the stream, the saddest place we've ever seen

Everything i touched was gold
Everything i loved got broken
On the road to mandalay

Every mistake i've ever made
Has been rehashed and replayed
As i got lost along the way

bom bom bom ba da dup bom bom
bom bom bom ba da dup bom bom
bom bom bom ba da dup bom bom
bom badom
 
 
There's nothing left for you to give,
The truth is all that you're left with
Twenty paces then at dawn, we will die and be reborn

I like to sleep beneath the trees,
Have the universe at one with me
Look down the barrel of a gun and feel the moon replace the sun

Everything we've ever stolen
Has been lost, returned or broken,
No more dragons left to slay

Every mistake I've ever made
Has been rehashed and then replayed
As i got lost along the way

bom bom bom ba da dup bom bom
bom bom bom ba da dup bom bom
bom bom bom ba da dup bom bom
bom badom

Save me from drowning in the sea
pick me up on the beach
What a lovely holiday, there's nothing funny left to say
 
 

Posted by nuncoo at 02:10 AM | in Diary 2005 | Comments (2) | TrackBack (0)